트럼프 기후대응 정책 후퇴에 법원도 압박, 화석연료 업체 소송에 적극 개입

▲ 미국 법무부가 화석연료 기업을 상대로 제기된 소송과 주정부 차원의 규제 강화에 직접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하며 트럼프 정부와 공화당의 기후대응 정책 후퇴 기조에서 한 발 더 나아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 법무부 로고.

[비즈니스포스트] 미국 트럼프 정부가 기후변화 피해에 화석연료 기업의 책임을 묻는 소송에 직접 개입하며 사법 절차에도 영향을 미치려는 사례를 늘리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5일 “트럼프 정부는 기후변화 관련 소송이 미국 에너지 산업과 국가 안보를 위협한다고 주장하며 이례적 행보를 보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 뉴욕주와 버몬트주는 화석연료 기업이 폭염과 홍수, 산불 등 기후변화 피해를 줄이기 위해 수십억 달러의 자금을 부담해야 한다는 내용의 법안을 통과시켰다.

화석연료 업체들이 기후변화의 주요 원인인 만큼 이와 관련한 손해도 책임져야 한다는 것이다.

법무부는 이와 관련해 해당 법안이 시행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며 법원에 영구 금지를 요청했다. 연방정부 차원에서 주정부의 권한을 제한하려 시도하고 있는 셈이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뉴욕주는 이를 두고 법무부가 연방정부의 영향력을 남용하고 있다는 비판을 내놓았다.

캘리포니아와 메릴랜드, 메사추세츠와 뉴저지 등 다른 주에서도 이와 유사한 법안이 추진되는 만큼 법무부와 주정부 사이 갈등은 계속 이어질 공산이 크다.

트럼프 정부는 하와이주와 미시간주를 비롯한 미국 내 여러 주에서 BP와 셰브론, 엑손모빌 등 화석연료 기업을 상대로 제기하려는 소송에도 직접 개입했다.

하와이주는 화석연료 업체들이 기후변화와 관련 있는 정보를 은폐했다고 주장하며 이에 따라 이상기후 피해로 입은 손실 비용을 분담해야 한다는 내용의 소송을 준비해 왔다.

법무부는 하와이와 미시간주가 석유 업체를 제소할 수 없도록 선제적으로 소송을 제기했다. 결국 화석연료 기업들은 법무부의 소송이 진행되는 동안 법원에서 주정부 차원의 소송 절차를 중단해 달라는 요청을 내놓았다.

미국 연방정부가 화석연료 기업을 지키기 위해 사법 절차에 직접적으로 개입한 셈이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미국 의회 차원에서도 공화당 주도로 화석연료 기업을 소송으로부터 보호할 수 있는 면책 법안을 통과시키려는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다.

화석연료 기업에 기후변화 책임을 물으려 하는 주에는 연방정부의 자금 지원을 중단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되고 있다.

트럼프 정부와 공화당이 미국의 기후대응 정책을 대폭 축소한 데 이어 사법 절차에도 영향을 미치려 시도하고 있는 셈이다.

미국 각 주정부와 시민단체들이 소송을 통해 화석연료 기업들에 기후변화 책임을 물으려는 시도가 활발히 이어지는 데 대응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2017년 이래 화석연료 기업을 상대로 제기된 기후 관련 소송은 모두 36건에 이른다. 그러나 아직 재판이 정식으로 열린 사례는 없다.

최근 일부 재판 절차가 본격적으로 진행될 조짐을 보이자 트럼프 정부와 공화당에서 이를 무력화하려는 시도에 힘을 싣고 있는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뉴욕타임스는 “화석연료 기업의 기후변화 책임과 관련된 재판이 언제 실제로 열릴 수 있을지 예측하기 어렵다”며 “절차와 관할 문제로 수 년의 시간이 더 필요할 수도 있다”고 보도했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