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디스플레이 프리미엄 TV 경쟁력 지켜낼까, 정철동 대형 OLED 기술 자부심 회복이 열쇠

정철동 LG디스플레이 대표이사 사장이 올해 1분기 TV용 대형 OLED 매출 증가에 힘입어 흑자를 냈다. < LG디스플레이 >

[비즈니스포스트] 정철동 LG디스플레이 대표이사 사장이 대형 OLED 패널 사업에서 마침내 흑자전환을 눈앞에 두고 있다. 

올해 1분기 연결기준 영업손익이 흑자로 돌아선 데에는 TV용 대형 OLED 패널의 매출 기여도가 컸다는 분석이 나온다. 

LG디스플레이는 지난해 기준 글로벌 TV용 OLED 패널 생산량의 80% 이상을 점유하면서 시장 1위를 굳건히 지켜왔다. 

LG디스플레이는 2009년 국내에선 처음으로 15인치 OLED TV를 선보인 이래 4세대에 걸친 기술혁신을 이어왔다. 

특히 올해 공개한 ‘4트랙 백색 OLED’는 광원을 4겹으로 쌓아 밝기(휘도)를 33% 높였고, 컬러휘도도 40% 향상시켰다. 

기존 OLED의 한계로 꼽히던 밝기를 개선해 차별화를 강화한 것이다.

이러한 기술경쟁은 궁극적으로 더 밝고 선명한 프리미엄 디스플레이 시장을 확대하는 긍정적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된다. 
 
정철동 사장이 차세대 디스플레이 표준을 선점할 수 있을지에 따라 시장 주도권 판도가 달라질 수 있다.

◆ 프리미엄 수요 확대가 대형 OLED 성장세 뒷받침, LCD 가격 상승 반사이익도
   
정철동 사장이 이번 4세대 모델을 앞세워 프리미엄 TV 시장에서 독보적 경쟁력을 지켜내고 실적 반등을 가시화할 수 있을지 궁금증이 모아진다.

프리미엄 TV 시장 전망은 긍정적이다. 전체 TV 시장은 2013년부터 2억 대 수준에 머물러 있지만 대형·프리미엄 시장은 꾸준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OLED TV 출하량은 올해 655만 대로 지난해보다 7.8% 증가할 것으로 전망됐다. 

코로나19 특수로 TV 수요가 증가했던 2021년보다 3만 대 가량 더 출하된 숫자다. 

글로벌 TV 시장에서 OLED 비중은 지난해 47%까지 성장했다. 이 가운데 LG전자가 52.4%로 12년 연속 1위를 차지하고 있다. 

OLED가 프리미엄 TV 시장의 대세로 자리 잡으면서 OLED패널 출하량도 늘고 있다. 

옴디아에 따르면 올해 1분기 TV용 OLED 패널 출하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0% 증가한 140만 대로 집계됐다.

업계에서도 이 같은 정체구간에서 OLED 투자 확대가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시각이 모아진다. 

TV 시장의 제한적 수요 속에서 차별화된 자치를 제공해 경쟁 우위를 확보하는 것이 성장의 길이라는 판단에서다. 

디스플레이 산업의 확장성은 앞으로의 시장 확대에 긍정적 요인이다. 

한국디스플레이산업협회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디스플레이는 스마트폰과 태블릿, 노트북, TV 뿐 아니라 자동차, 의료기기, 방위산업 등 다양한 산업 영역으로 활용범위가 확장되고 있다.

자동차와 조선 등 전통제조 산업보다 비교적 짧은 역사를 가지고 있지만 고도화된 기술력과 빠른 성장으로 미래 첨단 기술의 집약체이자 국가 경쟁력의 핵심 축으로 자리 잡고 있다.

여기에 미국의 중국 관세정책도 대형 OLED 사업에서는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 

중국산 액정표시장치(LCD) TV 패널 가격이 높아지면서 고급 TV 수요가 OLED 쪽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기존에는 OLED TV 패널이 LCD 대비 가격이 높다는 점이 걸림돌이었지만 중국 기업이 주력으로 하는 중저가 LCD 패널 가격이 오르면서 가격 격차가 줄어들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는 올해 대형 OLED 출하량이 지난해보다 20.4% 늘고 면적기준으로도 12.9%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기업분석업체 가온파트너스는 기업의 기술경쟁력을 두고 “기술은 따라 할 수 없는 경쟁력”이라며 “불황 시기에 기업의 체질변화를 위해서는 끊임없이 선도적 기술을 개발하고 사업에 적용하는 혁신 도약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고정비 부담은 구조적 한계점, 대형 OLED 수익성 개선은 여전한 숙제

다만 대형 OLED 패널의 구조적 과제는 여전히 남아있다. 

대형 OLED는 막대한 투자비와 설비 유지비가 뒷받침되어야 하는 고정비 중심 산업이다. 

생산량이 일정 수준 이상으로 확보되지 않으면 매출 증가에도 불구하고 고정비 부담이 영엽이익을 잠식하는 구조적 한계를 안고 있다.

실제로 2021년 코로나19로 TV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해 700만 대 이상의 패널이 판매됐지만 영업이익은 여전히 적자를 기록했다. 

일시적 수요 증가만으로는 투자비와 유지비를 상쇄하기 어렵다는 점을 보여준 셈이다. 

업계에서는 대형 OLED 사업이 진정한 의미에서 흑자를 내기 위해서는 생산단가 혁신과 안정적 수요 확보가 병행돼야 한다고 보고 있다. 

최근 정 사장이 기술혁신으로의 차별화를 강조하고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고정비 부담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낮추고 프리미엄 수요를 꾸준히 확대할 수 있느냐가 정철동 사장의 대형 OLED 전략 성공 여부를 결정짓는 핵심 열쇠가 될 것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조은숙 한국디스플레이산업협회 산업정책본부장은 디스플레이 시장분석 보고서에서 “국내 디스플레이산업은 기술우위 확보와 고부가가치 중심 전략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위상을 지켜내고 있다”며 “중국의 물량공세에 대응해 압도적 기술 격차를 벌리기 위해 선제적 투자와 기술우위확보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우리나라 OLED 제조의 또 다른 취약점은 조달과 수요 기반의 한계에 있다는 분석도 있다.

시장분석업체 델파이에 따르면 2021년 한국은 OLED 제조업 가치사슬 평가에서 기초기술 기반이 83.4점으로 높은 점수를 받았지만 수요 측면에서는 70.8점으로 중국에 크게 뒤처졌다.

중국은 수요평가에서 93.3점을 받아 안정적 대규모 수요기반을 확보하고 있다고 여겨졌다.

국내 OLED는 안정적으로 구매할 대규모 수요 시장이 부족하고, TV와 스마트폰 생산 규모도 지속적으로 축소되고 있다. 

반면 중국은 정부의 설비 투자 지원에 힘입어 세계 최대 수요 시장을 형성하고 있어 수요 기반 경쟁력에서 차이가 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분석이다.

수요기반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TV와 스마트폰 외 자동차와 웨어러블, 산업용 디스플레이 등 신규 사용처와 수출시장을 확대해야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를 위해서는 애플 외에도 분야별로 OLED를 사용할 수 있는 협력업체와의 제휴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모아지고 있다.
 
정철동 사장은 TV용 OLED 사업의 성공을 바탕으로 IT와 차량용 패널 등 신사업에서도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고 있다. 

그는 IT·모바일용 패널 시장에서는 게임전용 고사양 모니터를, 차량용 패널 시장에서는 소니 혼다 모빌리티에서 개발한 전기차 아필라용 40인치 디스플레이를 앞세워 승부수를 띄웠다. 

정 사장은 3월 열린 정기주주총회에서 “차량용 디스플레이 사업은 건전한 수주에 기반해 안정적으로 매출을 확대하겠다”며 “중소형 OLED 사업의 개발역량을 길러 수익성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안수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