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정부 첫 방미 경제사절단, '실용 노선'으로 'K광물' 넣고 '철강' 빠지고

이재명 대통령이 24일(현지시각) 일본 도쿄 하네다공항 이륙 뒤 한미 정상회담을 위해 미국 워싱턴D.C.로 향하는 공군 1호기 기내에서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비즈니스포스트] '실용주의'와 'K-광물'은 챙기고 '철강'은 비운 채 이재명표 첫 경제사절단이 미국으로 향했다.

이번 경제사절단은 대규모 대신 '소수정예'로 꾸려졌으며 고려아연 합류로 '핵심광물 동맹' 강화가 부각됐다. 하지만 철강업계는 사절단에 빠지면서 미국의 관세부과 대응은 다른 기회를 찾을 것으로 보인다.

25일 재계에 따르면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한미 정상회담에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등이 경제사절단으로 동행한다.

사절단에는 최태원 SK그룹 회장 외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박지원 두산에너빌리티 회장, 서정진 셀트리온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정기선 HD현대 수석부회장,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이재현 CJ그룹 회장, 허태수 GS그룹 회장,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최수연 네이버 대표 등이 참여했다. 

이 가운데 최태원 회장과 이재용 회장, 구광모 회장은 전날인 24일 출국했다. 현재 해외 출장 중인 정의선 회장은 미국에서 합류할 것으로 전해졌다.

재계에서는 이들이 반도체와 자동차, 배터리, 조선 등 국내 주력 산업을 대표해 한미 양국 경제 협력을 다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아울러 이번 경제사절단 구성을 두고 몇 가지 특징도 보인다.

◆ 경제사절단도 '실용': 윤석열 '매머드'에서 이번엔 '소수정예'로

역대 정부는 한미 정상회담을 맞아 보통 대규모 경제사절단을 꾸려왔다. 하지만 이재명 정부는 이번에 10여 명으로 소수정예 사절단을 꾸렸다.

문재인 정부의 사절단 규모도 52명에 이르렀다. 특히 윤석열 정부는 첫 한미 정상회담을 맞아 122명의 초대규모 사절단을 구성했다. 이를테면 '양'으로 밀어붙인 셈이다. 
 
이재명 정부 첫 방미 경제사절단, '실용 노선'으로 'K광물' 넣고 '철강' 빠지고

▲ 윤석열 대통령이 2023년 1월2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2023년 경제계 신년인사회에서 참석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구광모 LG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 회장, 윤 대통령,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허창수 전국경제인연합회장. <대통령실>


윤석열 정부의 당시 사절단은 대기업 19개사, 중견기업 21개사, 중소기업 64개사와 함께 14개 경제단체 및 협회, 공기업 4개사로 구성됐다.

문재인 정부의 사절단은 대기업 10명, 중견기업 14명, 중소기업 23명, 공기업 2명, 미국계 한국기업 2명, 주관 단체인 대한상의의 박용만 회장 등 52명이었다.

문재인 정부 사절단은 '비교적 소규모'임에도 중소·중견기업이 전체의 3분의 2가 넘었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아울러 문재인 정부에서 '경제사절단'이라는 관료적 이미지를 탈피해 처음 '경제인단'이라는 명칭을 사용하기도 했다.

이재명 정부의 이번 경제사절단이 10여 명에 그친 것은 정상회담까지 일정이 촉박한 데다 이재명 정부의 '실용 외교' 기조 영향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보통 경제사절단 구성에는 최소 한 달간의 준비 기간이 필요한데 이번에는 시일이 촉박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주요 경제단체가 동행 기업 신청을 받는 등의 절차를 통상 거치는데, 이번에는 미국 투자 기업을 위주로 사절단을 구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더해 이재명 정부는 출범 초기부터 '실용주의'를 강조해왔다. 외교도 예외는 아니었다.

이번에도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23일 한일 정상회담을 가졌다. 이는 한일, 한미일 협력 강화로 '실용 외교'에 더욱 힘을 싣겠다는 의도로 분석된다.

◆ 이제는 'K광물'까지 : '핵심광물 동맹' 강화

이번 경제사절단에는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도 포함돼 눈길을 끌었다. 최윤범 회장은 한미 간 공급망 협력 방안을 논의할 계획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대통령실은 핵심광물 등을 둘러싼 '경제 안보'의 중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이재명 정부 첫 방미 경제사절단, '실용 노선'으로 'K광물' 넣고 '철강' 빠지고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7월31일 서울 종로구 본사에서 열린 창립기념식에서 기념사를 하고 있다. <고려아연>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12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이번 한미 정상회담을 두고 "두 정상은 이번에 타결된 관세 협상을 바탕으로 반도체·배터리·조선업 등 제조업 분야를 포함한 경제 협력과 첨단기술·핵심광물 등 '경제 안보 파트너십'을 강화하기 위한 방안을 협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재명 정부는 최윤범 회장과 함께 핵심광물 동맹 강화에 주안점을 둘 것으로 보인다. 중국 등 세계 각국이 자원 무기화에 나선 가운데 미국과 공급망 협력 등에 나설 것으로 풀이된다. 

고려아연은 장기적으로 미국에서 니켈과 구리, 코발트 등을 함유한 '망간단괴'를 캐내 현지 제련소에서 핵심광물을 공급한다는 구상을 갖고 있다. 이를 위해 1조5천억 원 이상을 투자해 미국 내 제련소를 짓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 시급한 '철강'은 빠져

이번 사절단에 장인화 포스코그룹 회장의 이름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도 주목할 대목이다. 

국내 철강업계는 미국 정부의 관세 부과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난달 한미 관세협상에서 상호관세는 15%로 조정됐지만 철강·알루미늄 품목별 관세는 여전히 50% 수준으로 유지됐다.

이에 철강업계는 어느 때보다 미국 정부를 설득할 필요가 커졌다. 그런데 이번 방미 경제사절단에 장인화 회장이 동행하지 못한 것이다. 장 회장은 한국철강협회 회장을 겸하고 있는 만큼 업계에서는 아쉽다는 반응이 나왔다. 
 
이재명 정부 첫 방미 경제사절단, '실용 노선'으로 'K광물' 넣고 '철강' 빠지고

장인화 포스코그룹 회장이 3월20일 서울 강남구 포스코센터에서 열린 제57기 포스코홀딩스 정기주주총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포스코홀딩스>


미국발 '강풍'은 실제 결과로 드러나고 있다.

올해 7월 한국의 대미 철강 수출량은 18만8439톤으로 2024년 7월(24만72톤) 대비 21.5% 줄었다. 대미 수출량이 20만 톤 아래로 떨어진 것은 올해 들어 처음이다.

이와 함께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아들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와 수차례 만남을 가진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과 트럼프 일가와 친분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진 김범석 쿠팡 의장도 명단에서 빠졌다.

두 사람은 트럼프 대통령 취임식과 축하 만찬에 초청될 만큼 영향력을 인정받은 인물로 유력한 '민간 외교 채널'로 평가받는다.

정용진 회장은 지난 5월 트럼프 주니어 방한 당시 국내 재계 총수들과의 만남을 주도하기도 했다. 그는 트럼프 행정부 핵심 후원 단체인 '록브리지 네트워크'의 아시아 총괄 회장으로, 민간 외교 창구 역할을 한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이에 정치권에서 정용진 회장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장예찬 전 국민의힘 청년 최고위원은 7월24일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현재 한국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가장 빠르게 접촉 가능한 인물은 정용진 회장일 것"이라고 바라봤다. 조성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