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컬리가 임직원에게 부여하는 주식매수선택권(스톡옵션)의 행사 가격을 5년 전 가격으로 내렸다. 사진은 김슬아 컬리 대표이사. <연합뉴스>
김슬아 대표가 최근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미국 진출과 신사업 확대를 통해 컬리의 기업가치를 높이는 일이 더욱 중요해졌다.
22일 컬리에 따르면 회사가 올해 3월 임직원 21명을 대상으로 부여한 스톡옵션의 행사 가격은 1만 원이다.
임원으로는 김종훈 컬리 최고재무책임자(CFO)와 허태영 최고운영책임자(COO), 최재훈 최고커머스책임자(CCO), 김주희 법무준법지원본부장, 박성철 최고기술책임자(CTO) 등 5명이, 직원은 모두 16명이 스톡옵션을 받았다.
임원들에게 부여된 스톡옵션의 수량은 모두 4만5400주고 직원들은 모두 3만5250주를 받았다.
이번 스톡옵션 지급에서 눈에 띄는 것은 행사 가격이 대폭 낮아졌다는 점이다.
컬리는 2015년부터 10년 넘게 임직원들에게 스톡옵션을 꾸준히 주고 있다. 행사 가격은 처음 100원에서 620원, 800원 등으로 점차 늘어나다가 2018년 말 4천 원으로 뛰었고 2019년 7천 원으로 한 단계 더 높아진데 이어 2020년 처음으로 1만 원을 찍었다.
이후에도 스톡옵션 행사 가격을 계속 높여 2022년부터 지난해 10월까지 약 3년 동안은 1주당 2만 원에 스톡옵션을 행사할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올해 3월 스톡옵션을 지급하면서 행사 가격을 5년 전 수준으로 되돌렸다. 컬리가 스톡옵션 행사 가격을 낮춘 것은 이번이 처음 있는 일이다.
시장에서 컬리의 기업가치를 바라보는 눈높이가 낮아지자 자연스럽게 스톡옵션 행사 가격을 내린 것으로 파악된다.
컬리는 한 때 재무적투자자(FI)에게 1주당 7만 원에 육박하는 가치를 평가받았다. 하지만 현재 비상장주식 장외거래 플랫폼에서 거래되는 컬리 주식의 가치는 1주당 1만5천 원 안팎에 그친다.
행사 가격을 2만 원으로 설정한 스톡옵션을 줬을 때 이를 임직원들이 행사하면 손해를 볼 정도로 가치가 떨어져 있는 셈이니 컬리로서는 이를 부득이하게 낮출 수밖에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스톡옵션 부여와 관련한 사항은 2월19일 열린 이사회에서 김슬아 대표를 포함한 컬리 이사회 구성원이 모두 참석해 만장일치로 찬성 가결함으로써 결정됐다.
앞으로 중요한 것은 김 대표가 컬리의 기업가치를 얼마만큼 빠르게 늘리느냐가 될 수밖에 없다. 임직원들에게 부여한 스톡옵션의 가치를 극대화하려면 컬리의 몸값을 높이는 전략에 힘을 실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김 대표가 최근 컬리의 외연을 넓히는 쪽에 힘을 싣고 있는 것은 이런 과제를 해결하기 위한 해답 찾기와 무관하지 않다는 평가이다.
컬리는 25일 미국에서 자체 쇼핑몰 컬리USA를 공식 론칭한다. 최근까지 이와 관련한 베타테스트를 진행했는데 21일 저녁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정식 오픈 날짜를 공개했다.
컬리는 5월부터 미국 사업을 본격화하기 시작했다. 미국 사업과 관련한 SNS계정을 만들었고 5월14일에는 이사회에서 해외법인 설립의 건을 승인한 뒤 6월 첫 해외 법인 ‘컬리글로벌’을 설립했다.
이후 미국에 거주하는 한국인을 대상으로 컬리 홍보대사 100명을 선정해 두 차례의 주문 기회를 제공하며 서비스를 시험했다. 이들이 미국에서 컬리 상품을 이용하고 SNS에 직접 후기를 올리도록 해 자연스러운 입소문을 유도했다.
컬리는 서비스 시험 기간 DHL 등을 통해 한국에서 상품을 역직구하는 방식을 선택했다. 바다를 건너가야 해 물류비가 높아 냉동·냉장식품은 89달러 이상, 상온식품은 49달러 이상 주문해야만 무료로 배송했다.

▲ 컬리는 25일 미국 자체 쇼핑몰 '컬리USA'를 공개한다. <컬리>
컬리가 해외에 눈을 뜨기 시작한 것은 2022년 하반기부터다. 싱가포르와 홍콩, 미국 등 이커머스 플랫폼에 식품과 소비재를 수출하기 시작했지만 아직 해외에서 발생하는 매출은 미미한 수준이다.
김 대표가 해외법인까지 설립하고 해외 전용 쇼핑몰을 만든 것은 앞으로 해외를 전략의 중요한 축으로 삼겠다는 의지를 표현한 것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김 대표는 컬리의 신사업에도 힘을 실어주려 하고 있다. 7월1일자로 오늘의집 최고운영책임자와 집꾸미기 최고경영자를 역임한 길경환씨를 컬리 최고신사업책임자(CNO) 부사장으로 선임했다.
길 CNO의 이력을 봤을 때 컬리가 앞으로 객단가가 높은 리빙 분야 진출에 속도를 내려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김슬아 대표는 과거 식품사업의 성장세가 둔화할 때 여행과 뷰티상품을 팔면서 한계를 뚫었고 실제로 이 가운데 뷰티는 컬리 플랫폼 안의 ‘뷰티컬리’라는 전문관 서비스로 진화하면서 컬리의 거래액을 끌어올리는 일등공신으로 성장했다.
김 대표가 해외 확장과 신사업을 향해 동시에 손을 뻗는 것은 결국 향후 재추진할 IPO를 앞두고 외형을 키워 기업가치를 높이겠다는 판단이 작용했을 수 있다.
컬리는 올해 2개 분기 연속으로 흑자를 내면서 수익성에 대한 우려를 불식했지만 매출 성장률이 예전만 못하다는 지적도 받고 있다. 연매출 2조 원이 넘는 만큼 매출 성장 속도가 둔화할 수밖에 없는 것도 사실이지만 시장 상황에 따라 상장을 재추진하겠다는 방침을 세워놓은 만큼 외형 성장에도 힘을 실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