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페르미아메리카에 정책지원 집중, 한국 '원전 르네상스' 역할 커지나

▲ 토비 노이게바우어 페르미아메리카 공동 설립자 겸 CEO가 2025년 10월1일 미국 나스닥장에 상장을 기념하는 트로피를 들어올리고 있다. <페르미아메리카>

[비즈니스포스트] 미국 원자력발전 개발업체 페르미아메리카가 ‘원전 르네상스’ 기조를 보이는 도널드 트럼프 정부에서 정책 수혜를 입을 여지가 커지고 있다. 

다만 페르미아메리카는 원전 사업에 업력이 짧아 동맹을 맺은 한국 업체인 현대건설과 삼성물산 및 두산에너빌리티의 역할이 갈수록 중요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6일 폴리티코와 E&E뉴스 등 외신을 종합하면 페르미아메리카가 트럼프 정부에서 정치적 후원뿐 아니라 자금 지원까지 받을 가능성이 나온다.

폴리티코는 미 증권거래위원회(SEC)가 접수한 자료를 인용해 페르미아메리카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뿐 아니라 미국 상무부 장관과도 연결고리가 있다고 전했다. 

폴리티코에 따르면 페르미아메리카는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과 가까운 기업으로부터 자금 조달 지원을 받았다. 또한 트럼프 대통령의 아들이 후원하는 핵연료 회사와도 페르미아메리카는 파트너십을 맺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1월 집권 초기부터 급증하는 전력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원자력 산업 부흥을 내걸었는데 페르미아메리카가 미국 정부와 직간접적으로 연결돼 있다는 것이다.

트럼프 정부가 페르미아메리카와 같은 기업에 정책적 뒷받침뿐 아니라 대출 지원을 제공할 가능성도 떠오른다. 

에너지 전문매체 E&E뉴스에 따르면 페르미아메리카가 지난해 9월8일 미국 에너지부 대출 사무소와 사전 승인 절차를 진행했다.

이후 하원 세출위원회는 이달 5일 2026 회계연도에 에너지부의 원자력 부문에 17억8500만 달러(약 2조5750억 원)의 예산을 책정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폴리티코는 “트럼프 정부는 연방 대출 프로그램을 원자력 에너지에 투입하겠다고 밝혔다”며 “페르미아메리카의 원전 개발 사업이 트럼프 정부의 지원이라는 호재를 탔다”고 평가했다. 

페르미아메리카는 텍사스주 아마릴로 외곽의 약 2119만㎡ 부지에 민간 전력망 단지를 조성하고 있다. 이곳에 대형 원전 4기와 소형모듈원전(SMR) 2기 등을 신설하려 한다. 

페르미아메리카는 2032년부터 첫 번째 원자로를 가동하겠다는 구체적 일정도 제시했는데 트럼프 정부의 원전 지원 기조를 타고 사업에 속도나 날 수 있는 셈이다.
 
트럼프 페르미아메리카에 정책지원 집중, 한국 '원전 르네상스' 역할 커지나

▲ 페르미아메리카가 2025년 10월22일 미국 텍사스주 칼슨카운티에 추진하는 전력 단지 프로젝트를 위해 굴삭기로 부지 지반을 다지고 있다. <페르미아메리카> 

그러나 지난해 1월 설립된 페르미아메리카는 원전사업 기대를 받고 나스닥에 상장했지만 아직 실질적 수익을 낸 적이 없다는 약점을 갖고 있다.

공동 설립자인 토비 노이게바우어 또한 텍사스 주지사와 미 에너지부 장관 등 관료 출신이지만 원전 사업에는 경험이 부족하다고 폴리티코는 꼬집었다. 

따라서 페르미아메리카가 프로젝트 진행 과정에서 원전 건설 분야에 경험을 쌓은 외부 협력사로부터 적극적으로 힘을 빌려야 필요성이 크다.

이에 현대건설과 삼성물산 및 두산에너빌리티 등 한국 원전 관련 기업이 모두 페르미와 양해각서(MOU)를 맺고 협력하고 있다는 점이 주목을 받는다. 

현대건설은 지난해 10월24일 페르미아메리카와 원전 4기 건설에 기본설계(FEED) 용역 계약을 맺었다. 삼성물산도 지난해 8월25일 페르미아메리카와 에너지 복합센터 건설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두산에너빌리티 또한 지난해 8월25일 페르미아메리카와 원전뿐 아니라 SMR까지 참여하는 MOU를 체결했다. 

현대건설과 삼성물산 및 두산에너빌리티는 중동과 유럽을 비롯한 해외 지역에서 원전 개발과 장비 공급 등 사업 경험을 갖춰 페르미아메리카에 힘을 보탤 수 있다는 시각이 미국 현지에서도 많다.

더구나 미국 내 원전 건설은 수십 년 동안 정체돼 비용 초과나 공기 지연이 고질적인 문제로 지적받곤 한다. 원전 건설을 차질 없이 수행할 업체도 마땅치 않은 것으로 여겨진다. 

이에 한국 기업들의 시공 역량이 페르미아메리카가 정해진 예산과 기간 내에 원전을 완성할 수 있는지 리스크를 해소해 줄 핵심 열쇠가 될 수 있다는 시각이 나온다. 

폴리티코는 “페르미아메리카가 최근 중국과 중동에서 원자로 개발 경험을 갖춘 인력을 영입했다”며 외부 지원에 열려 있다는 점을 시사했다.

결국 트럼프 정부가 추진하는 원전 르네상스 정책에 핵심 수혜기업인 페르미의 사업 확장에 한국 파트너사 역할이 더욱 중요해질 공산이 크다. 

다만 페르미아메리카가 지난해 12월 한 고객사와 진행하던 자금 유치 구상을 철회한 전례는 한국 원전 관련 업체와의 협업에도 일부 불확실성을 안길 수 있다. 

페르미아메리카는 한 고객사에게 텍사스 에너지 단지의 일부를 임대하는 대가로 초기 건설 자금 가운데 1억5천만 달러(약 2160억 원)를 유치하는 방안을 논의했으나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에너지 컨설팅업체인 슈나이더캐피탈그룹의 팀 슈나이더 설립자는 “시장은 페르미아메리카가 진행하는 초대형 프로젝트에 자금 조달이나 시기에 문제가 없는지 우려한다”고 덧붙였다. 이근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