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DB손해보험이 국내 보험사 가운데 최초로 기본자본 성격을 갖춘 신종자본증권(비조건부) 발행을 추진하면서 보험업계 안팎의 관심이 쏠린다.

다만 발행 요건이 까다로운 만큼 실제 이를 자본확충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는 보험사는 제한적일 것이라는 전망도 함께 나온다.
 
DB손보 자본 확충 효력 월등 '귀족 신종자본증권' 발행, 보험업계 '부러울 뿐'

▲  DB손해보험이 보험사 가운데 최초로 기본자본 신종지본증권 발행에 나선다.


21일 신용평가회사 의견을 종합하면 한국신용평가와 한국기업평가는 DB손해보험이 9월 발행을 목표로 하는 기본자본 신종자본증권(비조건부)에 AA(안정적) 등급을 부여했다.

한국신용평가는 등급 평가 사유를 놓고 “이 신종자본증권은 스텝업(Step-up) 조항 삭제, 발행기관의 완전한 이자지급 재량 소유, 감독규정상 보완자본증권 대비 후순위성을 가진다는 점에서 기존 (신종자본증권) 대비 자본성이 높아진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DB손해보험이 발행할 예정인 약 5천억 원 규모의 이번 신종자본증권은 기존 발행물과 달리 큰 비중이 기본자본으로 인정받는다는 점에서 차별화된다. 보험사가 통상 발행하던 신종자본증권은 요구자본의 최대 15% 한도 안에서만 기본자본으로 인정됐다.

2023년 새 회계제도(IFRS17)와 새 지급여력비율(K-ICS) 도입 뒤 보험사들은 후순위채와 신종자본증권 발행으로 자본 확충에 나섰다.

금융감독원과 보험연구원에 따르면 2024년 국내 보험사가 발행한 후순위채 및 신종자본증권 규모는 8조3250억 원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2023년보다 약 2.8배, 2020년보다 8배가량 늘었다.

그러나 이들 발행물은 대부분 보완자본으로만 인정돼 자본의 ‘질’이 낮아졌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금융감독원은 올해 3월 “자본성증권 발행 급증에 오히려 이자비용 등 재무부담이 심화하고 자본의 질이 악화했다”며 “기본자본 지급여력비율을 도입하고 공시를 강화하겠다”는 내용 밝히기도 했다.

이번에 DB손해보험이 발행하는 기본자본 신종자본증권(비조건부)은 은행권의 코코본드(조건부자본증권)와 유사하게 큰 비중을 기본자본으로 인정받는다. 다만 조건부 전환 및 상각 조항이 없다는 점에서 코코본드와 차이가 있다.

DB손해보험은 3월 말 기준 지급여력비율 204.66%, 기본자본 지급여력비율 74.43%를 유지했다. 6월 말 기준 지급여력비율 잠정치가 213.3%로 오히려 상승한 점을 고려하면 기본자본 지급여력비율도 안정적으로 유지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업계에서는 해외 사례를 고려했을 때 금융당국이 검토하는 기본자본 지급여력비율 규제 수준은 50% 수준일 것으로 예상한다.

DB손해보험은 이를 웃도는 자본 여력을 유지하고 있지만 미국 특화 보험사 포르테그라 인수 등 향후 투자에 대비해 자금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에서 발행에 나서는 것으로 보인다.
 
DB손보 자본 확충 효력 월등 '귀족 신종자본증권' 발행, 보험업계 '부러울 뿐'

▲ 상법상 기본자본 신종자본증권 이자지급은 배당가능이익으로만 할 수 있지만 3월 말 기준 보험사 가운데 배당가능이익이 충분한 곳은 매우 적다. <한국기업평가>

다만 이 자본성증권의 발행 요건은 만만치 않다. 상법상 기본자본 신종자본증권의 이자는 이익잉여금 내 배당가능이익 범위에서만 지급할 수 있다.

지난해 다수 보험사가 배당가능이익 부족으로 결산배당조차 하지 못했던 점을 고려하면, 실제 기본자본 신종자본증권 발행이라는 카드를 활용할 보험사는 제한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금융당국이 요구하는 것처럼 기본자본을 확대하려면 대규모 수익 창출, 유상증자, 기본자본 신종자본증권 발행 등 보험사가 취할 수 있는 선택지가 많지 않다.

금융당국이 기본자본 지급여력비율 규제 가이드라인을 마련할 때 이러한 보험사들의 현실적 어려움을 포함해 고민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는 이유다.

송미정 한국기업평가 수석연구원은 보고서에서 “대부분의 중소형 보험사는 기본자본 자본증권 발행도 쉽지 않아 사실상 유상증자를 제외한 자본확충 방안은 없는 것으로 판단한다”며 “두 가지 방법이 모두 어려우면 단기간에 기본자본을 확충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짚었다.

이어 “보험사들이 규제 도입에 대응할 수 있도록 충분한 유예기간을 부여하는 등 연착륙을 유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