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원전 팀코리아와 미국 웨스팅하우스의 불공정계약 논란으로 증권가도 혼란에 빠졌다.

크게 보면 ‘이미 다 나왔던 내용’이라며 파장을 일축하는 의견이 다수이지만, 우리나라 원전 기술의 주권이 넘어갔다며 우려하는 의견도 점차 고개를 들고 있다.
 
'웨스팅하우스 파동'에 증권가도 혼란, '이미 알던 건데?' vs '주권 상실' 이견

▲ 웨스팅하우스와 굴욕 합의 논란에 두산에너빌리티 등 국내 원전주 주가가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2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두산 에너빌리티 주식은 직전 거래일보다 3.53% 내린 5만74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주가 하락폭은 한때 14%대까지 확대되기도 했다. 이로써 전날(-8.6%)에 이어 이틀째 약세를 이어갔다.

이 밖에 현대건설(-4.39%), 한전기술(-3.65%), 비츠로테크(-3.18%), 우리기술(-2.66%) 등 원전주 역시 이틀 연속 하락했다.

한국수력원자력·한국전력(일명 팀코리아)과 미국 웨스팅하우스가 올해 1월 체결한 합의문의 세부 내역이 최근 언론을 통해 공개되자 주가가 내리고 있다.

앞서 웨스팅하우스는 팀코리아가 체코 두코바니 원전 수주전에서 승리를 앞두게 되자 원천 기술 보유권을 주장하면서 제동을 걸었다. 웨스팅하우스와 한국 원전 산업 사이 갈등은 해묵은 갈등이다.

그런데 위 합의문의 내용이 공개되자 지나치게 불공정하다는 논란이 제기됐다.

팀코리아는 앞으로 해외에서 원전을 1기 수주할 때마다 기술 사용료와 각종 기자재 비용을 포함해 웨스팅 하우스에 1조 원 이상을 지급해야 한다.

뿐만 아니라 미국과 유럽 등 일부 유력한 원전 시장을 포기한 것으로도 알려졌다.

이로써 국내증시 대장주 노릇을 해오던 원전주는 약 1년여 만에 위상이 급격히 뒤바뀌게 됐다.

약 1년 전 체코 수주전 승전보가 전해질 당시엔 이를 바탕으로 한국 원전의 전세계 수출길이 열리게 되었다는 기대감이 강해졌었기 때문이다. 다만 무조건적인 승리를 위해 저가 수주한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있었다.

그럼에도 당시 증권가는 일제히 쾌재를 불렀다. 

메리츠증권은 “체코 원전, 이겼고 잘 싸웠다”라며 “한 번의 수출 성공 이후 두 번째, 세 번째에 대한 기대감이 생기고 실현되는 과정에서 방산 산업 내 주가 상승이 이뤄졌듯, 원전 산업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관찰될 것”으로 전망했다.

대신증권도 “저가 수주 우려는 완전히 해소될 수 있을 것”이라며 “네덜란드와 영국 등에서 추가 수주 가능성이 상승했다”고 보았다.

그런데 이번에 공개된 논란을 소화하면서 증권가 의견이 나뉘는 양상을 띠기 시작했다.

우선 증권가에선 대체적으로 “이미 1월에 나왔던 소식이다”는 의견이 다수인 것으로 나타났다.

KB증권은 이날 보고서에서 “큰 그림은 달라진 게 없다”며 “조정은 투자 기회”라 말했다.

글로벌 원전 수요가 확대되는 가운데, 앞으로 팀코리아 단위를 넘어 기업들이 개별적으로 글로벌 기술사들과의 전략적 제휴를 맺어 나갈 가능성은 여전히 열려 있다는 것이다.

대신증권과 NH투자증권도 일제히 “이미 1월에 다 유출됐던 내용”이라 입을 모았다.

대신증권은 “수익성보다 수출 물량 증대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웨스팅하우스 파동'에 증권가도 혼란, '이미 알던 건데?' vs '주권 상실' 이견

▲ 체코 두코바니 원전(사진) 수주를 얻는 대가로 미래 한국 원전산업의 중장기 동력을 내주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반면 유진투자증권은 이날 보고서에서 “기술 사용료 지불을 넘어서 한국 원전의 기술 주권 상실로 이어져 중장기 수출 가능성을 제약할 가능성이 높다”며 우려섞인 목소리를 전했다.

특히 최근 원전 분야에서 기대감이 높은 소형모듈원자로(SMR) 기술이 웨스팅하우스에 종속된다며 안타까움을 표했다.

이에 따르면 팀코리아가 SMR을 수출하기 위해서는 웨스팅하우스로부터 기술 자립 검증을 받아야만 한다. 웨스팅하우스가 검증 기한을 넘길 경우엔 외부기관에 검증을 위탁하지만, 그마저도 미국 기관으로 한정돼 있다.

유진투자증권은 “한국의 미래 성장 동력으로 강조해 온 SMR도 웨스팅하우스에 종속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이어 “결국 체코 원전 수주라는 성과를 얻었지만 장기적으로는 한국 원전 산업의 자율성과 시장 다변화 가능성은 낮아졌다”며 “앞서 기대하던 중장기 미국 수출 가능성에도 불확실성이 확대될 수 밖에 없을 것”으로 전망했다. 김태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