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017년 11월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환영식에 참석해 대화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관세 정책이 자국에 미칠 타격을 방어할 수 있는 방법이 분명하지 않고 효과적 협상 전략을 마련하는 데도 어려움을 겪으며 시간을 끌 수밖에 없게 됐다는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1일(현지시각) 중국과 무역협상 시한을 90일 더 늦추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고 밝혔다.
중국 정부도 이와 동시에 관세 부과 유예기간을 연장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시한 만료를 하루 앞두고 양측이 협상을 더 이어가자는 데 합의한 셈이다.
만약 양국의 논의가 중단됐다면 미국과 중국은 상대 국가에서 수입하는 물품에 고율 관세를 부과할 가능성이 유력했다.
미국은 트럼프 정부가 출범한 뒤 중국을 상대로 한 관세율을 최고 145%까지 높이며 무역 전쟁을 주도했다. 중국은 이에 맞서 미국산 수입품에 최고 125% 관세를 결정했다.
그러나 6월 양국이 관세를 유예하고 반도체 기술 및 희토류 등 핵심 수출 품목에 규제를 완화하기로 하면서 갈등이 어느 정도 완화됐다.
AP통신에 따르면 션 스타인 미중비즈니스위원회 회장은 “협상 시한 유예는 양국 정부가 충분한 시간을 벌기 위해 필수적”이라며 “미국 기업들의 중장기 계획 수립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며 긍정적 평가를 전했다.
미국 트럼프 정부는 전 세계 거의 모든 국가를 대상으로 최소 10% 관세 부과를 확정했다. 한국과 일본, 유럽연합(EU)에서 수입하는 물품에는 무역협정을 통해 15% 세율이 책정됐다.
그러나 중국과 관세 협상은 아직 마무리되지 않은 만큼 트럼프 정부에 가장 큰 과제로 남아있다.
트럼프 정부가 중국에 고율 수입관세를 부과하는 대신 협상 시한을 늦추며 한 발 물러선 태도를 보인 이유는 교섭 전략에 한계를 느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산 수입품에 실제로 높은 관세를 매기기 시작하면 미국에 가파른 물가 상승을 비롯한 경제적 타격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미국이 아직 중국에서 대부분을 수입하는 희토류와 희귀광물 등 산업 필수 소재 공급망에 대안을 찾지 못했다는 점도 이유로 꼽힌다.
중국 정부가 미국 관세에 보복해 희토류 및 광물 수출을 통제하기 시작하면 자동차와 반도체, 군사무기 등 여러 산업에 극심한 타격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클레어 리드 전 미국 무역대표부 중국담당 차관보는 이번 관세 유예를 두고 AP통신에 “미국이 이번 협상에서 중국에 우위를 차지하지 못했다는 점을 깨달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알리 와인 국제위기그룹 분석가는 “트럼프 정부는 관세 정책 효과를 과대평가해 미국의 일방적 전략에 한계를 드러냈다”며 “오만한 태도가 결국 자업자득으로 이어진 셈”이라는 비판을 내놓았다.
트럼프 정부의 압박은 중국 정부가 오히려 희토류 수출 통제로 무역 협상에서 유리한 위치에 설 수 있다는 점을 실감하도록 하는 계기로 작용했다는 것이다.
미국 NBC뉴스는 “중국은 미국과 무역 협상을 계속 이어가려 하겠지만 양보하려는 태도를 보일 가능성은 낮다”는 윌리엄 양 국제위기그룹 연구원의 관측을 전했다.
그는 “트럼프 정부가 중국과 협상에 더 적극적 태도를 보이는 만큼 중국은 현재 이어지고 있는 무역 관련 논의에 주도권을 쥐고 있다고 인식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중국이 미국의 요구사항을 대거 받아들이는 방향으로 협정을 타결할 가능성은 낮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미국 MSNBC는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의 국익을 희생하며 중국에 유리한 상황으로 협상 분위기를 이끌어가고 있다는 분석마저 내놓았다.
트럼프 정부의 관세 정책으로 미국과 교역이 어려워진 유럽연합과 동남아시아, 아프리카 등 지역에서 중국과 수출입 규모를 확대하고 있다는 점이 근거로 제시됐다.
MSNBC는 “이는 트럼프 정부의 불안정한 관세 정책이 불러온 변화”라며 “미국은 동맹국들 사이에서도 신뢰하기 어려운 국가로 이미지를 굳혀가고 있다”고 비판했다.
중국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의 글로벌 리더십 약화를 주도해 중국의 국력을 키우는 영웅이라는 조롱을 받는 사례가 나오고 있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MSBNC는 “트럼프 정부의 정책은 중국을 견제하는 대신 미국의 입지를 위축시키고 있다”며 “이는 중국 정부에 자신감을 심어주는 일이 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