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연구진 "한국 LNG 수입계약은 기후목표에 위협, 에너지 전환 저해 우려"

▲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 내용을 시각화된 한국 에너지 믹스 변화. 가스 발전이 차지하는 비중은 짙은 푸른색으로 표기돼있다. 2024년 기준 가스 발전이 차지하는 비중은 28.1%에서 2030년 22.9%, 2038년 10.6%로 순차적으로 감소할 것으로 계획돼 있다. <에너지경제 및 재무분석 연구소>

[비즈니스포스트] 미국 연구단체가 한국이 미국과 벌인 관세협상 과정에서 약속한 액화천연가스(LNG) 등 에너지 수입 약속이 에너지 전환을 저해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미국 '에너지경제 및 재무분석 연구소(IEEFA)'는 8일 한미 관세협상 과정에서 타결된 에너지 수입 계약이 한국 에너지 전환 계획에 미칠 수 있는 영향을 분석해 발표했다.

앞서 한국은 지난달 31일 미국에서 향후 4년에 걸쳐 1천억 달러어치의 LNG 및 석유 등 에너지 제품을 구입하기로 약속했다.

IEEFA 연구진은 이를 바탕으로 추론한 결과 한국은 매년 250~330억 달러 규모 에너지 제품을 구입해야 할 것으로 추산했다. 이는 한국의 지난해 대미 에너지 수입액의 약 1.3~1.7배에 달하는 수준이다.

수입량으로 환산하면 미국산 원유 수입량은 약 3000~3900만 톤, LNG는 약 700~100만 톤으로 증가하게 된다.

지난해 기준 한국의 연간 LNG 수입량은 4633만 톤이었고 이 가운데 약 3600만 톤을 장기 계약을 통해 수급하고 있다.

IEEFA연구진은 여기서 미국과 합의를 이행하기 위해 미국 수입량만 늘리게 된다면 한국의 국내 LNG 수요를 수입량이 초과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이렇게 되면 늘어난 LNG 공급량을 소화하기 위해 LNG 발전소를 계속 돌릴 수밖에 없어 한국 정부가 계획한 가스 발전소 퇴역도 늦어질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IEEFA는 한국이 올해 2월 확정한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통해 2038년까지 전력 믹스에서 가스발전이 차지하는 비중을 2024년 28.1%에서 2038년 10.6%까지 줄이기로 했는데 해당 목표가 제때 이행되지 못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한국 정부는 2017년에도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하면서 LNG 수입을 대폭 늘렸고 이에 따라 에너지 믹스 개편 계획도 조정했던 전례가 있다.

당시 산업통상자원부는 원래 2030년 기준 16.9%로 잡혀 있던 가스 발전 비중 목표를 18.8%로 상향 조정했다.

IEEFA 연구진은 "한국에서 LNG 수요와 수입량 사이에 격차는 이미 커지고 있다"며 "국내 대규모 LNG 터미널 프로젝트 가운데 활용도가 낮은 프로젝트가 점점 더 많아지고 있고 기존에 계획돼 있던 신규 프로젝트들도 철회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연구진은 이어 "한국 정부는 LNG가 화석연료이며 그 사용량이 지속적으로 감소해야 한다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며 "수요 감소와 에너지 전환에서 LNG의 역할이 축소되는 가운데 미국산 LNG의 추가 수입은 한국 경제에 손실을 일으킬 수 있다"고 말했다. 손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