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인원 거래소 가상자산 첫 매도, 법인 참여 로드맵 본격화에도 당국은 '멈칫'

▲ 코인원이 국내 원화 가상자산거래소 가운데 처음으로 가상자산을 매각한다. <코인원 홈페이지>

[비즈니스포스트] 코인원이 국내 원화 가상자산 거래소 가운데 처음으로 보유한 가상자산을 시장에 매도한다.

비영리법인에 이어 가상자산 거래소의 매각 사례가 만들어지며 ‘법인의 가상자산시장 참여 로드맵’ 추진은 제 궤도에 들어섰다. 

하지만 정작 관리감독할 금융당국 구성이 장기 표류하며 시장 성장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7일 코인원은 공시한 가상자산 매도계획서에 따라 8일부터 31일까지 순차적으로 보유한 가상자산을 매도할 계획을 세웠다.

매도 대상은 비트코인 10개, 이더리움 300개, 엑스알피(리플) 20만 개, 에이다 4만 개 등으로 7월31일 종가 기준 약 41억 원 규모다. 매도는 다른 국내 원화 가상자산 거래소인 업비트와 코빗에서 이뤄진다.

이는 앞서 금융당국이 ‘법인의 가상자산시장 참여 로드맵’에서 제시한 가상자산사업자의 가상자산 매도 가이드라인에 따른 것이다.

로드맵에서 법인의 시장 참여는 △검찰·국세청 등 법 집행기관, 비영리법인, 가상자산거래소의 매도 허용 △상장사와 전문투자자 등록법인 등 소위 영리법인의 매매 허용 등 크게 2단계로 나뉘어 추진된다.

가이드라인에는 가상자산 거래소가 가상자산을 매도할 때는 2개 이상 원화거래소에 분산매도해야 하며 1일 동안 최대 매도 가능한 물량은 전체 매도계획 물량의 10% 이하로 해야 하는 등이 규정돼 있다.

또 가상자산사업자가 매도할 수 있는 요건으로는 △법인세 등 세금 납부 △인건비 등 운영경비 충당 △기타 법정의무 채무불이행의 명백한 우려가 있는 경우 등 3가지를 제시했다. 코인원은 이 가운데 ‘인건비 등 운영경비 충당’ 목적 매각이라고 공시했다.

업계에서는 코인원의 이번 가상자산 매각은 보유한 가상자산과 현금자산 리밸런싱, 자산 운용 투명성 제고 등 차원에서 이뤄졌다고 바라본다.

앞서 6월 비영리법인 월드비전이 업비트를 통해 이더리움을 매도한 바 있다. 이는 비영리단체가 공익 목적으로 가상자산을 현금화한 첫 사례다.

시장은 코인원이 자체 보유한 가상자산을 매도하며 금융당국의 가이드라인에 따라 매도계획을 공시하고 실제 거래까지 단계적으로 이행하고 있는 최초의 가상자산 거래소라는 점에서 어떤 사례를 만들어갈지 주목한다.

금융당국은 2월 ‘법인의 가상자산 시장 참여 로드맵’을 발표한 뒤 상반기 중 비영리법인 가상자산 내부통제기준과 가상자산 거래소의 가상자산 매각 가이드라인을 마련했다.

6월1일부터 비영리법인과 가상자산 거래소의 가상자산 매도가 허용됐고, 월드비전과 코인원의 매도 사례가 각각 발생했다.
 
코인원 거래소 가상자산 첫 매도, 법인 참여 로드맵 본격화에도 당국은 '멈칫'

▲  금융위원회는 2월 법인의 단계적 가상자산시장 참여 촉진 로드맵을 발표했다. <금융위원회>

로드맵에 따르면 하반기부터는 상장회사, 전문투자자 등록법인 등이 가상자산을 매매할 수 있게 된다. 하지만 현재 금융당국은 관련 가이드라인 구체화나 로드맵 후속 조치를 마무리하지 못한 상태다. 

이에 시장 참여 주체가 늘어나는 만큼 금융당국이 제도화 속도를 높이지 않으면 혼란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법인의 가상자산 시장 참여와 관련한 변수로 금융당국 조직 개편이 꼽히는 이유다.

기존 가상자산업계는 금융위원회 산하 금융정보분석원(FIU)과 금융감독원의 관리감독 아래 있었다.

금융감독원이 이전 디지털자산 감독조직 확대 파트 신설을 예고한 바 있지만 부처별 권한 및 역할배분이 확정되기 전까지 실제 감독체계 전환은 속도가 더딜 수 있다. 더불어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존립 여부도 확정되지 않은 상황이다.

실제 여러 법인이 가상자산 시장 참여에 관심을 가지고 검토하고 있지만 더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하는 것도 금융당국 개편 결과와 부가적 규제를 알 수 없기 때문인 것으로 파악된다.

앞서 금융당국은 2월 법인의 가상자산시장 참여 로드맵을 발표하며 “올해 하반기부터 가상자산 매매 법인 대상 자금세탁방지 등을 목표로 한 보완 가이드라인과 모니터링 방안을 마련해 발표하겠다”고 말했다.

5월 보도자료에서는 “상장법인 및 전문투자자로 등록한 법인에 대한 실명계좌 발급 방안을 하반기 발표하려 한다”며 “이와 관련한 자금세탁방지 방안도 추가로 발표하겠다”고 했지만 아직 구체적으로 알려진 내용은 없다. 김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