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KB금융과 신한금융, 하나금융, 우리금융 등 4대 금융지주가 최근 2분기 실적을 발표했다. 그 어느 때보다 주주환원 정책을 향한 기대감이 높았던 2분기, 실적발표 전면에 4대 금융 지주 최고재무책임자(CFO)들이 나섰다. 밸류업시대, 4대 금융이 앞다퉈 주주환원에 힘을 주면서 지주 CFO 역할이 더욱 주목받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가 4대 금융 CFO를 조명해본다.

-글 싣는 순서
① 밸류업의 핵심 ‘보통주자본비율’을 관리하는 사람들
② 주주환원의 새 기준 제시한다, KB금융 양종희호 새 곳간지기 나상록
③ 신한금융 밸류업 키워드는 ‘소통’과 ‘속도감’, 진옥동의 선택 천상영
함영주 연임 숨은 공신 하나금융 박종무, 주주환원 확대 ‘이상무’
⑤ 지주 출범부터 밸류업까지, 우리금융 임종룡의 ‘믿을맨’ 연륜의 이성욱


[비즈니스포스트] “내부통제와 리스크 관리를 내재화하고 하나금융이 창사 이래 최대 경영실적 달성과 역대 최고 주가를 경신하는데 기여해 그룹을 양적, 질적으로 성장시켰다.”

올해 초 하나금융지주 이사회가 함영주 하나금융 대표이사 회장의 연임을 추천하면서 내놓은 평가다.
 
연임 이유 중 하나로 '역대 최고 주가 경신'을 명시하고 있다.

회장의 연임을 가능하게 한 '최고 주가 경신'의 목표를 조용히 끌고 가고 있는 인물이 있다. 박종무 하나금융 그룹재무부문장(CFO)이다.
 
‘밸류업(기업가치 제고)’ 기조를 실무에서 실현하며 함 회장의 연임 성공에 힘을 실은 ‘숨은 공신’으로 평가받는다.
 
[4대금융 CFO 4인4색] 함영주 연임 숨은 공신 하나금융 박종무, 주주환원 확대 '이상무'

▲ 박종무 하나금융지주 그룹재무부문장(CFO)이 2분기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하나금융그룹>


31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박종무 CFO는 하나금융의 기업가치 제고 전략을 안정적으로 이끌고 있다는 평을 듣는다.

국내 투자자들 사이에서 하나금융은 대표적 ‘환율 민감주’로 꼽힌다. 변동성이 크다는 점은 기업가치 측면에서 약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구조적 제약에도 하나금융 주가는 올해 들어서만 50% 이상 급등했다. 연초 5만6800원이던 주가는 최근 8만6천 원대에서 움직인다.

흔들림 없이 밸류업을 추진한 박 CFO의 역량이 뒷받침 된 결과로 여겨진다.

밸류업 계획의 ‘흔들림 없는 이행’은 함 회장이 특히 강조하는 지점이다. 밸류업 계획은 세우는 것보다 이행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함 회장은 지난해 말 탄핵 정국이 시작되면서 금융시장 불확실성이 커지자 곧바로 금융당국·중앙은행·투자자 등에 주주서한을 보내 밸류업 계획의 흔들림 없는 실행을 약속하기도 했다.

그는 주주서한에 “금융 불확실성이 증대된 현재 상황 속에서 하나금융그룹은 개인과 기업이 경제활동을 안정적으로 영위할 수 있도록 금융 본연의 역할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내용을 담았다.

그러나 사실은 높은 환율 민감도가 밸류업 계획을 이행해야 하는 박 CFO에게 어려운 문제일 수밖에 없다.

환율 변동성에 대한 고민은 하나금융 밸류업 계획에도 담겨 있다고 여겨진다.
 
하나금융은 밸류업 계획에서 보통주자본(CET1)비율 목표치를 13.0~13.5%라는 ‘구간’으로 설정했다. 기존 관리 목표치였던 13.5%에서 일정 구간을 허용해 탄력적 자본 활용이 가능하도록 수정한 것이다.

다만 KB금융지주나 신한금융지주가 보통주자본비율 목표치를 13.0%로 설정한 것과 비교하면 하나금융이 환율 변동성 버퍼(완충 구간)를 남기지 않을 수 없었던 것으로 읽힌다.

자산건전성 관리와 적극적 주주환원책을 병행해야 하는 것이 CFO로서 부담일 수밖에 없는 셈이다.

올해 상반기 하나금융의 실적발표에서도 이런 고민이 엿보인다.

하나금융은 2025년 상반기 연결기준 2조3010억 원의 순이익(지배주주 기준)을 냈다. 역대 최대 실적이다.

그러면서 2천억 원 규모 추가 자사주 매입·소각 계획을 발표했는데 시장에서는 기대치에 비해 보수적이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미국 관세 협상 등 환율 변동성 확대 요인들이 남아있었다는 점에서 숨고르기 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럼에도 앞으로의 하나금융 주주환원에 대한 시장 기대감은 여전하다. 시장에서는 하나금융이 하반기 더 큰 추가 주주환원 계획을 내놓을 것으로 본다.

중장기적으로는 하나금융 주주환원 속도가 밸류업 로드맵을 충실히 따라갈 것이라는 점에도 의구심이 없다.
 
[4대금융 CFO 4인4색] 함영주 연임 숨은 공신 하나금융 박종무, 주주환원 확대 '이상무'

함영주 하나금융지주 대표이사 회장이 밸류업 계획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하나금융그룹>


증권가에서는 오히려 하나금융 목표주가를 잇달아 높여 잡았다.

은경완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경쟁은행들과 비교해 3분기 자사주 매입·소각 규모가 아쉽게 다가올 수 있다”면서도 “4분기 2천억 원 내외의 추가 발표를 예상한다”고 말했다.

조아해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연초 높은 원/달러 환율 변동성에도 위험가중자산(RWA) 관리 능력을 증명했다”며 “내년에도 이와 같은 흐름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하나금융 주가 레벨업을 이끌고 있는 박 CFO의 역할이 주목받는 이유다.

박 CFO는 함 회장의 첫 임기 중반이던 2023년 1월 지주 CFO에 선임됐다. 

함 회장이 하나은행장일 때 은행 재무부서에서 일하면서 호흡을 맞췄던 인연이 있다. ‘함영주 사단’ 재무라인의 핵심 인사로 평가된다.

CFO는 모든 금융지주에서 중책이지만 하나금융의 CFO는 더욱 무게감이 큰 자리로 여겨진다. 지주나 은행 CFO 출신 인사가 계열사 수장으로 이동하는 일이 잦아서다. 하나은행장을 역임했던 이승열 하나금융 부회장도 지주 CFO 출신이다.

박 CFO는 하나금융지주뿐 아니라 은행과 증권에서 고루 경력을 쌓은, 그룹 내 대표적 재무전문가다.

1967년생으로 연세대 행정학과를 졸업하고 카이스트에서 금융MBA 석사를 취득했다.

하나은행에서 경영관리부 팀장, 철산동지점장, 재무기획부장, 여의도금융센터지점장 등을 맡았다. 이후 하나증권 경영관리그룹장(CFO)를 거쳐 하나금융지주 그룹재무총괄(CFO) 상무에 올랐다.

2024년에는 그룹재무부문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지난해 말 연임에 성공해 2025년 말까지 지주 CFO직을 이어간다. 조혜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