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이병학 농심 대표이사 사장이 해외시장 공략에 경영 역량을 집중하고 있는 가운데 K-컬처를 타고 해외에서 실적 반등의 계기를 마련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사진은 3월21일 농심 제61기 정기주주총회에 나선 이병학 사장. <연합뉴스>
이병학 농심 대표이사 사장은 올해 해외시장 공략을 본격화하는 시점에 K-컬처 부상으로 뜻밖의 호재를 만났다. 이병학 사장이 하반기 해외에서 실적 반등의 계기를 마련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30일 금융정보회사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농심의 2분기 연결기준 영업이익 컨센서스(증권가 추정치 평균)는 490억 원으로 집계됐다. 2024년 2분기보다 12.2% 증가한 수치다. 추정치 대로면 2023년 3분기 이후 7개 분기 만에 전년대비 영업이익을 개선하게 된다.
다만 농심의 2분기 영업이익을 향한 시장의 눈높이는 지난달 510억 원 수준에서 꾸준한 하락세를 나타냈다. 해외시장에서 신제품 ‘신라면툼바’ 유통 채널을 확대하기 위한 초기 마케팅 비용이 지속 발생했기 때문이다.
농심은 국내 라면업계에서 매출 기준 절반이 넘는 점유율로 1위 자리를 단단히 하고 있지만 해외에서의 위상은 크게 못 미친다. 내수 경기 침체가 장기화하는 가운데 낮은 해외 매출 비중은 농심 수익성의 발목을 잡아왔다.
한 주주는 주주총회에서 “라면 업계의 영업이익률은 일본이 18∼23%, 삼양식품은 18%인데 농심은 4∼5% 수준”이라며 해외시장 진출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 사장은 해외시장 확대를 올해 최우선 경영 목표로 설정하고 현지 마케팅 강화·증설투자·신제품 출시 등에 동시다발적으로 나서고 있다.
농심은 지난 21일 신라면의 새 글로벌 슬로건 ‘Spicy Happiness In Noodles’(SHIN, 라면에 담긴 매콤한 행복)를 발표했다. 새 슬로건은 국내외 18종 신라면 제품 포장 디자인에 차례로 적용된다. 농심이 신라면의 국내외 통합 브랜드 슬로건을 만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4월과 6월에는 페루 마추픽추와 일본 도쿄에 각각 체험형 매장 ‘신라면 분식’ 1호점, 2호점을 열었다. 농심은 세계 주요 랜드마크에 신라면 분식을 확대하고 글로벌 브랜드 인지도를 강화할 계획을 갖고 있다.
수출용 라면 생산능력 확대를 위한 증설 투자도 진행 중이다. 농심은 5월 ‘부산 녹산 수출전용공장’ 착공에 들어갔다. 내년 하반기 가동을 시작하면 연간 수출용 라면 생산 능력이 기존 7억 개에서 12억 개로 2배 가까이 늘게 된다.
이 사장이 해외시장 공략에 전방위적으로 나서는 가운데 농심은 최근 큰 호재를 만났다. 6월 넷플릭스에 공개된 뒤 영화 부문 1위에 오른 ‘케이팝 데몬 헌터스(이하 케데헌)’ 덕에 예기치 않은 글로벌 마케팅 효과를 보게 된 것이다. 케더헌에는 극중 주인공들이 컵라면과 과자 등 한국 음식을 먹는 장면이 나오는데 해당 제품이 신라면과 새우깡을 연상시킨다는 게 시청자들의 지배적 평가다.
3월에는 세계적 K팝 스타 제니가 미국의 유명 토크쇼에 출연해 농심 ‘바나나킥’을 직접 들고 나와 가장 좋아하는 간식으로 소개하면서 큰 화제를 모았다.
농심은 4월 발빠르게 47년 만의 킥시리즈 신제품 ‘메론킥’을 출시하고 글로벌 마케팅 강화에 나섰다. 연내 새로운 과일맛 신제품을 추가하고 킥시리즈를 글로벌 브랜드로 육성한다는 방침을 정했다. 올 하반기부터 바나나킥과 메론킥을 미국, 일본, 중국으로 본격 수출하는데 마케팅 효과를 톡톡히 볼 것으로 예상된다. 농심은 스낵 사업을 면류에 이은 ‘제2의 코어 사업’으로 키운다는 방침을 정했다.

▲ 농심 일본 하라주쿠 ‘신라면 분식’ 매장 외관. <농심>
다만 마케팅비를 쏟아 부으며 판매채널을 넓혀왔지만 지금껏 농심의 최대 해외시장 미국에서 입점 속도가 더뎠다. 4월 월마트 1천 개 점포, 5월 코스트코 로스앤젤레스(LA) 일부 매장에 입점했으나 매출 성과는 미미한 것으로 파악된다.
증권업계에서는 농심이 하반기 추가적 미국 대형 유통채널 입점을 통해 신제품 효과를 가시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농심은 5월 기업가치 제고계획을 통해 2030년 매출 7조3천억 원을 달성하고 영업이익률을 10%로 올리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농심 매출은 3조4387억 원, 영업이익률은 4.7%였다. 해외 매출 비중은 지난해 37%에서 2030년 61%까지 끌어올리는 게 목표다.
3월 출범한 농심 유럽 법인 실적도 3분기에는 본격 반영될 것으로 전망된다.
손현정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농심은 2분기를 저점으로 하반기 실적 정상화 구간에 진입할 것”이라며 “신라면툼바 성과 가시화, 유럽 법인 정상화 등으로 올 하반기부터 내년 1분기까지 구조적 실적 상승 모멘텀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농심은 5월 기업가치 제고계획을 통해 2030년 매출 7조3천억 원을 달성하고 영업이익률을 10%로 올리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농심 매출은 3조4387억 원, 영업이익률은 4.7%였다. 해외 매출 비중은 지난해 37%에서 2030년 61%까지 끌어올리는 게 목표다.
이 사장이 두 번째 대표 임기 첫 해 2030년 목표 달성을 향한 주춧돌을 놓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 사장은 충남대학교 농화학과를 졸업한 뒤 1985년 농심에 입사해 36년 동안 생산현장에서 근무한 생산 전문가다. 농심 대표이사를 맡기 전까지는 생산부문장으로 일했다. 3월 농심 정기 주주총회에서 사내이사에 재선임되며 두 번째 대표 임기를 시작했다. 허원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