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HD현대중공업의 2025년도 노사 임금협상이 여름 휴가철을 넘기며 장기전으로 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앞서 회사 측이 마련한 ‘업계 최고 수준’의 잠정합의안이 노조원 투표결과 반대 64%로 부결되고, 추가 잠정 합의안 마련에 양측이 난항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HD현대중공업 임금협상 난항으로 장기전 가나, 이상균 호실적에도 속앓이 

▲ HD현대중공업 노사의 올해 임금협상이 길어질 조짐이 보이고 있다. 이상균 HD현대중공업 대표이사 사장이 올해 호실적을 근거로 더 많은 몫을 요구하는 노동조합의 요구에 대응해 조속한 타결을 이끌어낼지 주목된다. <  HD현대중공업 >


노조는 가파르게 상승한 회사의 실적을 근거로 더 높은 수준의 보상을 회사에 요구하고 있다. 일부 조합원들은 앞서 타결한 한화오션 노사의 성과급 보상이 HD현대중공업보다 높은 수준이라며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30일 HD현대중공업과 노조 안팎 취재를 종합하면 양측은 여름휴가(8월4일~8월14일) 전 임금협상 타결이 힘들다는 데 공감하고 있다. 

지난 29일 노사 양측은 잠정합의안이 부결된 지 1주일 만에 처음으로 본교섭을 가졌으나, 처우개선과 관련해 여전히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특히 이날 교섭에서는 성과급 산출 기준과 관련한 논의가 있었다. 노조 측은 성과급 지급 여부를 결정하는 회사 영업이익률 초과 기준을 기존 ‘7.5% 이상’에서 ‘5%’로 낮춰달라고 요구했다.

회사 실적이 탄탄한 만큼 영업이익률 기준 달성은 무난할 것으로 보고, 5%로 기준을 낮추면 성과급 지급 규모가 1.5배 가량 늘어난다는 게 노조 고위 관계자 설명이다.

HD현대중공업 사측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조선업 호황 국면에서 타사 대비 상대적으로 지급 수준이 적다는 게 노조 측의 주장"이라며 "현재 성과급 체계는 불황기에도 최소한의 지급을 보장하도록 설계돼 있다"고 말했다.   

지난 22일 한화오션의 임금협상이 타결됐는데, 이를 바라보는 HD현대중공업 노사의 시선도 명확하게 엇갈리고 있다.

사측은 HD현대중공업 잠정합의안이 한화오션 임협 타결안보다 더 나은 보상 수준이라고 주장하는 반면, 노조 측은 한화오션 타결안이 실질적으로 더 나은 수준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기본급 인상폭만 놓고 보면 HD현대중공업 잠정합의안이 13만3천 원, 한화오션 타결안이 12만3262원으로 HD현대중공업이 더 높다. 

하지만 한화오션의 경우 △직무환경 수당 신설 △가족수당 인상 △현장수당 인상 등을 합쳐 3만~6만2천 원의 인상효과가 더해지는 만큼 실질적으로 HD현대중공업 잠정합의안이 더 낮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노조는 기본금 인상과 근속수당 1만 원 인상 등을 요구하고 있다.

노조는 과거 2010년대 조선업 장기 불황 국면에서 노동자들이 낮은 임금인상, 희망퇴직 등을 감내해온 만큼 최근 호황 국면에서 벌어들인 이윤에 ‘더 많은 몫’을 배분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회사는 31일 2분기 실적을 발표할 예정으로, 이번 분기에도 가파른 실적 성장이 예상된다. 

증권업계가 추정한 HD현대중공업 연결기준 2분기 실적은 매출 4조1081억 원, 영업이익 4680억 원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매출은 5.8%, 영업이익은 139.2% 증가하는 것이다.

이상균 HD현대중공업 대표이사 사장은 실적이 성장하는 데 반해 최근 노조와 임협에 쉽게 합의하지 못하며 속앓이를 하고 있다.

이 사장은 2020년 5월 현대중공업 조선해양사업 대표이사로 부임한데 이어 2021년 10월 HD현대중공업 대표이사로 선임됐다. 이후 회사의 실적 개선이 이어짐에 따라 매년 노조와 줄다리기를 반복하고 있다.
 
HD현대중공업 임금협상 난항으로 장기전 가나, 이상균 호실적에도 속앓이 

▲ HD현대중공업 사측과 노동조합 측이 지난 5월20일 2025년도 임금협상 교섭 상견례를 진행하고 있다. <전국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


2022년에는 9년만에 무분규 타결을 이끌어냈고, 2023년에도 추석 연휴 시작 전 타결을 이끌어내며 순항했다. 하지만 2024년에는 노조가 수차례 파업을 벌이는 등 2024년 11월 말에 이르러 타결했다.

김규진 현대중공업지부 정책기획실장은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과거 임금협상에서 기본급 인상폭이 2~3만 원에 그친 것이 누적돼 울산의 다른 주요 기업들과 격차가 커졌다”며 “과거 10년을 놓고보면 아직도 기본금 상승에서 모자란 부분이 많다”고 주장했다.

앞서 노조는 1차 잠정합의안이 마련되기 전 총 4차례 파업을 벌였는데, 앞으로 투쟁 수위를 높여나갈 계획을 세웠다.

김 실장은 “여름휴가 이후 조합원 여론 수렴과 함께 전열 재정비에 나설 것이며, 8월 말경 파업에 들어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사측 관계자는 “조속한 입협 타결을 위해 노조와 지속적으로 논의를 이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신재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