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저널] 김범수 SPC삼립 대표이사가 이재명 대통령 앞에서 안전에 대한 투자 확대와 야간근로 및 연속근무 축소를 약속했다.
김범수 대표는 7월25일 이재명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중대산업재해 발생 사업장 현장 간담회’에서 SPC그룹이 안전설비 확충, 위험 작업 자동화, 작업환경 개선, 장비 안전성 강화에 2027년까지 624억 원을 추가 투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날 김 대표는 근무 방식 개선도 약속했다. 공장 가동 시간을 하루 24시간에서 20시간 이내로 줄이고, 현재 50%를 차지하는 2조 2교대를 2027년까지 20%로 축소하겠다고 했다.
앞서 SPC그룹은 지난 2022년, 향후 3년간 작업장 안전 강화에 1천억 원을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은 바 있다.
SPC그룹의 후속 대책도 곧이어 27일 나왔다. 이날 SPC그룹은 대표이사 협의체인 ‘SPC 커미티’를 열고 생산구조 개선 계획을 만들어 발표했다.
생산직 노동자들의 8시간 초과 야근을 없애고 주간근무 시간도 점차 줄여 장시간 근무에 따른 사고 위험을 예방하겠다는 것이 핵심이다.
SPC 계열사들은 각각 실행 방안을 마련해 10월1일부터 이 계획을 전면 시행하기로 했다.
SPC삼립 시화공장에서는 앞서 5월 50대 여성 노동자가 크림빵 생산 라인 컨베이어에 윤활유를 뿌리는 일을 하다 기계에 끼여 사망했다.
또한 SPC그룹은 2022년 10월과 2023년 8월에도 SPL 평택 제빵공장과 샤니 성남공장에서 노동자가 숨지는 사고가 발생한 바 있다.
허영인 SPC그룹 회장은 2022년 사고 직후 “다시는 이러한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그룹 전반의 안전관리 시스템을 철저히 재점검하고 안전경영을 대폭 강화하겠다”고 약속했지만 회사의 안전은 개선되지 않았다.
이를 두고 시민사회와 노동단체에서는 오너인 허 회장이 직접 책임지지 않는 구조가 유지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실제로 2022년과 2023년 발생한 사망사고와 관련해서 강동석 당시 SPL 대표이사와 이강섭 당시 샤니 대표이사가 중대재해처벌법 위반으로 처벌받았거나 재판을 받고 있다. 하지만 허 회장에 대한 법적 처벌은 없었다.
사망사고가 아닌 부상사고에서는 아예 허 회장이나 대표이사의 사과조차도 없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김소희 의원이 2024년 10월 고용노동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0년 1월부터 2024년 6월까지 SPC 주요 4개 계열사에서 발생한 산업재해는 모두 572건에 이르렀다.
이 때문에 지난 5월 사망사고 이후에는 허 회장에게 중대재해처벌법을 적용하라는 시민단체와 노동단체의 요구가 빗발쳤다.
이 같은 상황에서 SPC그룹이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노동시간 축소 약속을 적극적으로 이행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재명 대통령의 면전에서 질책을 듣고 부랴부랴 급조한 대책이 아니냐는 시민사회의 의심을 해소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대통령은 “일주일에 나흘을 밤 7시부터 새벽 7시까지 풀로 12시간씩 일한다는 것이 가능한 일인지 의문이 든다”며 SPC그룹의 업무환경을 질타한 바 있다.
대통령실은 27일 SPC그룹의 계획에 대해 “(이 대통령이) 산재 사망사고가 거듭 일어나는 사업장을 방문해 과도한 노동시간이나 연속근로가 문제가 될 수 있음을 지적했고, 이 지적에 대해 기업이 움직임을 보였다”면서 “이 대통령이 생명을 귀히 여기고 안전을 위한 비용을 충분히 감수하는 사회가 돼야 한다는 바람과 당부를 전한 지 이틀 만에 변화로 답한 것”이라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이승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