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윤석열 전 대통령을 중심으로 12·3 계엄선포 사태를 옹호하던 이른바 '계몽령 세력'이 제21대 대통령선거 무대에서 밀려나고 있다. 

이들은 윤 전 대통령이 헌법재판소에서 탄핵심판을 받는 과정에서 한남동 관저 앞 시위 등으로 한때 '정국의 핵심'으로 떠올랐으나 유권자의 심판이 이뤄지는 대선에서 급격히 세력이 쪼그라들고 있다. 대선 뒤에 정치적 위상이 더욱 떨어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자유통일당 대선 후보 사퇴·김계리 국힘 입당 보류, 대선 막판 밀려나는 '계몽령 세력'

▲ 구주와 전 자유통일당 대선 후보. <연합뉴스>


20일 정치권 움직임을 종합하면 구주와 전 자유통일당 대선 후보가 사퇴하고 김계리 변호사의 국민의힘 입당이 보류되는 등 12·3 비상계엄 지지 세력의 정치적 위상이 추락하고 있다. 

앞서 구주와 전 후보는 전날인 19일 서울 여의도 자유통일당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선 후보직 사퇴와 함께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 지지를 발표했다.

자유통일당은 전광훈 목사를 중심으로 구성된 정당이며 구 전 후보는 12·3 비상계엄을 주도한 혐의로 구속기소된 김용현 전 국방부장관의 변호를 맡고 있다.

국민의힘 측은 이에 대해 아직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국민의힘은 대선 승리를 위해 '중도 외연 확장'이 급한 만큼 계엄 지지 세력과 결합되는 모습을 부담스러워 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실제 국민의힘은 17일 '윤석열 이슈'를 가까스로 매듭지었다. 더불어민주당과 다수 여론은 윤 전 대통령의 출당 또는 제명을 요구했으나 윤 전 대통령의 자진 탈당으로 일단락 됐다.

윤 전 대통령의 탄핵심판 변호를 맡았던 김계리 변호사의 국민의힘 입당 신청도 사실상 보류됐다. 김 변호사는 윤 전 대통령의 탄핵심판 당시 "계엄으로 계몽됐습니다"라는 발언을 한 것으로 잘 알려졌다.
 
자유통일당 대선 후보 사퇴·김계리 국힘 입당 보류, 대선 막판 밀려나는 '계몽령 세력'

윤석열 전 대통령(가운데)이 4월19일 서울 서초구 한 식당에서 탄핵심판 변호를 맡은 김계리 변호사(왼쪽)와 식사를 하면서 기념 사진을 찍고 있다. <김계리 변호사 페이스북>


김 변호사는 17일 국민의힘 입당을 신청한 뒤 승인 메시지를 받았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이후 자격 심사가 필요한 인물로 분류해 심사위원회를 통해 입당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국민의힘이 이처럼 계몽령 세력과 거리를 두는 것은 계속 계엄 옹호 세력과 얽히는 것은 대선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임을 숨기지 않았다.

신동욱 국민의힘 공동선대위 수석대변인은 20일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김 변호사의) 입당은 적절치 못하다고 본다"며 "정치적 상징성이 있어 부담되는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양향자 국민의힘 공동선대위원장도 19일 MBC 라디오 '권순표의 뉴스하이킥'에서 "친윤으로 불리며 호가호위했던 분들에게 자숙하라는 말을 전하고 싶다"며 "김계리 변호사를 개인적으로는 잘 모르지만 굳이 논란을 만들 필요 없다"고 말했다.

정치권에서는 '선거라는 현실'에서 당연한 수순으로 바라봤다. 

박원석 전 국회의원은 19일 YTN '뉴스PLUS'에서 "윤 전 대통령 탈당이 사실 많이 늦어서 효과가 반감됐다"며 "이러한 상황에서 윤 전 대통령을 변호하며 김 변호사가 입당하면 윤 전 대통령 탈당이 아무 의미 없어지고 이는 확장성의 걸림돌로 작용할 수 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특이한 대목은 윤 전 대통령 탄핵심판 과정에서 '아스팔트 우파' 세력의 탄핵 반대 집회 연단에 올랐던 국민의힘 중진 의원들이 일제히 침묵하고 있다는 점이다. 

당시 탄핵 반대 집회에는 윤상현, 나경원 의원 등이 단골로 연단에 올랐다. 이들은 윤 전 대통령의 체포를 막기 위해 서울 한남동 관저 앞에서 인의 장막을 치기도 했다. 그런데 이제 대선을 맞아서는 윤 전 대통령과 사실상 거리두기에 나선 모양새이다. 

한편 이들 계몽령 세력이 대선 이후 어떤 정치적 위상을 가질 것인지는 전망이 엇갈린다.

윤 전 대통령이 형사재판에서 중형을 선고 받는 등 정치적 위상이 추락하면서 동반 추락할 것이라는 관측이 다수를 이룬다. 하지만 대선 이후 국민의힘에 정개개편의 바람이 분다면 일정한 정치적 지분을 챙길 수도 있다는 전망도 조심스레 나온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탄핵심판 과정에서 아스팔트 우파와 함께 움직였던 당내 중진들이 대선 이후 어떻게 움직이느냐에 따라 아스팔트 우파의 정치적 위상이 달라질 공산이 크다"고 말했다. 최재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