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점점 멀어지는 구글, 모바일 동맹에서 스마트폰 경쟁자로 급부상

▲ 삼성전자와 구글 관계가 멀어지고 있다. 스마트폰에서 경쟁자가 되고 있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구글이 자체 제작한 스마트폰 ‘픽셀’ 시리즈 판매를 강화하며, 인공지능(AI) ‘제미나이’를 중심으로 한 독자 모바일 생태계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다.

구글은 그동안 삼성전자와 ‘안드로이드 동맹’을 형성하며 소프트웨어를 공유하고, 하드웨어 제조를 주로 삼성전자에 맡겼다. 하지만 최근 구글이 자사 안드로이드 생태계 확산을 위해 본격적인 하드웨어 공급 확대에 나서면서, 삼성전자와 구글의 오랜 동맹 관계가 점차 경쟁 관계로 변하고 있다.

26일 전자 업계 취재를 종합하면 구글은 올해 하반기 출시하는 스마트폰 ‘픽셀 10’ 시리즈에 삼성전자 대신 TSMC가 생산하는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텐서 G5’ 칩셋을 탑재한다.

지난해 출시된 ‘픽셀 9’ 시리즈의 ‘텐서 G4’ 프로세서는 삼성전자 4나노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공정으로 제작됐는데, 텐서 G5는 TSMC 3나노 기술을 활용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또 통신 모뎀, 비디오코덱, 디스플레이 컨트롤러 등 주요 부품들도 다른 제조사로 변경하면서 삼성전자 의존도를 대폭 낮추기로 했다.
 
삼성전자와 점점 멀어지는 구글, 모바일 동맹에서 스마트폰 경쟁자로 급부상

▲ 구글의 스마트폰 '픽셀 9'. <연합뉴스>

미국 IT 전문매체 폰아레나는 “구글은 그동안 이미 스마트폰 칩을 생산할 전문성과 공장을 가지고 있는 삼성과 협력해왔다”며 “하지만 텐서 G5 제조는 더 이상 삼성과 협력하지 않을 것이며, 이는 구글의 스마트폰 제조 여정에서 큰 변화이자 처음 있는 일”이라고 보도했다.

구글은 이미 스마트폰에서 삼성전자의 새로운 경쟁자로 떠오르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트랙카운터에 따르면 구글 픽셀 시리즈는 2023년 기준 미국 시장점유율이 약 4% 수준에 불과했다. 하지만 지난해 10월에는 점유율이 14% 수준까지 치솟으며 삼성전자(점유율 23%)와 격차를 10%포인트 내로 좁혔다.

올해는 구글 스마트폰 약진이 더 가속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올 하반기 출시 예정인 픽셀 10 시리즈가 기대를 모으고 있는 가운데 올 상반기 출시를 앞둔 중저가 스마트폰 ‘픽셀 9a’ 판매도 증가할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픽셀 9a는 삼성전자 중저가 스마트폰 제품인 ‘갤럭시 A56 5G’와 같은 499달러로 출시되며 직접 경쟁을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다양한 성능 측면에서 갤럭시 A56 5G보다 우위에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픽셀 9a는 갤럭시 A56보다 13g 가벼우면서도 더 큰 배터리(5100mAh, 갤럭시 5천mAh)가 들어간다. 일각에서는 픽셀 9a에 들어간 ‘텐서 G4’ 칩이 갤럭시 A56에 탑재된 ‘엑시노스1580’보다 성능이 좋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미국 IT매체 엔가젯은 “구글 픽셀 9a는 499달러의 가격에 듀얼 카메라, 텐서 G4 칩을 탑재하고 구글의 모든 AI 기능을 제공한다”며 “중급형 스마트폰의 왕이 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삼성전자와 점점 멀어지는 구글, 모바일 동맹에서 스마트폰 경쟁자로 급부상

▲ 구글이 자사 스마트폰용 프로세서(AP)인 텐서 G5 칩부터 삼성전자가 아닌 TSMC 파운드리를 활용할 예정이다. 사진은 구글 텐서 프로세서 홍보용 이미지. <구글>

삼성전자는 프리미엄 스마트폰에서 애플과 힘겨운 경쟁을 벌이고 있는데, 이에 더해 중저가 시장에서는 구글과 시장 파이를 나눠야 하는 ‘샌드위치’ 상황에 놓인 셈이다.

특히 전체 스마트폰 판매량의 60~70%가 중저가 제품인 삼성전자는 구글의 하드웨어 사업 강화에 악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구글의 하드웨어 사업 확대는 스마트폰뿐 아니라 앞으로 로봇, 자율주행차 등으로 더 다양해질 전망이다.

구글은 기존 소프트웨어 기술력을 기반으로 직접 하드웨어까지 설계함으로써 안드로이드 생태계에서 더 큰 영향력 행사하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현재 구글이 신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는 AI, 양자칩, 자율주행 등은 모두 하드웨어 위에서 구현되는데, AI 기술 발전에 따라 스마트폰은 모든 기기를 연결하는 핵심 플랫폼이자, 소비자와 직접적 접점이 되기 때문에 구글의 스마트폰 사업 확대 속도는 더 빨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앞으로 삼성전자와 스마트폰은 물론 로봇 등 다양한 하드웨어 사업에서 경쟁 관계를 형성할 것으로 분석된다.

IT 업계 관계자는 “AI 기술이 IT기기에 본격적으로 접목되면서 하드웨어 중요성이 더 커지고 있다”며 “이에 대응해 구글은 하드웨어 사업을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있으며, 연간 20~30% 성장을 목표로 삼고 있다”고 말했다.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