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하태경 보험연수원장이 대형 법인보험대리점(GA) 인카금융서비스 사외이사로 내정된 뒤 보험업계 안팎에서는 여러 의견이 나오고 있다.

하 원장과 인카금융서비스는 기업과 업계의 건강한 성장을 위한 자문 역할이라 설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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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태경 보험연수원장이 대형 법인보험대리점(GA) 인카금융서비스 사외이사로 내정되며 보험업계 전반이 술렁이고 있다.


하지만 ‘판매수수료 개편’ 등으로 어느 때보다 보험사, GA, 금융당국 사이 긴장이 팽팽한 지금 하 원장의 움직임은 ‘GA 업계 정치적 목소리 키우기’가 아닐지 주목받을 수밖에 없다.

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GA 인카금융서비스는 28일 정기주주총회를 열고 하태경 보험연수원장을 사외이사로 신규 선임하는 건을 의결한다.

주주총회를 마치면 하 원장은 1년 임기를 받으며 보험연수원장과 인카금융서비스 사외이사를 겸직하게 된다.

인카금융서비스는 매출규모로 GA 업계 1~2위권을 다투는 대형 GA로 코스닥 상장사기도 하다. GA는 보험상품 영업 및 판매를 전문으로 하는 회사다.

하 원장의 겸직을 놓고 보험업계 안팎에서는 여러 의견이 나왔다.

보험연수원이 영리기관이 아니라 해도 1994년 설립 당시부터 보험사들이 출연한 기관이다. 이 기관의 원장이 특정 GA 사외이사를 맡으면 그 회사 및 업계 의견에 힘이 실릴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인카금융서비스 관계자는 하 원장 내정을 놓고 “GA와 보험연수원 사이엔 이해관계가 거의 존재하지 않아 특혜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하 원장은 현재 보험연수원장이며 이전 정치 경력도 길어 기관 운영에 조언을 구할 수 있는 인물이라고 평가된 것”이라고 말했다.

보험연수원 역시 하 원장의 사외이사 진입은 “GA 업계와 회사의 건전한 성장을 지원하기 위한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보험 영업 시장이 GA 중심으로 재편되며 금융당국도 주시하고 있다 보니 ‘보험연수원장과 GA 사외이사 겸임’에는 시선이 쏠릴 수밖에 없다.

최근 GA들의 규모가 커지며 소속 설계사들에게서 발생하는 불완전판매나 부당승환 계약 문제도 함께 도마 위에 올랐다.

이에 따라 금융당국이 GA를 대상으로 보험판매수수료체계 개편 등 제도 변경을 추진하며 긴장감은 더 높아졌다.

특히 판매수수료체계 개편안을 놓고 GA 업계와 보험사, 금융당국 사이 의견 차이는 쉽게 좁혀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판매수수료는 보험 설계사가 보험상품을 판매하고 받는 대가를 말한다. 신계약 유치 경쟁이 심화한 뒤 설계사에게 판매수수료를 선지급하는 게 업계 관행으로 자리 잡았다.

다만 현재 보험 판매채널 대부분에서 1~2년 차에 설계사에게 수수료를 집중적으로 지급하고 그 뒤에는 사실상 수수료 지급이 없거나 미미해 과당경쟁과 불완전판매를 유발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에 금융당국은 소비자 권익 증진을 목표로 보험설계사에게 지급되는 수수료율을 공개하고 기존에 계약 1~2년 안에 선지급되던 수수료 분급 기간을 3~7년 동안 매월 분할 지급하는 개편 방안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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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태경 보험연수원장이 지난해 10월 기자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일각에서는 인카금융서비스가 ‘정치인’ 출신 하 원장을 영입한 것도 대외적 목소리에 힘을 실으며 보험사 및 금융당국과 얽히고설킨 관계를 풀어나가려는 게 아니냐고 바라본다.

통상 금융회사들이 대관 업무를 위해 금융감독원 등 ‘관 출신’을 선임하는 배경과 비슷한 셈이다.

하 원장은 보험연수원장을 맡기 전 국민의힘 출신으로 3선 국회의원을 지낸 만큼 정치적 네트워크가 두터운 인물로 평가된다. 

앞서 2023년 김용태 전 국회의원이 한국보험대리점협회(GA협회) 협회장으로 영입될 당시에도 GA 업계에서 정치적 영향력을 넓히고 있다는 의견이 제기된 바 있다. 김 회장은 하 원장과 마찬가지로 국민의힘 출신 3선 국회의원이다.

하 원장은 1968년 부산에서 태어나 부산 브니엘고등학교와 서울대학교 물리학과를 졸업, 중국 길림대학교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2011년 한나라당(현 국민의힘)에 입당한 이후 19대부터 21대까지 부산 해운대구갑 선거구에서 3선에 성공했다.

하 원장은 지난해 9월2일 보험연수원장으로 정식 취임한 뒤 지난해 10월 기자간담회에서 “이제 정치인이 아닌 금융인”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김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