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휴머노이드 사업에 새 경쟁자, 테슬라 이어 중국 존재감도 커진다 

▲ 21일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글로벌 개발자 콘퍼런스에 유니트리 휴머노이드가 관람객에 둘러싸여 있다. <연합뉴스>

[비즈니스포스트] 현대차그룹의 로봇기업 보스턴다이내믹스가 휴머노이드(인간형 2족 보행 로봇) 경쟁사로 꼽혔던 테슬라 외에 중국 업체의 도전까지 직면한 것으로 보인다. 

유니트리를 비롯한 중국 휴머노이드 기업이 정부 지원을 등에 업고 기술력 및 가격 경쟁력을 빠르게 확보하면서 시장의 강자로 떠오르고 있다. 

26일 중국 매체 이차이글로벌에 따르면 미국 소재 로보틱스&AI연구소(RAI)는 유니트리 휴머노이드 및 다른 형태 로봇 여러 대를 구매해 기능을 분석했다. 

RAI는 마크 레이버트 보스턴다이내믹스 설립자 겸 대표가 운영하는 연구소로 보스턴다이내믹스의 휴머노이드 개발 파트너다. 

휴머노이드는 그동안 보스턴다이내믹스와 테슬라가 선두 주자로 꼽혔는데 경쟁사 제품을 확보해 분석을 시도했을 정도로 중국 존재감이 커진 것이다. 

유니트리는 알리바바의 지원을 받는 중국 로봇 전문기업이다. 최근 중국 춘절에 16대의 휴머노이드 H1의 군무를 선보이며 기술력을 과시했다. 

앞서 레이버트 RAI 대표는 24일 미국 휴스턴에서 열린 ‘3D익스피리언스 월드’ 행사에 참석해 이차이글로벌에 “경쟁사가 무엇을 하는지 알아보기 위해 구매했다”며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

유니트리 외에도 휴머노이드를 준비하는 중국 업체가 많다.

MIT테크놀러지리뷰에 따르면 지난해 6월 기준 전 세계 휴머노이드 회사는 160곳 정도다. 이 가운데 60개 기업이 중국에 있으며 미국과 유럽은 각각 30곳과 40곳으로 집계됐다. 

중국 관영매체 글로벌타임스는 “산업 현장에서 정밀 작업은 물론 일상 생활에 투입된 제품도 있다”며 자국 휴머노이드 제품을 소개했다. 

휴머노이드는 미국과 중국 사이 차세대 기술 경쟁에서 반도체와 전기차를 잇는 다음 전장으로 주목받는다. 

보스턴다이내믹스는 지난해 휴머노이드 ‘아틀라스’ 2세대 제품을 선보였으며, 현대차그룹은 이를 자동차 제조 현장에 투입할 준비를 하고 있다.  
 
현대차 휴머노이드 사업에 새 경쟁자, 테슬라 이어 중국 존재감도 커진다 

▲ 23일 벨기에 신트트라위던에서 열린 테슬라 관련 행사에 휴머노이드 옵티머스 모형이 전시돼 있다. <연합뉴스>

테슬라도 올해 ‘옵티머스’ 2세대 수천 대를 전기차 공장에 배치하고 내년엔느 다른 회사에 판매하는 방안도 노리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 휴머노이드가 빠르게 치고 나오는 양상이 펼쳐지고 있다. 

중국 쪽은 정부 지원에 힘입어 휴머노이드 공급망 측면에서 경쟁력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중국 정부는 2015년부터 로봇 산업을 10대 중점 발전 분야로 지정하고 지원해 왔다. 올해 휴머노이드를 대량 생산해 2027년에는 세계 최고 수준까지 기술을 끌어 올리겠다는 목표도 내걸었다.

중국 인공지능(AI) 기술도 휴머노이드 고도화에 한몫을 하고 있다. 중국 검색엔진 기업 바이두는 AI 서비스 ‘어니봇’을 유비테크 휴머노이드 ‘워커S’에 탑재했다. 

정부 지원과 자국 인공지능 기술을 발판으로 휴머노이드 학습 및 운영에 있어 상대적으로 유리한 위치에 올라 있는 셈이다.

레이버트 대표는 중국 로봇이 상대적으로 저렴하다는 점도 짚었다.

RAI가 보스턴다이내믹스와 함께 휴머노이드 기술력 및 가격 경쟁력을 어떻게 확보할지 살펴보기 위해 경쟁사 로봇을 구매했을 수 있다. 

휴머노이드 로봇은 일반 가정이 구매하기에 높은 가격이 걸림돌로 꼽힌다. 그런데 중국 업체가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글로벌 산업 현장 및 가정 도입에 앞설 수 있다.

레이버트 대표는  “보스턴다이내믹스와 유니트리 사이 경쟁은 불가피하다”라고도 말했다. 

월스트리트저널도 중국이 전기차를 비롯한 첨단 제조업에서 빠르게 글로벌 지배력을 높였던 성과를 휴머노이드 분야에서도 재현할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바라봤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중국은 휴머노이드에서 세계를 선도하고자 한다”며 “이미 앞서 나가고 있을 수도 있다”고 논평했다. 이근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