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롯데건설이 재무건전성을 안정화하며 도시정비 시장에서도 기지개를 펴고 있다.

박현철 롯데건설 대표이사 부회장은 서울과 부산 등 핵심지역에서 수의계약을 중심으로 한 선별수주 기조로 과도한 경쟁을 피하며 수주 잔고를 지난해보다 빠른 속도로 채워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롯데건설 재무건전성 안정화 눈앞, 박현철 선별수주로 도시정비 재도약 노려

박현철 롯데건설 대표이사 부회장이 재무건전성 안정화에 성과를 내고 있다.


14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서울 노원구 상계5구역 재건축조합은 오는 3월15일 총회를 열고 시공사를 선정한다. 수의계약을 위한 입찰에 롯데건설·GS건설 컨소시엄만 확약서를 내 수주가 유력한 것으로 여겨진다.

상계5구역은 ‘상계 뉴타운’ 구역 6곳 가운데 유일하게 평지에 길게 퍼져 있고 4호선 불암산(과거 당고개)역에 붙어 있다는 입지를 갖고 있다. 

그런 데다 일반분양 물량도 많아 사업성이 높은 것으로 평가된다. 최대 37층, 21개 동, 2016가구의 단지를 짓는 사업으로 공사비는 7005억5329만 원이다.

롯데건설은 업황 악화로 건설사 사이 경쟁이 줄어드는 흐름이 나타나는 가운데 상계5구역에서 수의계약을 통해 수주잔고를 안정적으로 쌓을 수 있게 된 셈이다. 

지난해에도 시공사를 선정한 서울시 재개발·재건축 사업지 31곳 가운데 단 2곳만이 경쟁입찰로 진행됐다.

롯데건설이 지난 1월 올해 처음으로 따낸 도시정비사업인 신용산역 북측 제1구역 도시정비형 재개발 프로젝트도 수의계약을 통한 것이었다.

신용산역 북측 제1구역 도시정비형 재개발 프로젝트는 서울 용산구 한강로2가 2-116번지 일원에 최대38층의 3개 동 324가구를 짓는 사업으로 예상 공사비는 약 3522억 원이다. 

신용산역과 용산역, 삼각지역에 가깝고 한강대로변에 위치해 시장의 관심을 모았고 롯데건설은 하이엔드 브랜드인 ‘르엘’을 제시하며 용산의 랜드마크를 완성하겠다는 포부를 내놨다.

롯데건설은 이밖에도 서울과 부산 도시정비사업 핵심지역에서 수의계약 가능성도 높이고 있다.

부산 재건축 사업 최대어 가운데 하나로 꼽히는 연제구 연산5구역 재건축 사업이 대표적이다. 연산5구역 재건축은 연제구 연산동 망미주공아파트를 재건축해 최대 45층, 2995세대 단지를 짓는 사업으로 공사비는 1조4천억 원에 이른다.

지난 3일 부산 연산5구역 시공사 선정을 위한 재입찰 현장설명회에는 롯데건설·현대건설 컨소시엄만이 참여했다. 

재입찰 자격에 현장설명회에 참석해야 한다는 조건이 있었던 만큼 재건축 조합은 롯데·현대 컨소시엄을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해 협상을 진행한다.
 
롯데건설 재무건전성 안정화 눈앞, 박현철 선별수주로 도시정비 재도약 노려

▲ 서울 용산구 한강로2가 신용산역북측 제1구역 '신용산 르엘'의 특화 설계 조감도. <롯데건설>


롯데건설은 수의계약 가능성이 거론된 건들만 차질 없이 성사해도 올해는 1분기가 지나기도 전에 지난해에 육박하는 수주잔고를 쌓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롯데건설은 지난해에는 1조9571억 원, 2023년에는 5173억 원을 수주하는 데 그쳤다. 특히 지난해 마수걸이 수주는 5월에 가서야 이뤄졌다.

롯데건설은 박현철 롯데건설 대표이사 부회장 체제 아래서 재무 위기를 빠져나가고 있는 만큼 도시정비사업 수주 확대를 노리는 것으로도 읽힌다.

롯데건설은 2022년 말 레고랜드 사태와 기준금리 급등 등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시장 경색으로 자금난을 겪었다. 부채비율은 2021년 말만해도 109.98%에 불과했지만 2022년 말 265%까지 큰 폭으로 뛰었다.

롯데그룹은 롯데케미칼을 비롯한 여러 계열사의 대규모 지원을 단행했고 ‘해결사’로 꼽히는 박현철 당시 지주 경영개선실장을 롯데건설 대표에 앉혔다.

박 부회장 체제 아래서 롯데건설 부채비율은 빠르게 안정세를 보였고 그 결과 2024년 3분기 기준 부채비율은 217%까지 낮아졌다. 롯데건설은 2024년 안에 부채비율을 100%대까지 낮추겠다는 계획도 내놨는데 이런 목표를 향해 순항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박 부회장은 이같은 성과 속에 지난해 건설사 최고경영자(CEO) 교체라는 칼바람에도 자리를 지켰다. 시공능력평가 상위 10개 건설사 CEO 가운데 자리를 지킨 것은 오세철 삼성물산 건설부문 대표이사 사장과 박 부회장뿐이었다.

또한 롯데그룹에서도 지난해말 칼바람이 불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박 부회장의 입지도 단단한 것으로 여겨졌다.

롯데건설은 재무구조 개선 추세 속에서 핵심지역 선별수주 기조를 이어간다는 방침을 세워뒀다. 

롯데건설 관계자는 “선별 수주 기조 아래 계속해서 관심을 둔 사업장을 수주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주요 핵심지역 및 분양성이 우수한 지방 등 사업성이 좋은 사업장을 중심으로 선별 수주를 이어가 뛰어난 사업장을 적극 확보할 것이다”고 설명했다. 김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