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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자본시장은 국내 정치 상황과 미국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에 따라 그 어느 해보다 불확실성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자본시장 싱크탱크 역할을 하는 자본시장연구원은 올해 시장 전망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비즈니스포스트가 직접 그들에게 거시경제와 자본시장 전반, 증권과 자산운용업 전망을 들어봤다.

-글 싣는 순서
① 거시금융실장 장보성 "경기 큰 온도차, 올해 한·미 금리 간격 더 벌어질 듯"
② 자본시장실장 강소현 "주식시장 '글쎄', 채권시장 '원활'"
③ 이석훈 금융산업실장 “증권산업 부익부 빈익빈 더 심화한다”
④ 권민경 펀드연금실장 “공모펀드 상장시대, 성장성 날개 달린다”

 
[자본연에 듣는다②] 자본시장실장 강소현 "주식시장 '글쎄', 채권시장 '원활'"

▲ 강소현 자본시장연구원 자본시장실장이 5일 서울 여의도 자본시장연구원에서 비즈니스포스트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가시적 성과가 없다면 올해 한국증시를 향한 투자자의 관심이 크게 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5일 서울 여의도 자본시장연구원에서 만난 강소현 자본시장실장은 2025년 한국증시의 전반적 분위기를 이렇게 바라봤다.

2025년 주식시장이 거시경제 불확실성은 물론 상장기업의 성장률 둔화 가능성, 투자자 이탈 흐름 등에 따라 쉽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강 실장은 올해 한국증시의 불확실성을 키우는 가장 큰 요인으로 상장기업의 영업이익 성장률 둔화 가능성을 짚었다.

그는 “기본적으로 2025년 상장기업의 영업이익 전망치는 2024년보다 높게 형성돼 있는데 최근 들어 전망치 그래프가 아래로 꺾이기 시작했다”며 “올해 들어 한국의 경제성장률이 하향 조정되는 불확실성 속에서 상장사 실적 전망은 계속 악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상장사의 실적 전망이 애초 예상보다 낮아지면 투자심리가 악화하며 증시는 부정적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이는 지난해부터 이어지고 있는 투자자 이탈을 가속화할 수 있는 요인으로 평가됐다.

지난해 코스피는 9.6% 빠지며 세계 주요 29개 증시 가운데 뒤에서 4번째 수익률을 보였다. 이에 따라 개인투자자가 미국증시, 가상화폐 등으로 다수 떠났는데 올해도 증시 부진에 따른 이탈 흐름이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강 실장은 “코로나 때인 2020년과 2021년 상대적으로 큰 변동성을 즐기는 위험선호적 투자자가 국내 증시에 다수 유입됐는데 이들은 변동성에 민감하게 반응한다”며 “올해도 지난해와 비슷한 증시 흐름이 이어진다면 이들은 한국증시에 만족하지 못할 수 있다”고 바라봤다.

국내증시 활성화를 위한 해결책으로는 기업의 밸류업(기업가치 제고) 프로그램을 강조했다.

기업이 주주환원 확대를 위해 자발적으로 노력하고 성장 전략을 적극 공유할 때 시장 전반의 신뢰가 높아지며 투자자의 발길을 붙잡을 수 있다는 것이다.

강 실장은 “지난해 밸류업 공시를 한 기업들을 분석한 결과 실제 주가가 오르는 모습을 확인했다”며 “재무적 측면인 주주환원 확대, 비재무적 측면인 소통 강화를 앞세운 기업의 주요 기업가치 제고 방안이 실제 시장에서 효과를 발휘했다고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밸류업 정책을 발표하면 기업은 이를 지키기 위해 노력할 수밖에 없고 이에 따른 실질적 구속력이 분명 있다”며 “각 기업의 밸류업 강화는 국내 증시의 장기투자 확대로 이어지는 선순환을 기대하는 시작으로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상반기 재개되는 공매도도 국내 증시 활성화에 긍정적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됐다. 시장 전반의 신뢰도를 높여 기관과 외국인투자자 수급 확대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강 실장은 “공매도가 계속 모간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선진국지수 편입 지적사항이었고 외국계 기관 투자자들의 요청도 계속 있었기 때문에 시장 전반의 신뢰가 높아지는 긍정적 효과가 있을 것”이라며 “공매도 재개에 따른 외국인 투자자금 유입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3월 출범하는 대체거래소 넥스트트레이드는 당장 단기적 효과는 크지 않겠지만 중장기적으로 자극제 역할을 하며 시장 변화를 이끌 것으로 전망됐다.

그는 “개인투자자는 한국거래소와 넥스트트레이드의 경쟁에서 오는 수수료 절감, 주문 유형 다양화 등의 혜택을 볼 것”이라며 “기관투자자는 언제 어떤 방식으로 주문을 내느냐 등 각 거래소를 대상으로 하는 주문 전략을 고민하며 새로운 경쟁력을 창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올해 채권시장은 주식시장과 달리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기준금리 인하 기조에 따라 원활한 흐름을 보일 것으로 전망됐다.
 
[자본연에 듣는다②] 자본시장실장 강소현 "주식시장 '글쎄', 채권시장 '원활'"

▲ 2024년과 2025년 주식시장과 채권시장 주요 이슈. <자본시장연구원>

강 실장은 “채권시장은 기본적으로 기준금리 하향에 따라 발행 여건이 개선되면서 올해도 지난해에 이어 활발한 모습을 보일 것”이라며 “세계국채지수(WGBI) 편입에 따른 자금 유입도 채권시장 활성화에 기여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올해 정부의 자금조달 규모 확대에 따라 국채 발행이 크게 늘어날 수 있다는 점이 채권시장 수급에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있지만 이 역시 현재 한국 채권시장을 봤을 때 충분히 소화할 수 있는 부분으로 평가됐다.

그는 “국내 경기 침체에 따라 국채발행 규모가 애초 계획보다 더 늘어날 수 있지만 미국 등 다른 나라가 국채를 찍어내는 흐름 등을 놓고 볼 때 올해 국채 증가분이 국내 채권시장을 흔들 정도로 심각한 문제가 될 거라고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주식·채권시장과 별개로 가상화폐 등 디지털 자산시장 제도화도 2025년 국내 자본시장의 주요 화두가 될 것으로 전망됐다.

강 실장은 “디지털자산시장 제도화와 관련해 법을 좀 더 정교화하는 작업들이 올해도 계속 진행될 것”이라며 “시장이 계속 커지고 있고 주요 해외국의 관련 법규도 계속 마련되고 있기 때문에 관련 논의들이 올해도 활발히 이뤄질 것”이라고 바라봤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 역시 만만찮은 투자 환경을 마주할 국내증시 투자자를 향한 조언도 잊지 않았다.

강 실장은 “국내 증시가 지난해 하반기 좀 하락세였다가 올해 들어 약간의 등락을 보이고 있는데 미국 상황도 그렇고 국내 상황도 그렇고 투자자들이 대내외적 단기 이슈에 너무 민감하게 반응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당장 뭔가 이슈가 되면 정보가 확대 재생산되면서 마치 엄청난 영향을 미칠 것처럼 여겨질 때가 있는데 막상 지나고 보면 단기적 이슈에 그칠 때도 많다”며 “투자자들이 좀 더 중장기적 관점에서 기업의 기초체력(펀더멘털)과 사업방향에 집중하는 성숙한 투자를 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강 실장은 서울대학교에서 독어교육과와 경제학으로 학사 학위 받고 서울대학교 대학원에서 경제학으로 석사, 카이스트 대학원에서 경영공학으로 박사 학위 받았다.

2011년 자본시장연구원에 합류해 지난해부터 자본시장실장을 맡고 있다. 현재 금융감독원 외부평가위원회 위원, 사립학교교직원연금공단 자산운용위원회 위원, 예금보험공사 자산운용위 위원, 한국예탁결제원 증권결제자문위 위원 등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이한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