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현대건설이 지난해 사상 최대 규모의 손실을 낸 뒤 반등의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이한우 현대건설 대표이사는 올해 내건 사상 최대 영업이익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 신속한 실적 반등, 준자체사업의 안정적 추진에 주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건설 실적 바닥 다져, 이한우 최악 적자에서 최대 영업이익으로 갈 길 바빠

이한우 현대건설 대표이사.


31일 증권업계의 분석을 종합하면 2024년 ‘빅배스(big bath, 잠재적 부실의 회계처리)’ 단행 이후 올해 현대건설은 2016년 이후 최대 영업이익을 기록할 것이란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해 현대건설 연결기준 영업이익 평균 전망치는 9620억 원으로 지난 22일 지난해 실적발표 이전의 7천억 원대보다 2천억 원 이상 높아졌다.

현대건설은 지난해 4분기 해외 현장의 원가 조정을 이유로 자회사 현대엔지니어링에서 1조3천억 원가량, 자체로도 4천억 원가량을 손실로 반영했다.

이에 현대건설은 지난해 연결기준 영업손실 1조2209억 원을 봤지만 지속해서 수익성을 깎아내릴 요소를 단번에 제거했다는 점이 긍정적으로 평가된 것으로 분석된다.

장윤석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현대건설을 향한 시장의 시선은 대규모 손실이 난 2024년이 아닌 2025년”이라며 “이번 원가 점검은 지난해 4분기를 저점으로 이익을 개선할 수 있다는 방향성을 제시했다고 판단된다”고 분석했다.

다만 현재 현대건설 영업이익 전망치는 이한우 대표가 공격적으로 내세운 올해 경영계획인 연결기준 영업이익 1조1828억 원 달성에는 아직 물음표가 달린 것으로 보인다.

현대건설은 2020년 이후 5년 만에 영업이익 목표를 시장에 내놨는데 목표치는 현대건설의 첫 부사장급 수장인 이 대표에게는 기대와 함께 적지 않은 부담이 될 수 있다.

현대건설이 올해 영업이익 목표는 이전 정점을 찍었던 2016년의 1조1590억 원보다도 높은 것이다. 

지난해 영업손실 규모도 워크아웃 돌입 당시였던 2001년(영업손실 3826억 원)의 3배가 넘었던 역대 최대치였던 점을 고려하면 올해 목표는 매우 공격적 목표로 볼 수 있다.

올해 현대건설 연결기준 영업이익 목표를 회사별로 보면 기타부문을 제외하고 현대건설 별도기준이 4439억 원, 현대엔지니어링이 6331억 원이다. 원가 반영 규모가 컸던 현대엔지니어링이 상대적으로 현대건설보다 더 큰 반등을 기대하는 셈이다.

현대건설 별도기준 영업이익이 현대엔지니어링 연결기준 영업이익보다 낮았던 연도는 2021년이다. 현대건설의 분발이 더욱 절실한 것으로 해석되는 부분이다.

증권업계에서는 현대건설이 올해 연결기준 연간 영업이익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지 가늠하는 데는 연초부터 나아진 수익성을 가시화하는 일이 핵심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 대표 체제에서 나올 현대건설 첫 분기 실적부터 부담감이 적지 않은 셈이다.

이태환 대신증권 연구원은 “현대건설의 목표치를 고려하면 올해 일회성 비용보다 이익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한다”며 “다만 기대치가 높아진 만큼 1분기부터 수익성 개선 궤도에 곧바로 들어서는 모습이 확인돼야 할 것”이라고 바라봤다.

우선 이 대표는 부실을 털어버린 해외 공사 이외에도 국내 현장의 구조적 원가율 개선을 기대하고 있을 것으로 보인다.

현대건설은 원자재 가격 급등기인 2021~2022년 착공한 국내 현장 비중이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감소하면서 수익성을 확보할 것으로 예상된다.

과거 높은 원가가 반영된 현대건설의 국내 주택현장 비중은 지난해 70% 이상에서 올해 50%까지 낮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수익성 낮은 공사가 순차적으로 마무리되는 ‘정상화’ 단계에 접어드는 것이다.

또 이 대표는 시행사의 투자자 겸 사업 시공사로 참여하는 준자체사업 착공을 통한 수익성 개선도 바라보고 있다.

현대건설이 참여하고 있는 준자체사업들은 인창개발과 함께하는 총사업비 5조 원 안팎의 가양동 CJ공장 부지 개발사업을 시작으로 순차적 착공에 돌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건설은 최근 본 PF(프로젝트파이낸싱) 전환을 마무리하고 3월 착공을 예정하고 있는 가양동 CJ공장 부지 이외에도 서울역 힐튼호텔 부지, 이마트 가양점 부지, 역삼 르메르디앙호텔 부지, 이태원 크라운호텔 부지 개발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시공이익뿐 아니라 분양·매각 같은 시행이익도 확보해 도급사업보다 높은 수익성을 가져갈 수 있는 알짜사업으로 분류된다. 업계에 따르면 현대건설은 준자체사업에서 일반 도급사업과 비교해 2배 수준의 매출총이익률(GPM)을 낼 것으로 예측된다.

다만 변수로는 빅배스 이후 준자체사업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신용등급 변동이 꼽힌다. 준자체사업과 관련한 PF 조달 금리가 오를 수 있어 수익성이 악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조정현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현대건설은 이번 대규모 빅배스와 함께 향후 우발비용 발생 우려를 종식하는 등 강력한 실적 반등을 기대하게 한다”며 “다만 신용평가등급 하락이 발생한다면 PF 자금조달 금리 상승에 따라 준자체사업의 수익성이 훼손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현대건설 실적 바닥 다져, 이한우 최악 적자에서 최대 영업이익으로 갈 길 바빠

▲ 서울 가양동 CJ공장부지 개발 조감도. <인창개발>


실제로 현대건설 실적발표 직후 한국신용평가는 보고서를 내고 △손실을 인식한 현장별 구체적 원인과 향후 영업실적 개선 가능성 △해외사업의 공정관리 능력을 포함한 본원적 사업경쟁력 변화 △PF 우발채무를 비롯한 재무적 대응력 수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현대건설 신용등급(AA-/안정적)에 반영한다는 계획을 내놨다.

한국기업평가는 실적발표 직후 대규모 손실을 반영한 점, 사업 및 재무안정성 회복까지 시일이 필요할 것이라는 점, 원가관리능력에 관한 불확실성 등을 이유로 현대엔지니어링 기업신용등급을 ‘AA-’로 유지하면서 등급전망은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하기도 했다.

다만 풍부한 현금 등 안정적 재무지표와 함께 우량한 그룹 역량 등을 기반으로 신용등급 하락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시각도 나온다.

현대건설은 지난해 말 연결기준 단기금융상품을 포함한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5조3964억 원, 순현금은 2조1498억 원을 나타냈다. 기업이 보유한 지급능력을 의미하는 유동비율(144.7%), 부채비율(178.8%) 역시 건설업계에서 우수한 편으로 평가된다.

또 현재 현대건설 신용등급에는 그룹의 지원가능성이 반영돼 있지 않은데 그룹 지원이 이뤄지면 신용등급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요소로 여겨진다.

한신평은 “손실 상당 부분이 현대엔지니어링에서 발생함에 따라 현대건설 별도기준으로는 해외사업 손실규모가 상대적으로 크지 않은 상황”이라며 “영업실적이 점진적으로 회복되고 준공 주택사업장의 공사대금 회수가 원활하면 재무적 대응능력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다만 계열 내 건설사업에서 연계성이 큰 현대엔지니어링의 실적 불확실성이 지속한다면 동사 현대건설 신용도에도 부정적 영향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이번 손실이 현대건설 자체신용도에 미치는 영향과 함께 유사시 계열 지원가능성의 반영 여부도 추가적으로 검토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장상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