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닥터지’는 대한민국 1세대 더마코스메틱(피부과 기술을 접목한 기능성화장품) 브랜드이자 국내 매스(mass) 마켓을 대표하는 화장품 브랜드이다.
군부대 PX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며 지금까지 3천만 개가 넘게 팔린 일명 ‘달팽이 크림’(블랙 스네일 크림)은 닥터지의 대표 상품이다.
닥터지는 단일 브랜드로는 처음으로 올리브영에서 월매출 200억 원을 달성하는데 톡톡한 몫을 한 ‘레드 블레미쉬 수딩크림’과 ‘브라이트닝 업 선’ 등 메가 히트 상품을 연달아 선보이며 K-뷰티를 대표하는 브랜드로 자리매김했다.
지난 12월24일에는 세계 최대 종합 화장품 기업 로레알그룹에 인수됐다는 발표가 나며 글로벌 진출에도 날개를 달았다.
닥터지의 이러한 성공 신화는 널리 알려진 것이지만, 닥터지를 만드는 ‘고운세상코스메틱(이하 고운세상)’이라는 회사와 이주호 대표의 특별한 경영 방식은 비교적 덜 알려진 게 사실이다.
고운세상이 이처럼 고공행진을 이어올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일까?
그 답을 담은 ‘프로텍터십’이 출간되었다.
저자인 이주호 대표는 이 책에서 어린 시절부터 고운세상에 입사하기 전까지 경험한 역경과 실패를 진솔하게 털어놓는 것부터 시작해, 그 경험으로부터 길어 올린 생각들, 그 생각을 토대로 쌓아 올린 경영에 대한 철학, 마침내 그 철학을 고운세상에서 꽃피운 실천까지 감동적으로 써내려갔다.
2023년 4월, 유튜브 인기 예능 프로그램 ‘네고왕’에 닥터지가 ‘떴다’.
이 대표는 방송인 홍현희 씨와 밀고 당기는 협상 끝에 파격적 프로모션을 승낙했고, 그 순간에는 모든 것이 좋아 보였다.
하지만 그가 예측하지 못했던 건, 방송 파급력이었다. 행사 기간 동안 예상의 두 배를 훌쩍 넘는 100만 건의 주문이 쏟아진 것이다.
온라인 팀 전원이 종일 매달려도 처리에 열흘이 걸리는 양이었다.
온라인팀은 사내 게시판에 도움을 요청하는 글을 올렸다. 주말 저녁에 사내 게시판 글을 누가 읽겠나 싶었지만, 놀랍게도 전 직원의 절반이 넘는 100명 남짓한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나서서 일을 도왔다.
그렇게 열흘이 걸릴 주문 처리를 단 두 시간 만에 끝냈다. 배송까지 무사히 마쳐 단일 이벤트로 100억 원에 가까운 매출을 올렸다.(1부 중 「올리브영 꼴찌에서 일등으로, 모두의 힘으로!」에서)
고운세상에는 이러한 일화가 끊이지 않는다.
고운세상의 직원들이 전부 특출나게 이타적인 사람들인 걸까? 혹시 이주호 대표가 인간의 내면을 꿰뚫는 힘을 가져서 그런 사람들만 선별해 뽑는 걸까?
물론 그럴 리 없다.
2014년 부임 이후 회사의 기조부터 바꿔나간 이주호 대표가 전제로 한 것은 “인간은 기본적으로 존엄하게 행동하는 존재”(186쪽)라는 신념이었다.
그에 따라 인간의 이기적인 행동보다 이타적인 행동을 보상하는 데 초점을 맞추어 모든 제도를 정비해나갔다.
실적에 따라 부서별로 차등 지급하던 성과급 제도를 폐지하고, 회사 전체가 목표를 달성했을 때 대표부터 매장 판매 사원까지 전체가 성과급을 받을 수 있도록 한 것이 대표적이다.
‘서로가 서로를 지키는 공동체’. 이주호 대표가 꿈꾸었고 실현해낸 고운세상의 조직 문화다.
모두가 이타적으로 행동할 때 함께 승리할 수 있다는 그의 지론은 듣기에만 좋은 텅 빈 슬로건이 아니라, 개인적 아픔과 실패 경험에서 오랜 기간 길어낸 것이기에 단단하게 조직에 뿌리를 내릴 수 있었다.
그렇게 10년 간 고운세상을 바꿔온 그의 경영철학은 ‘프로텍터십’이라는 개념으로 요약할 수 있다.
영어 ‘protectorship’은 원래 ‘보호자 또는 후원자 신분’을 뜻하지만 실제로는 잘 쓰이지 않는 말이다. 이 단어에 ‘보호자-관계’라는 새로운 의미를 부여한 것이다.
회사가 직원들을 지키고 그들의 성장을 도울 때, 직원도 회사를 지키고 회사의 성장을 돕는다는 선순환 개념이다.
새로운 조어이지만, 그것이 담고 있는 가치는 사실 새로운 것이 아니다. 두레든 상호부조든 나라마다 시대마다 용어는 다르지만, 사실 우리 인류가 오랫동안 연대하고 협력하며 생존해온 방식이다.
이를 오늘날 기업 환경에 적용해 되살린 것이 바로 이 대표의 ‘프로텍터십’이라고 할 수 있다.
인간과 인간 사이의 신뢰를 바탕으로 한 새로운 경영 패러다임을 제시하는 ‘프로텍터십’은 윤리경영이라는 시대적 도전 과제를 맞닥뜨린 경영자들에게는 영감과 실천적 방법을, 더 나은 내일의 나를 꿈꾸며 하루하루 최선을 다하는 직장인들에게는 위로와 희망을 건넬 것이다.
이 대표는 더마코스메틱 브랜드 ‘닥터지’를 만드는 '고운세상코스메틱' 대표이다.
부임 10년 만에 100억 원대이던 매출을 2천억 원대 중반까지 끌어올린 한편, 고운세상을 2019~2024년 5년 연속 한국 GPTW(Great Place To Work) 협회가 선정한 ‘대한민국 일하기 좋은 기업’에 올려놓았다.
이러한 공로를 인정받아 2022~2024년 3년 연속으로 ‘한국에서 가장 존경받는 CEO’로 뽑히기도 했다.
이런 경험을 여러 사람과 나누고자 세계 최대 비즈니스 소셜 플랫폼 링크드인에 글을 올리기 시작했고, 1년여 만에 1만8천 명의 팔로워와 누적 조회수 1천만 회를 기록했다.
그 밖에 다양한 곳에서 강연을 하고 있으며, 스위스 미벨그룹 고위경영진 멤버, 성남시상공회의소 의원, 사단법인 교육의봄 ‘스펙다이어트 캠페인’ 공동대표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조승리 기자
군부대 PX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며 지금까지 3천만 개가 넘게 팔린 일명 ‘달팽이 크림’(블랙 스네일 크림)은 닥터지의 대표 상품이다.
▲ 이주호 고운세상코스메틱 대표가 자신의 경영철학을 담은 '프로텍터십'을 발간했다. <세이코리아>
닥터지는 단일 브랜드로는 처음으로 올리브영에서 월매출 200억 원을 달성하는데 톡톡한 몫을 한 ‘레드 블레미쉬 수딩크림’과 ‘브라이트닝 업 선’ 등 메가 히트 상품을 연달아 선보이며 K-뷰티를 대표하는 브랜드로 자리매김했다.
지난 12월24일에는 세계 최대 종합 화장품 기업 로레알그룹에 인수됐다는 발표가 나며 글로벌 진출에도 날개를 달았다.
닥터지의 이러한 성공 신화는 널리 알려진 것이지만, 닥터지를 만드는 ‘고운세상코스메틱(이하 고운세상)’이라는 회사와 이주호 대표의 특별한 경영 방식은 비교적 덜 알려진 게 사실이다.
고운세상이 이처럼 고공행진을 이어올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일까?
그 답을 담은 ‘프로텍터십’이 출간되었다.
저자인 이주호 대표는 이 책에서 어린 시절부터 고운세상에 입사하기 전까지 경험한 역경과 실패를 진솔하게 털어놓는 것부터 시작해, 그 경험으로부터 길어 올린 생각들, 그 생각을 토대로 쌓아 올린 경영에 대한 철학, 마침내 그 철학을 고운세상에서 꽃피운 실천까지 감동적으로 써내려갔다.
2023년 4월, 유튜브 인기 예능 프로그램 ‘네고왕’에 닥터지가 ‘떴다’.
이 대표는 방송인 홍현희 씨와 밀고 당기는 협상 끝에 파격적 프로모션을 승낙했고, 그 순간에는 모든 것이 좋아 보였다.
하지만 그가 예측하지 못했던 건, 방송 파급력이었다. 행사 기간 동안 예상의 두 배를 훌쩍 넘는 100만 건의 주문이 쏟아진 것이다.
온라인 팀 전원이 종일 매달려도 처리에 열흘이 걸리는 양이었다.
온라인팀은 사내 게시판에 도움을 요청하는 글을 올렸다. 주말 저녁에 사내 게시판 글을 누가 읽겠나 싶었지만, 놀랍게도 전 직원의 절반이 넘는 100명 남짓한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나서서 일을 도왔다.
그렇게 열흘이 걸릴 주문 처리를 단 두 시간 만에 끝냈다. 배송까지 무사히 마쳐 단일 이벤트로 100억 원에 가까운 매출을 올렸다.(1부 중 「올리브영 꼴찌에서 일등으로, 모두의 힘으로!」에서)
고운세상에는 이러한 일화가 끊이지 않는다.
고운세상의 직원들이 전부 특출나게 이타적인 사람들인 걸까? 혹시 이주호 대표가 인간의 내면을 꿰뚫는 힘을 가져서 그런 사람들만 선별해 뽑는 걸까?
물론 그럴 리 없다.
2014년 부임 이후 회사의 기조부터 바꿔나간 이주호 대표가 전제로 한 것은 “인간은 기본적으로 존엄하게 행동하는 존재”(186쪽)라는 신념이었다.
그에 따라 인간의 이기적인 행동보다 이타적인 행동을 보상하는 데 초점을 맞추어 모든 제도를 정비해나갔다.
실적에 따라 부서별로 차등 지급하던 성과급 제도를 폐지하고, 회사 전체가 목표를 달성했을 때 대표부터 매장 판매 사원까지 전체가 성과급을 받을 수 있도록 한 것이 대표적이다.
‘서로가 서로를 지키는 공동체’. 이주호 대표가 꿈꾸었고 실현해낸 고운세상의 조직 문화다.
모두가 이타적으로 행동할 때 함께 승리할 수 있다는 그의 지론은 듣기에만 좋은 텅 빈 슬로건이 아니라, 개인적 아픔과 실패 경험에서 오랜 기간 길어낸 것이기에 단단하게 조직에 뿌리를 내릴 수 있었다.
그렇게 10년 간 고운세상을 바꿔온 그의 경영철학은 ‘프로텍터십’이라는 개념으로 요약할 수 있다.
영어 ‘protectorship’은 원래 ‘보호자 또는 후원자 신분’을 뜻하지만 실제로는 잘 쓰이지 않는 말이다. 이 단어에 ‘보호자-관계’라는 새로운 의미를 부여한 것이다.
회사가 직원들을 지키고 그들의 성장을 도울 때, 직원도 회사를 지키고 회사의 성장을 돕는다는 선순환 개념이다.
새로운 조어이지만, 그것이 담고 있는 가치는 사실 새로운 것이 아니다. 두레든 상호부조든 나라마다 시대마다 용어는 다르지만, 사실 우리 인류가 오랫동안 연대하고 협력하며 생존해온 방식이다.
이를 오늘날 기업 환경에 적용해 되살린 것이 바로 이 대표의 ‘프로텍터십’이라고 할 수 있다.
인간과 인간 사이의 신뢰를 바탕으로 한 새로운 경영 패러다임을 제시하는 ‘프로텍터십’은 윤리경영이라는 시대적 도전 과제를 맞닥뜨린 경영자들에게는 영감과 실천적 방법을, 더 나은 내일의 나를 꿈꾸며 하루하루 최선을 다하는 직장인들에게는 위로와 희망을 건넬 것이다.
이 대표는 더마코스메틱 브랜드 ‘닥터지’를 만드는 '고운세상코스메틱' 대표이다.
부임 10년 만에 100억 원대이던 매출을 2천억 원대 중반까지 끌어올린 한편, 고운세상을 2019~2024년 5년 연속 한국 GPTW(Great Place To Work) 협회가 선정한 ‘대한민국 일하기 좋은 기업’에 올려놓았다.
이러한 공로를 인정받아 2022~2024년 3년 연속으로 ‘한국에서 가장 존경받는 CEO’로 뽑히기도 했다.
이런 경험을 여러 사람과 나누고자 세계 최대 비즈니스 소셜 플랫폼 링크드인에 글을 올리기 시작했고, 1년여 만에 1만8천 명의 팔로워와 누적 조회수 1천만 회를 기록했다.
그 밖에 다양한 곳에서 강연을 하고 있으며, 스위스 미벨그룹 고위경영진 멤버, 성남시상공회의소 의원, 사단법인 교육의봄 ‘스펙다이어트 캠페인’ 공동대표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조승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