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서브컬처 게임(만화·애니메이션풍 그래픽을 활용한 게임) 시장이 중국 오픈월드 역할수행게임(RPG) '원신' 성공 이후 본격적 성장 궤도에 오르며, 국내외 게임사들이 내년부터 앞다퉈 서브컬처 오픈월드 RPG를 출시한다.

하지만 이미 관련 시장 경쟁이 치열해져 흥행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서브컬처 RPG 성공을 위해선 차별화가 필수이며, 특히 모바일게임 형태로 출시되는 것에 맞춰 ‘모바일 최적화’가 핵심 흥행 요소가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내년부터 서브컬처 오픈월드 RPG 전쟁, '모바일 최적화' 포함 차별화가 흥행 관건

▲ 국내 게임 개발사들이 출시를 준비하고 있는 서브컬처 오픈월드 역할수행게임(RPG). 넷마블의 '일곱 개의 대죄 오리진(왼쪽 위)', 웹젠의 '드래곤소드(오른쪽 위)', 엔씨소프트의 '브레이커스(왼쪽 아래)', 넥슨게임즈의 '던전앤파이터 아라드' 이미지. <각 사>



24일 게임 업계 취재를 종합하면, 국내 게임 개발사들은 내년 서브컬처 오픈월드 RPG를 잇달아 출시할 예정이다.

넷마블은 내년 하반기 출시를 목표로 일본 애니메이션 지식재산권(IP) '일곱 개의 대죄'를 기반으로 한 '일곱 개의 대죄 오리진'을 개발하고 있다. 

회사는 올해 5월 출시한 웹툰 IP '나혼자만레벨업' 기반의 액션 RPG '나혼자만레벨업 어라이즈'의 흥행에 힘입어 분기 최대 매출을 기록하고, 연간 영업이익 흑자 전환까지 가능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에 따라 '일곱 개의 대죄 오리진'에 거는 기대도 상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권영식 넷마블 대표는 올해 8월 2분기 실적 발표에서 "일곱 개의 대죄 오리진은 내년 상반기부터 마케팅이 본격화할 것"이라며 "콘솔 게임기 플레이스테이션 출시를 위해 일본 소니와 협력 논의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웹젠은 내년 서브컬처 오픈월드 액션 RPG '드래곤소드'를 출시,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장르를 넘어 이용자 저변을 넓히겠다는 계획이다.  

회사는 올해 1월 국내 개발사 하운드13에 300억 원 규모의 지분 투자를 단행하고, 이 회사가 제작하고 있는 드래곤소드의 배급(퍼블리싱) 우선 협상권을 확보했다. 지난 11월14일부터 17일까지 부산 벡스코에서 진행된 국내 게임쇼 '지스타 2024'에 드래곤소드 시연을 중심으로 한 전시 공간을 마련하기도 했다.

김태영 대표는 지난 11월 14일 지스타 2024 행사장에서 "회사의 대표 MMORPG IP인 '뮤'를 포기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새로운 도전을 통해 이용자 취향과 선호도 변화에 부응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엔씨소프트도 올해 8월 국내 개발사 빅게임스튜디오에 370억 원을 투자해 지분을 확보하고, 서브컬처 오픈월드 액션 RPG '브레이커스'의 글로벌 판권을 확보했다.

회사는 올해 국내 게임 개발사 미스틸게임즈, 폴란드 게임 개발사 버추얼알케미, 스웨덴 게임 개발사 문로버게임즈 등 국내외 개발사 3곳의 서브컬처 RPG 판권도 추가 확보했다.

박병무 공동대표는 빅게임스튜디오 투자와 관련해 "최근 국내외 투자를 통한 신규 IP 확보가 본격적 실행 단계에 접어들었다"며 "브레이커스 서비스는 엔씨소프트의 게임 포트폴리오 확장에 유의미한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게임사들이 서브컬처 RPG에 적극 뛰어드는 이유는 관련 게임 시장이 급속도로 성장했고, 다른 장르보다 이용자 충성도가 높아 흥행을 장기간 이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게임사들이 대거 관련 게임 출시에 나서고 있지만, 관련 시장 규모는 오히려 축소된 것으로 나타났다.
 
내년부터 서브컬처 오픈월드 RPG 전쟁, '모바일 최적화' 포함 차별화가 흥행 관건

▲ 중국음수협게임공단(GPC)이 지난 13일 발표한 '2024년 중국 게임 산업 보고서'에 담긴 중국 모바일 서브컬처 게임 시장 현황. 올해 규모는 지난해보다 7.44% 감소한 293억4800만 위안(약 5조8464억 원)으로 추정됐다. <중국음수협게임공단>

중국음수협게임공단(GPC)이 지난 13일 발표한 '2024년 중국 게임 산업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중국 모바일 서브컬처 게임 시장 규모는 지난해보다 7.44% 감소한 293억4800만 위안(약 5조8464억 원)으로 추산됐다.

2022년에도 중국 모바일 서브컬처 게임 시장 규모는 2021년보다 14.86% 줄어든 242억100만 위안(약 4조8223억 원)을 기록했다. 중국 서브컬처 게임 시장은 일본과 함께 세계에서 1, 2위를 다투는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 게임 전문 매체 게임인더스트리비즈가 지난 20일 발표한 '숫자로 보는 2024'에 따르면 중국 원신으로 서브컬처 게임 시장의 규모를 확대한 중국 서브컬처 게임 개발사 미호요가 올해 7월 신작 액션 RPG ‘젠레스 존 제로’를 출시했지만, 올해 세계 관련 게임 매출 추정치는 2023년보다 26.7% 감소한 17억 달러(약 2조4733억 원)에 그칠 것으로 예상됐다.

또 국내 게임사들이 준비하고 있는 서브컬처 RPG 게임의 세계관은 모두 중세 판타지이지만, 중국에서는 이미 포화 상태에 이른 중세 판타지를 피하기 위해 어반 판타지(현대 도시 배경의 판타지)로 배경 세분화까지 진행되고 있다.

공식 발표된 개발 프로젝트만 따져봐도 퍼펙트월드의 '이환', 넷이즈의 '무한대', 시열 네트워크의 '망월' 등 3개의 중국 개발사가 어반 판타지 세계관을 바탕으로 한 서브컬처 오픈월드 RPG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

이미 서브컬처 오픈월드 게임 시장은 확실한 차별화 없이는 성공하기 어려운 시장이란 것이다.

국내 게임 개발사 블랙스톰 컴퍼니가 지난 18일 출시한 서브컬처 오픈월드 턴제 RPG '리메멘토 하얀 그림자'는 미호요의 서브컬처 오픈월드 턴제 RPG '붕괴 스타레일'의 많은 요소를 차용했지만, 결국 차별화에 실패하며 국내 모바일게임 매출 순위 80위에 그치고 있다.

전문가들은 기존 서브컬처 오픈월드 RPG는 모바일 최적화가 부족했던 만큼, 이 부분에서 차별화해야 흥행에 성공할 수 있는 조건을 갖출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실제 원신을 비롯해 중국 게임 개발사 쿠로 게임즈의 '명조', 중국 게임 개발사 퍼펙트월즈의 '타워 오브 판타지' 등 이 장르의 게임의 구글 플레이 스토어와 애플 앱스토어 이용자 평가를 보면, 실제 게임은 PC 클라이언트에서 진행하고 모바일에서는 즐기기 어렵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시장조사업체 뉴주에 따르면 올해 세계 게임 시장 규모는 1843억 달러(약 268조3592억 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콘솔 게임과 PC 게임 매출은 지난해보다 각각 4%, 0.2% 감소하지만, 모바일 게임은 2.8% 성장할 것으로 분석됐다.

매출이나 다운로드 수 측면에서 상위 10위권에는 미국 게임 개발사 스코플리가 제작한 보드 게임 '모노폴리 고', 싱가포르 게임 개발·유통사 가레나의 슈팅 게임 '가레나 프리 파이어', 터키 게임 개발사 드림게임즈의 퍼즐 게임 '로얄매치' 등 모바일 최적화가 잘 된 게임들이 주로 포함된 것으로 조사됐다.

업계 관계자는 "서브컬처 오픈월드 RPG 경쟁이 계속 치열해지고 있는 만큼, 확실한 차별점이 필요하다"며 "기존 출시된 여러 게임들이 고사양으로 모바일 환경에서 이용하기 힘들었는데, 국내 게임사들이 이런 측면을 보강한다면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동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