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년 유럽에서 치열한 저가 전기차 판매 경쟁이 예고된 가운데 테슬라가 저가 전기차 신차 '모델Q'를 내년 출시하겠다고 예고하면서 현대차그룹은 중국산 외에 저가 테슬라 모델과 동시에 경쟁해야할 상황에 놓였다. 사진은 이달 유럽 출시를 앞둔 현대차의 소형 전기차 '인스터 크로스'(캐스퍼 일렉트릭). <현대자동차> |
[비즈니스포스트] 유럽 전기차 시장이 최근 회복세를 보이는 가운데 내년 완성차 업체들의 유럽 저가 전기차 판매 경쟁이 본격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비야디(BYD) 등 중국 업체들의 전기차 점유율이 빠르게 높아지는 가운데 세계·유럽 전기차 판매 1위 업체 테슬라도 유럽 시장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이는 저가 전기차 출시를 예고했기 때문이다.
현대차그룹은 테슬라의 저가 전기차와 BYD 도전에 맞서 현지 수요에 맞춘 작은 차체에 가격경쟁력을 갖춘 전기차 출시에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16일 인사이드EV 등 외신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테슬라의 기업설명(IR) 책임자 트래비스 악셀로드는 이달 5일 도이치방크가 주최한 투자자 콘퍼런스에서 저가형 전기차(EV) 출시 계획을 밝혔다.
도이치방크는 보고서를 통해 "테슬라의 신차 '모델Q'(가칭)는 내년 상반기에 출시되며,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따른 보조금 포함 2만9999달러의 가격이 책정될 것"이라고 밝혔다.
IRA가 폐지될 경우에도 모델Q 가격은 3만7499달러로 기존 테슬라의 엔트리(진입) 모델인 모델3의 미국 시작가격(4만2490달러)보다 약 5천 달러 저렴하다.
인사이드EV는 "3만 달러 미만의 테슬라가 곧 출시될 것이라는 공식적 확인이 처음 이뤄졌다"고 보도했다.
테슬라에 관한 신뢰할 만한 정보를 제공해온 테슬라 전문 웹 미디어 '낫 어 테슬라 앱(NATA)'은 최근 모델Q에 관한 구체적 스펙을 공개했다.
NATA에 따르면 모델Q는 모델3보다 약 15% 더 작고, 30% 더 가벼워진다. 전장 3988mm의 소형 해치백 형태를 갖출 것으로 예상된다. 해당 전장은 기아 소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EV3(4300mm)와 경형 전기차 레이 EV 3595mm의 중간 수준이다.
기존 삼원계보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를 장착하고, 최소한의 변화로 테슬라의 현재 조립 라인을 사용함으로써 가격경쟁력을 높일 것으로 알려졌다.
소형 해치백 모델Q의 출시는 픽업트럭과 대형 SUV 수요가 높은 미국보다 좁은 도로환경 등으로 소형차 인기가 높은 유럽 시장에서 더 큰 반향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10월 유럽 판매 톱10에 이름을 올린 모델들을 보면 모두 준중형 아래 차급이다. 그 중 1위 다치아 산데로, 2위 푸조 208, 4위 르노 클리오, 5위 토요타 야리스 크로스, 7위 토요타 야리스, 9위 폴크스바겐 티록 등 6종이 소형 해치백·SUV였다.
세계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을 맞아 올해 1~10월 유럽 자동차 시장에서 전기차(EV) 판매량은 전년 동기보다 1.7% 줄었다. 다만 최근 10월 통계를 보면 전년 동월보다 6.9% 증가하며 회복세를 나타내고 있다.
더욱이 유럽 비영리 환경단체 유럽운송환경연합(T&E)에 따르면 내년 저가 전기차 출시가 잇따르면서 유럽연합(EU)에서 판매되는 신차 가운데 전기차(BEV)가 차지하는 비중이 최대 24%까지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 1~10월 EU 전기차 판매 비중은 13.2%였다.
유럽 전기차시장의 회복세와 함께 저가 전기차를 내놓고 펼치는 완성차업체들의 치열한 판매경쟁이 예고된 셈이다.
▲ BYD의 소형 전기 SUV '아토3'. < BYD > |
BYD 등 중국 전기차 브랜드들이 가격경쟁력을 앞세워 유럽 전기차시장 점유율을 높여가는 가운데 모델Q 출시 예고로 현대차그룹은 저가 전기차 판매에서 테슬라와도 경쟁해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
중국 최대 전기차 업체 BYD는 올해 1~10월 유럽에서 전기차 3만4513대를 팔아 전년 동기(1만1076대)보다 판매량을 3배 넘게 끌어올렸다. 아직 판매 대수는 많지 않지만 내년 말 헝가리 공장에서 소형 전기차 아토3, 돌핀 등의 현지생산을 시작하면 판매실적이 가파르게 상승할 것으로 전망된다. 돌핀의 유럽 판매 시작 가격은 2만 유로 후반대, 아토3는 3만 유로 중반대다.
테슬라는 이미 올해 1~10월 누적 판매량 기준 유럽 전기차 판매 1위 모델Y(16만44014대), 2위 모델3(9만460대)를 보유하고 있다. 모델Q는 생산 측면에 차질이 없다면 또 하나의 유럽 전기차 베스트셀러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차그룹은 현재 유럽에서 현대차 4종, 기아 5종 등 9종의 전기차를 판매하고 있다. 다만 소형 차급의 전기차는 현대차 코나 일렉트릭과 기아 니로 EV, EV3 등 3종뿐이다. 올해 1~10월 가장 많이 팔린 모델은 기아 니로와 코나 EV로 각각 약 3만 대가 팔렸다.
그룹은 유럽 전기차 시장의 경쟁 심화에 따라 낮은 가격대의 전기 신차를 적기에 출시하는 데 역량을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그룹은 지난달 니로 EV보다 1회 충전 주행거리를 100km가량 크게 늘리면서도 판매 시작 가격은 낮춘 EV3를 출시한 데 이어 지난 10일(현지시각) 독일에서 캐스퍼 일렉트릭(수출명 인스터) 계약 접수를 시작했다. 현지 판매 시작 가격은 EV3는 약 3만6천 유로, 캐스퍼 일렉트릭은 약 2만3900유로다.
기아는 이르면 내년 하반기 EV3보다 차체와 가격을 더 줄인 유럽 현지 전략형 전기차 EV2도 출시할 것으로 예상된다. 판매 목표 가격은 2만5천 유로로 잡았다.
또 내년 상반기 국내 출시 예정인 준중형 전기 세단 EV4의 유럽형 차량으로 해치백 모델도 함께 개발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허원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