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KB국민은행이 사상 처음으로 비은행 계열사 대표를 행장으로 맞이하는 깜짝 인사를 단행하면서 부행장 누구도 안심할 수 없다는 평가가 나온다.
KB금융은 이번 연말 인사에서 은행과 비은행 시너지 확대 등 핵심사업 혁신과 기업문화 쇄신을 강조하고 있다. KB국민은행 행장에 이어 부행장 등 내부 임원진의 대대적 쇄신이 뒤따를 수 있다는 전망에 무게가 실리면서 연말 인사를 앞두고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 KB국민은행이 비은행 계열사 대표를 차기 행장 후보로 맞게 되면서 연말 임원인사 교체 폭에도 관심이 쏠린다. |
28일 KB국민은행 분기보고서를 살펴보면 국민은행은 은행장 외 부행장 24명의 임기가 모두 올해 말 끝난다. KB국민은행은 지난해 기존 전무를 부행장으로 통합하는 임원 직급 개편을 단행하면서 부행장이 훌쩍 늘었다.
부행장은 각 사업본부를 맡아 최고경영자(CEO)인 은행장을 보좌하는 핵심 경영진이다. 경영기획, 업무지원 등 내부 살림부터 고객영업, 글로벌, 디지털사업, 인공지능(AI)·데이터 등 신사업까지 각 사업분야를 총괄한다.
KB금융그룹이
이환주 KB라이프생명 대표이사를 차기 은행장으로 깜짝 내정해 변화를 꾀하고 있는 만큼 직접 실무를 이끌어갈 부행장단의 진용도 새롭게 구상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KB금융은 전날 차기 KB국민은행장 후보를 발표하는 보도자료에서 젊은 인재 발탁 계획을 공식적으로 밝히기도 했다.
KB금융은 “KB국민은행은 녹록치 않은 경영환경에 대응하기 위해 핵심사업 성장을 도모할 경영 전문성이 요구되는 시점”이라며 “은행장을 보좌할 경영진은 혁신을 주도할 수 있는 우수한 젊은 인재를 과감히 발탁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KB국민은행 부행장은 50세 중반~60세 전후인 1964~1968년생이 대부분이다.
네이버클라우드 최고기술책임자(CTO) 출신인 박기은 테크개발본부장 부행장과 이종민 경영기획그룹 대표 부행장, 김진삼 경기지역그룹대표 부행장 정도가 1970년생으로 가장 젊다.
업무 전문성과 사업 혁신 등에 무게를 싣는다면 다른 계열사나 외부 인사 영입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KB국민은행은 앞서 박기은 테크개발본부장 부행장 외에도 세일즈앤트레이딩(S&T)과 자본시장사업그룹 등 부문에 외부 영입 인재를 발탁한 경험이 있다.
▲ KB금융지주가 27일 계열사대표이사후보추천위원회(대추위)를 열고 다음 KB국민은행장 후보로 이환주 KB라이프생명보험 대표이사 사장을 선정했다. |
현재 S&T본부장을 맡고 있는 유창범 부행장은 뱅크오브아메리카 글로벌마켓 대표, 메리츠증권 자산운용담당 전무, 대신증권 S&T총괄 전무 등을 거쳐 2022년 KB국민은행 자산운용1본부장으로 영입됐다.
이성희 자본시장사업그룹대표 부행장은 JP모건체이스은행 서울지점장, 하이즈에셋자산운용 사외이사 등을 역임하고 2023년 KB국민은행 채권운용본부장 상무로 합류했다. 이 부행장은 JP모건체이스은행에서 외환 딜러로 20년 넘게 일한 외환 전문가다.
KB금융은
이환주 대표를 차기 KB국민은행장 단독 후보로 올리면서 사업 혁신과 더불어 내부통제 강화, 기업문화 쇄신도 강조했다.
KB국민은행은 올해 초 대규모 손실사태가 났던 홍콩 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판매금액이 7조8천억 원 수준으로 은행권 전체(15조4천억 원)의 절반을 차지했다.
올해 경기 안양을 비롯한 지점들에서 대출 담보물건의 가치를 부풀리는 등 부당대출 사고도 3건이나 발생했다. 모두 100억 원 이상 규모로 금액이 480억 원을 넘어선다.
최근 우리금융 사태를 비롯해 금융권의 내부통제 문제가 더욱 부각되고 있는 데다 주주환원 확대 등 밸류업 정책을 위한 효율적 자본, 경영관리가 한층 중요해졌다.
KB국민은행 연말 인사에서 내부 조직과 인적 쇄신에 힘이 실릴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KB금융은 이미 전날 관행을 깨고 비은행 계열사 대표를 KB국민은행 차기 은행장 후보로 선정하면서 과감한 인사 기조를 보였다.
이환주 사장도 이날 출근길 기자들과 만나 신뢰와 내부통제 강화를 강조했다.
이 사장은 서울 강남구 역삼동 KB라이프생명 본사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금융인에게 요구되는 최고의 가치는 신뢰라고 생각한다”며 “끊임없는 내부통제 체계 강화와 고도화로 국민의 신뢰와 사랑을 한 몸에 받는 KB국민은행이 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부행장을 포함한 KB국민은행 인사는 이변이 없는 한 예년처럼 12월 말에 나온 것으로 전망된다.
KB국민은행 관계자는 “임원인사와 조직개편은 예년처럼 12월 말에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박혜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