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신한은행이 해외사업 강자로서 입지를 다시 입증했다.
핵심 사업지역인 베트남과 일본법인이 순항했고 다른 곳도 선전하며 3분기 시중은행 가운데 해외법인에서 가장 많은 순이익을 거뒀다.
정상혁 신한은행장은 두 곳을 넘어 카자흐스탄과 인도 등 차기 거점을 찾는 데도 공을 들이고 있다.
▲ 정상혁 신한은행장이 해외 새 거점 찾기에 분주하다. |
21일 은행권에 따르면 신한은행은 4대 은행(KB·신한·하나·우리) 가운데 해외법인으로 가장 많은 순이익을 거뒀다. 신한은행 해외법인 순이익은 3분기 누적 4343억 원으로 1년 전보다 24% 늘어났다.
신한은행에 따르면 해외법인 외에 지점 등을 통해 벌어들인 수익을 더하면 5659억 원으로 역대 최고치로 집계됐다. 전체 은행 손익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8.2%로 20%에 육박했다.
주요 해외법인 신한베트남은행과 일본 SBJ은행이 각각 2076억 원과 1069억 원을 거두며 호실적을 뒷받침했다. 각각 1년 전보다 12.3%, 15.9% 늘어났다.
국내 은행권 격전지로 꼽히는 인도네시아에서도 신한인도네시아은행이 순이익 기준으로 흑자전환(143억 원)했고 신한캄보디아은행은 지난해보다 40% 급증한 순이익 126억 원을 거뒀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신한베트남은행과 SBJ은행 중심으로 외형성장이 이어져 이자이익 기여도가 컸다”며 “인도네시아 등에서도 건전성 개선 노력이 지속돼 3분기 양호한 실적을 거뒀다”고 설명했다.
해외 법인이 고루 성장하면서 호실적을 이끈 셈인데 이 가운데서도 카자흐스탄이 눈에 띈다.
▲ (왼쪽부터)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정상혁 신한은행장, 후세인 오잔 유럽부흥은행 중앙아시아 지역 책임자, 샤를라파예프 카나트 카자흐스탄 산업건설부 장관이 6월 카자흐스탄 아스타나에서 열린 비즈니스포럼에서 협약을 맺고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신한은행> |
신한카자흐스탄은행은 3분기까지 순이익 753억 원을 거두며 신한은행 해외법인 가운데 세 번째에 위치했다. 지난해 9월 말보다 68.6% 급증했다.
업계에서는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영향에 러시아와 국경을 맞댄 카자흐스탄으로 자산과 고객이 옮겨간 효과가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신한은행이 국내 은행 가운데 처음인 2008년 12월 카자흐스탄에 법인을 세운 효과를 보고 있는 셈이다. 지금까지도 카자흐스탄의 유일한 국내 은행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정상혁 신한은행장도 흐름을 타고 일회성 호재에 그칠 수 있는 기회를 성과로 안착시키기 위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카자흐스탄은 중앙아시아 국가 가운데서는 한국과 교역 규모가 가장 커 중요도도 높은 것으로 여겨진다.
6월
윤석열 대통령의 카자흐스탄 경제사절단에 시중은행장 가운데서는 유일히 참가하며 현지 사업 확대를 위한 업무 협약 2건을 체결했다. 올해부터는 글로벌 장학사업 선발 국가에 베트남·캄보디아에 카자흐스탄을 더하며 관계 형성에 더 힘을 실었다.
▲ (왼쪽부터) 이수용 칼라일 아태지역 대표와 김성환 한국투자증권 대표이사, 함영주 하나금융그룹 회장,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진옥동 신한금융그룹 회장, 원종규 코리안리재보험 대표가 13일 홍콩에서 간담회를 갖고 있다. <신한금융그룹> |
정 행장은 카자흐스탄을 포함해 글로벌 사업을 더욱더 확대할 것으로 보인다.
진옥동 신한금융그룹 회장도 최근 확장 가능성을 내비쳤기 때문이다.
진 회장은 13일 홍콩에서 열린 금융권 공동 투자설명회에서 “베트남과 일본에 더해 추가로 카자흐스탄과 우즈베키스탄, 폴란드 세 곳 정도를 보고 있다”며 “(카자흐스탄에서는) 15년 동안 힘들었지만 올해는 의미 있는 성과를 내고 있다”고 말했다.
정 행장도 이에 맞춰 움직이는 모양새다.
4월에는 인도를 찾아 현지 1위 학자금대출 전문기업 크레딜라(Credilla) 지분 10%를 2500억 원 가량을 들여 사들였다. 2014년 은행 가운데 처음 사무소를 연 폴란드에는 올해부터 사무소장이 상주하며 사업을 펼치는 것으로 전해졌다.
신한은행이 해외사업 강자로 올라선 데는 긴 시간을 믿고 기다린 효과가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업계는 해외사업에 많은 변수가 있는 만큼 긴 호흡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기 때문이다.
겉보기에 저출산고령화로 시장 동력이 사그라드는 한국과 달리 동남아시아 등은 금융접근성 등이 낮아 금융사에게는 기회의 땅으로 여겨진다.
다만 실제 사업을 펼치려면 현지법인 근무 인원 제한과 같은 현실적 규제부터 종교에 따라 어려운 현지인 채용 등 문화적 문제까지 예상치 못한 변수가 걸림돌이 되는 사례가 부지기수다.
시중은행 고위 관계자는 “신한은행이 베트남에서 선전하고 있다지만 진출한 것은 30년이 넘었다”며 “해외사업은 오랜 시간 믿고 기다려야 하는 부분이 있고 신한은행은 이같은 시간을 버틴 게 성과로 나타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