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현대차 첫 대형 전기 SUV 아이오닉9 드디어 베일 벗다, 캐즘 뚫어낼까

▲ 사이먼 로스비 현대디자인센터장 전무가 지난 6일(현지시각) 로스앤젤레스 할리우드 거리 인근의 엔야 스튜디오에서 진행된 '아이오닉9 미디어 프리뷰'에서 아이오닉9 디자인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미국 로스엔젤레스=비즈니스포스트] 현대자동차의 첫 대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아이오닉9이 마침내 베일을 벗었다. 

2020년 말 현대차그룹의 전용전기차 플랫폼 E-GMP의 등장은 그룹이 세계 최고 권위의 자동차 시상식을 휩쓸며 글로벌 전기차 점유율을 본격 확대하는 계기가 됐다.

현대차의 세 번째 E-GMP 기반 전기차이자, 현대차그룹 역대 최고 성능을 갖춘 플래그십 전기차 아이오닉9이 '캐즘'(일시적 수요정체)을 뚫고 전기차 브랜드로서 현대차의 위상을 또 한 번 끌어올릴 수 있을지 주목된다.
 
[현장] 현대차 첫 대형 전기 SUV 아이오닉9 드디어 베일 벗다, 캐즘 뚫어낼까

▲ 6일(현지시각) 로스앤젤레스 할리우드 거리 인근의 엔야 스튜디오에 전시된 아이오닉9의 정측면 모습. <비즈니스포스트>

지난 6일(현지시각) 미국 로스엔젤레스(LA) 할리우드 거리 인근 엔야 스튜디오에서 한국 기자단을 대상으로 열린 '아이오닉9 미디어 프리뷰' 행사에 참가해 현대차가 선공개한 실차를 직접 살펴봤다.

이날 행사에서 무대위에 아이오닉9을 측면으로 세워놓고 디자인 발표를 시작하는 사이먼 로스비 현대디자인센터장 전무 표정과 어조에선 이 차에 관한 자신감이 가득 묻어났다.

아이오닉9의 디자인은 보트(Boat)에서 영감을 받아 공기 흐름을 최적화하고 여유로운 공간을 제공하는 데 주안점을 두고 개발됐다.

이를 놓고 현대차는 아이오닉9에 공력의 미학이란 뜻의 '에어로스테틱' 실루엣을 연출했다고 설명했다.

측면부는 그 특징을 가장 잘 나타내고 있었다.

로스비 전무는 "아이오닉9은 디지털 사이드 미러, 19인치 공력 휠 등을 적용해 공력 성능을 강화했고, 다른 SUV 차량보다 높은 0.26의 공력 계수를 달성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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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오닉 9 측면. <비즈니스포스트>

공력계수 0.26은 현대차 역대 SUV 가운데 가장 낮은 수치다. 공력계수는 자동차가 공기 저항을 받는 정도를 숫자로 표시한 것이다.

중형 SUV 싼타페의 공력계수는 0.296, 준중형 전기 SUV 아이오닉의 경우는 0.288이다. 

아이오닉9은 현대차 역사상 가장 큰 차체를 갖췄지만 코너부와 루프 라인을 매끄러운 곡선 형상으로 처리한 에어로스테틱 실루엣과 세계 첫 범퍼 하단 듀얼 모션액티브 에어 플랩 적용 등을 통해 해당 공력계수를 구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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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오닉9 실내 1열. <비즈니스포스트>

실루엣과 함께 측면부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건 긴 휠베이스(앞바퀴와 뒷바퀴 사이 거리)다. 

로스비 전무는 "E-GMP에 기반한 차량 중 휠베이스를 최대로 확대했고 오버행(앞뒷바퀴 중심에서 차 앞뒤 끝단 사이 거리)을 짧게 해서 프리미엄한 캐릭터를 부여했다"고 설명했다. 

아이오닉9의 치수는 전장 5060mm, 휠베이스 3130mm, 전폭 1980mm, 전고 1790mm다. 현대차의 내연차 중 가장 치수가 큰 팰리세이드보다 전장은 65mm, 휠베이스는 230mm, 전고는 40mm, 전폭은 5mm 더 길다. 이를 바탕으로 팰리세이드와 비교해 다리공간은 24mm, 머리 공간은 72mm를 추가로 확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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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오닉9 2열에서 촬영한 실내. <비즈니스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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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오닉9 3열에서 촬영한 실내. <비즈니스포스트>

매끈한 곡선의 루프(차지붕) 라인은 뒤로 갈수록 낮아지는데, 실제 앉아보니 3열에서도 기존 SUV보다 머리 공간에 여유가 있을 만큼 넓은 공간감이 느껴졌다.

차량 실내에는 넓게 확보한 공간의 활용성을 최대한 높이기 위한 현대차의 노력이 곳곳에 배어 있었다. 

로스비 전무는 그 대표적 사례로 유니버설 아일랜드 2.0 콘솔을 언급했다.

그는 "아이오닉5에 처음 적용한 유니버셜 아일랜드는 훨씬 더 공간이 큰 아이오닉9에선뒤쪽으로 더 많이 빠질 수 있게 만들었다"며 "듀얼 오프닝(앞뒤로 열 수 있는)이라 공간 수납 능력이 아주 뛰어나고, 디자이너와 엔지니어가 힘을 합쳐 어느 열에 앉아있든 컵홀더, 충전기 등을 사용할 수 있고 활용성이 높도록 신경 썼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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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앞뒤로 열고 이동할 수 있는 유니버설 아일랜드 2.0 콘솔. <비즈니스포스트>

다양하게 선택할 수 있는 2열 시트 구성도 장점으로 다가왔다.

6인승 모델은 릴랙스 시트와 스위블 시트 가운데 선택할 수 있다. 릴랙스 시트는 시트 압력과 진동으로 탑승자의 피로를 줄여주는 마사지 기능을 탑재했다.

2열 좌석을 회전할 수 있는 스위블 시트는 90도 회전하면 차량 승하차나 어린이 시트 설치 등의 편의성을 높일 수 있다. 180도 회전 시 2열과 3열 승객이 마주보고 앉을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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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오닉9 전면부. <비즈니스포스트>

아이오닉9의 전면부 램프 디자인에는 전용전기차 아이오닉의 핵심 디자인 요소인 파라메트릭 픽셀을 적용했다. 범퍼 하단엔 넓은 스키드 플레이트를 배치해 시각적 안정감을 준다.

후면부에도 테두리를 두르는 파라메트릭 픽셀 램프를 달아 기존에 볼 수 없었던 독창적 디자인을 연출했다.

현대차의 플래그십 SUV인 아이오닉9은 동급인 기아 EV9보다 1년 넘게 늦게 출시되는 만큼, 지금껏 축적한 전기차 기술력을 쏟아부어 현대차그룹 전기차(고성능 라인업 제외) 가운데 역대 최고 성능을 갖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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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오닉9 후면부. <비즈니스포스트>

아이오닉9은 국내에 항속형과 성능형 모델로 나눠 출시된다. 후륜 모터 기반 2륜구동(2WD) 항속형 모델은 최고출력 160kW(킬로와트), 최대토크 350Nm(뉴턴미터), 전·후륜 모터 기반 4WD 항속형 모델은 최고출력 226kW, 최대토크 605Nm의 힘을 낸다. 전·후륜 모터 기반 4WD 성능형 모델의 최고출력은 315kW, 최대토크는 700Nm에 이른다.

4WD 성능형 모델 기준 EV9 4WD 모델보다 최고출력은 약 11% 더 높고, 최고 출력은 같다.

아이오닉9은 EV9(99.8kWh)보다 큰 110.3kWh(킬로와트시) 대용량 배터리를 탑재하고, 1회 충전으로 최대 532km를 갈 수 있다. 이 역시 EV9보다 30km 이상 개선됐다.

김태현 MLV프로젝트5팀 팀장은 "아이오닉9은 차체의 샤시 등 측면에서 (경량화를 위해) 보강을 많이했다"며 "추후에 실제로 시승하면 편안하고 핸들링도 좋아 주행성능 면에서 놀랄 것이라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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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오닉9 터빈 형상의 멀티스포크 휠. <비즈니스포스트>

E-GMP 기반의 현대차그룹 전기차들은 세계 최고 권위의 올해의 차를 잇따라 수상하고 있다. 기아 EV6가 2022년 '유럽 올해의 차'와 2023년 '북미 올해의 차'를 수상했고, 2022년 현대차 아이오닉5, 2023년 아이오닉6, 2024년 EV9까지 현대차·기아는 '세계 올해의 차'를 3년 연속 석권했다.

지난 15일 외국인 최초로 현대차 대표이사 사장에 내정된 호세 무뇨스 현대차 글로벌 최고운영책임자(COO) 겸 북미권역본부장 사장은 최근 한국 기자단과 가진 서면 인터뷰에서 아이오닉9에 관한 자신감을 숨기지 않았다.

그는 "(현대차의 첫 대형 SUV 전기차인) 아이오닉9의 출시는 현대차가 신규 세그먼트(차급)를 공략할 수 있는 엄청난 기회가 될 것"이며 "아이오닉5와 아이오닉6를 통해 다져온 모멘텀을 기반으로, 아이오닉9은 전기차에 대한 고객 경험을 재정의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허원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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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오닉9 정측면. <비즈니스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