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터널 끝에서 빛을 봤다.”
가상화폐 리플을 개발한 리플랩스의 브래드 갈링하우스 최고경영자(CEO)가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미국 대선에서 승리하자 X에 남긴 글이다.
▲ 리플 가격이 게리 겐슬러 미국 증권거래위원회 위원장의 사임설에 힘입어 급격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
트럼프 전 대통령이 친가상화폐 정책을 펼칠 것으로 예상되면서 조 바이든 정부에서 리플을 억압해왔던 규제 환경이 개선될 것이라는 기대감을 보인 것이다.
가상화폐업계는 트럼프 행정부에서 가장 많은 수혜를 볼 알트코인으로 리플을 꼽는다. 이에 따라 리플의 가격 상승세도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나온다.
18일 가상화폐거래소 빗썸에서 오후 2시48분 기준 리플은 24시간 전보다 1XRP(리플 단위)당 14.38% 오른 1647원에 거래되며 상승세를 지속하고 있다.
이날 리플의 거래금액은 24시간 동안 빗썸에서 7877억 원을 기록했다. 업비트에는 2조 원을 넘겼다. 양 거래소 모두 거래대금 1위에 올랐다.
리플은 5일 트럼프 전 대통령의 당선 이후 여느 알트코인들과 마찬가지로 완만한 상승 흐름을 이어왔다.
하지만 15일부터 갑자기 급격한 상승 흐름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1천 원대를 오가던 시세는 16일 2년 만에 1400원을 돌파하더니 17일에는 1770원까지 오르면서 52주 신고가를 다시 썼다.
게리 겐슬러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위원장의 사임설이 급격한 리플의 가격 변동의 도화선이 된 것으로 여겨진다.
15일 외신을 통해 겐슬러 위원장이 사임을 암시하는 연설을 했다는 소식이 돌자 리플은 상승 흐름을 타기 시작했고 사임이 임박했다는 보도까지 전해지면서 리플은 무서운 기세로 신고가를 기록했다.
리플이 수많은 가상화폐 중에서도 겐슬러 위원장의 사임 가능성과 관련해 가장 크게 반응한 셈인데 겐슬러 위원장과 리플의 악연이 이유로 꼽힌다.
겐슬러 위원장은 가상화폐를 규제하면서 리플과 가장 크게 대립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대표적으로 겐슬러 위원장은 2020년부터 리플랩스와 리플의 연방증권법 위반 문제를 두고 소송을 벌이고 있다.
올해 8월 미국 뉴욕 남부지방법원이 리플랩스에서 거래소를 통해 개인에게 리플을 판매한 행위를 놓고 연방증권법을 위반한 것이 아니라고 판결하자 겐슬러 위원장은 항소를 준비했다.
하지만 가상화폐시장은 그의 조기 퇴진으로 SEC와 법적 다툼이 리플에게 유리하게 전개될 수 있다고 바라봤고 그 결과 리플의 시세가 급등한 것이다.
15일(현지시각) 폭스비즈니스는 겐슬러 위원장이 28일 미국 추수감사절 이후에 사임을 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도했다.
투자전문지 FX스트리트는 “분석가들은 친가상화폐 성향의 새 SEC위원장이 SEC와 리플 사이의 법적 분쟁에서 유리한 결과를 초래해 리플의 잠재력을 최대한 발휘하고 금융생태계에서 더 광범위한 수용을 이끌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 게리 겐슬러 미국 증권거래위원회 위원장(사진)의 조기 퇴진은 리플이 진행하고 있는 소송을 유리하게 마무리 짓는 기회가 될 수도 있다. |
리플이 상장지수펀드(ETF) 기대감을 바탕으로 트럼프 행정부 임기 내 강세를 이어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가상화폐업계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취임 이후 가상화폐에 대한 규제가 완화하면 다양한 가상화폐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출시의 걸림돌로 작용했던 증권성 기준이 크게 낮아질 것으로 전망한다.
이 경우 현물 ETF가 출시된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의 뒤를 이어 가상화폐 가운데 시가총액이 큰 리플(88조 원)과 솔라나(157조 원)가 다른 알트코인들보다 현물 ETF 출시 승인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리플 현물 ETF의 출시가 추진될 경우 승인 기대감에 힘입어 상품 출시 때까지 시세 상승세가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
가상화폐전문매체 코인게이프는 “리플 가격이 1달러를 넘기면서 추가 상승에 대한 낙관론도 커지고 있다”며 “미국의 명확해진 가상화폐 규제 경로는 시장이 오랫동안 기다려 왔던 리플의 현물 ETF를 현실화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조승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