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CJ대한통운이 중간물류(미들마일) 분야로도 사업을 확장하기 위해 화물중개 플랫폼 ‘더운반’을 키우는 데 힘을 쏟고 있지만 기대 만큼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플랫폼으로서 영향력을 확대해 사업을 궤도에 올리려면 화물차주와 화주를 최대한 확보해 플랫폼 내에서 거래가 활발히 이뤄져야 하는데 기존 사업자들의 아성을 넘어서기 쉽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 CJ대한통운이 중간물류 분야로 사업을 확장하기 위해 화물중개 플랫폼 ‘더운반’을 키우고 있지만 힘이 부치고 있다. 사진은 더운반 스티커를 부착한 화물차. < CJ대한통운 >
15일 물류업계 안팎의 말을 종합하면 CJ대한통운이 더운반을 이용하는 차주를 더 많이 확보하기 위한 유인 정책들을 잇따라 도입하고 있지만 차주들의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CJ대한통운은 최근 더운반이 화물차주용 애플리케이션(앱)을 전면 개편한 뒤 개편 기념 이벤트 등을 진행하고 있다.
더운반은 인공지능(AI) 기반으로 최적 운송건을 추천해주는 기능을 탑재하고 주문 상황을 실시간으로 보여주는 카테고리를 신설하는 등 차주 편의성을 높인다는 취지로 앱을 개편했다.
앱을 통해 화물차 거래도 가능하게 했다. 차주가 실시간으로 차량 시세를 조회하고 매매에 필요한 매물 등록, 계약서 작성, 판매·구매의 모든 절차를 한 번에 앱을 통해 진행하도록 했다.
GS칼텍스와 협력해 앱을 통한 ‘주유 멤버십’도 출시했다. GS칼텍스 가맹 주요소에서 주유를 하면 리터당 100원의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다만 일부 차주들 사이에서는 더운반이 화물중개 플랫폼으로서 본연의 역할에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원활하게 화주의 주문건을 연결받아 일을 진행하기에 부족하다는 것이다.
실제 온라인 차주 커뮤니티에서는 더운반에서 일이 부족하다는 반응이 종종 올라오곤 한다.
이번 더운반의 앱 개편 소식을 전하는 게시글에서도 한 차주는 “그래서 일감은 언제?”라는 댓글을 올렸다.
앱 개편을 통해 새로 도입한 주유 멤버십의 가입 이벤트를 소개하는 게시글에서 또 다른 차주는 “조건이 좋으면 가입하지 말라고 해도 가입한다”고 회의적 반응을 보였다.
이 같은 불만들은 더운반이 아직 화주와 차주를 충분히 확보해 양쪽이 바라는 만큼 주문건을 성사시킬 만한 수준에 이르지 못했음을 방증하는 것이라는 시선이 나온다.
실제 화물중개 분야에서는 기존에 시장을 선점한 전국24시콜화물, 원콜, 화물맨 등의 대형 플랫폼들이 여전히 강력한 영향력을 보이는 것으로 파악된다.
CJ대한통운은 2015년에도 화물운송 플랫폼 ‘헬로’를 내놓은 적이 있지만 이 때도 기존 사업자들의 아성을 넘지 못하고 사실상 실패한 경험이 있다.
지금도 CJ대한통운뿐 아니라 카카오모빌리티와 통신3사(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ICT 역량을 갖춘 대기업들도 이 시장을 공략하고 있지만 여전히 기존 사업자들의 입지가 공고하게 유지되고 있다.
물류업계 관계자는 “전국24시콜화물 등의 기존 플랫폼들은 대부분의 화물을 다 취급하고 네트워크도 좋다보니 차주들도 많이 들어가 있고 실시간으로 배차가 돼 일감을 바로 받을 수 있다”며 “아직까지는 대기업들의 경쟁력이 기존 업체들과 비교하면 낮은 걸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대기업이 플랫폼의 시스템 품질은 더 높겠지만 차주와 화주들이 기존에 편리하게 거래하고 있는 플랫폼에서 옮겨가기엔 더 많은 유인 매력이 필요할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CJ대한통운이 화물운송 플랫폼을 통해 중간물류 쪽으로 발을 넓히는 배경으로는 이 시장에서 사업확대 여력이 크다는 점이 꼽힌다.
CJ대한통운은 물류배송 과정에서 최종단계(라스트마일)에 해당하는 택배 분야에서 선두 사업자로서 입지를 단단히 구축해 놓았지만 국내시장만으로는 확대 여력이 크진 않다.
반면 중간물류 시장은 통계청의 2021년 ‘운수업조사’에 따르면 33조 원에 이르는 큰 규모인 데다 ICT 기술을 적용해 공략할 여지도 많은 분야다.
이 때문에 CJ대한통운도 더운반을 이용하는 화주와 차주를 확보하기 위해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운임을 바로 다음날 지급하는 시스템은 CJ대한통운의 대표적 화물기사 유인정책으로 꼽힌다. 보통 화주들이 운임 대금을 30여일 뒤에 지급하기 때문에 운임 정산도 늦어지는데 다음날 정산이 이뤄지면 화물기사들의 현금흐름은 크게 개선된다.
차주 확보를 위한 홍보 활동에도 적극적이다.
CJ대한통운은 더운반을 이용하는 화물차주를 상대로 지난해부터 스티커 홍보단을 운영해왔다.
화물기사가 차신의 차량에 더운반 대형 스티커를 붙여 이동하면서 더운반을 홍보하게끔 하는 방식이다. 화물기사에게는 홍보비로 월 25만 원씩 지급하고 있다.
홍보단 활동은 화물기사들의 호응이 커 10월까지 다섯 차례 홍보단 활동이 진행됐다.
화주 확보에도 일정 부분 성과를 거뒀다. 더운반 출범 초기 화주 수는 150곳에서 7월 기준 3천 곳까지 확대됐다
▲ CJ대한통운 직원이 2023년 6월28부터 30일까지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2023 디지털 유통대전'에서 화물중개 플랫폼 '더운반(the unban)'을 소개하고 있다. < CJ대한통운 >
CJ대한통운 관계자는 "인공지능 기술 역량으로 서비스를 고도화하는 한편 전략적 제휴를 통해 화물차주에게 실질적 편의와 혜택 제공하는 화물차주 플랫폼으로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며 "더 나은 운송 경험을 제공하고 운임 익일 지급 정책을 지속하며 화물차주와 상생하는 서비스로 거듭나겠다" 고 말했다..
송승임 LG경영연구원 연구원은 ‘미들마일 물류, 신중해야 할 기회의 땅’이란 제목의 보고서에서 “기존 중간물류 생태계 속 화주와 차주를 어떻게 자사 플랫폼으로 끌어올 것인지, 중간물류시장의 역량을 기반으로 어떤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미래 사업으로 확장할 수 있을 것인지에 관한 큰 그림이 있어야 과거의 실패를 반복하지 않을 수 있을 것”이라고 바라봤다. 류근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