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왼쪽 상단부터 시계방향으로) 이경수 메리츠증권 리서치센터장, 윤석모 삼성증권 리서치센터장, 김동원 KB증권 리서치본부장, 황승택 하나증권 리서치센터장, 유종우 한국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박희찬 미래에셋증권 리서치센터장. 사진 각 사 제공. |
[비즈니스포스트] 미국증시가 연일 사상 최고 기록을 새로 쓰고 비트코인을 중심으로 가상화폐시장이 불타오르는 가운데 국내증시만 유독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국내 주요 증권사 리서치센터장들은 코스피가 2300선을 내어줄 가능성은 낮다고 보면서도 당분간 변동성은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14일 비즈니스포스트가 주요 증권사 리서치센터장에게 코스피 하단 전망을 물어본 결과 KB증권이 2300, 하나증권이 2350을 제시했다. KB증권은 그 근거로 코스피 주가순자산배율(PBR)의 전 저점 수준이 0.8배라는 점을 들었다.
삼성증권은 따로 코스피 하단 예상치를 제시하진 않았지만 코스피 PBR 0.8배가 안정적인 지지선 수준이라고 말함으로써 사실상 KB증권과 궤를 함께 했다.
이날 코스피는 전날보다 0.07%(1.78포인트) 오른 2148.86에 장을 마쳤다.
이날 코스피는 소폭 상승했지만 전날까지 연일 하락하면서 새로운 하단 지지선에 대한 우려가 생겨난 상황이었다. 코스피는 11일(-1.15%), 12일(-1.94%), 13일(-2.64%) 연속 하락하면서 2400선을 위협받았다.
금융투자소득세 폐지로 코스피보다 더 큰 수급 수혜를 받을 것으로 전망되던 코스닥도 11일(-1.96%), 12일(-2.51%), 13일(-2.94%), 14일(-1.17%) 연속 하락하면서 700선이 무너졌다.
우선 코스피 약세의 원인엔 삼성전자의 부진이 결정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하반기 외국인투자자의 국내증시 순매도액 18조9천억 원 가운데 삼성전자 순매도액이 18조 원으로 사실상 전부를 차지한 것으로 집계됐다.
결론적으로 삼성전자 실적과 주가가 회복세로 돌아서야 코스피도 본격적인 반등이 가능할 거란 전망이 나온다.
이경수 메리츠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외국인투자자의 삼성전자 매도가 그쳐야 공포가 진정될 것이다”고 말했다.
다만 코스닥 역시 코스피와 함께 강하게 하락했다는 점에서 미국 대선발 충격도 국내 증시 전반에 무거운 압력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향후 미국이 수입하는 모든 물품에 10~20%의 관세를 매기겠다고 엄포를 놓고 있다. 특히 중국산 수입품에 대해선 60%의 관세를 적용하겠다고도 내걸었다.
이는 여러 방향에서 한국 수출에 악재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의 미국향 수출 감소는 물론이고 중국이 미국에 수출하는 완제품에 공급되는 한국산 중간재들의 수출이 타격을 입을 수 있다. 또한 중국의 전체 성장을 둔화시켜 한국이 중국에 공급하는 완제품 수출도 감소할 거란 전망이 나온다.
결론적으로 트럼프 당선의 결과 국내 경기에 대한 우려가 강해졌으며 여기에 삼성전자의 부진이 더해지면서 국내증시에서 외국인투자자들이 이탈한 결과로 종합할 수 있다.
윤석모 삼성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최근 코스피 하락의 원인은 △미국의 경제 정책을 포함한 글로벌 금융 환경에 대한 불확실성 확대 △기술주 업종을 중심으로 이익 전망치 하향 조정 지속 △이를 근거로 한 외국인의 매도 때문이라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이어 “트럼프 2기에 강화되는 보호무역주의 기조가 수출 비중이 높은 한국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며 “환율 상승에도 불구하고 수출 기업들이 수혜를 입기 어려운 구조가 될 것이라는 우려가 주가 하락을 심화시키고 있다”고 덧붙였다.
리서치센터 수장들은 당분간 이같은 변동성이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았다.
김동원 KB증권 리서치본부장은 “삼성전자 등 대형주의 부진과 트럼프 당선의 후폭풍이 국내증시를 짓누르고 있다”며 “정부의 부양 조치가 발표되기 전까지 충격이 몇 차례 더 반복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박희찬 미래에셋증권 리서치센터장도 “지수가 많이 내려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보지만 단기적으로 큰 변화는 기대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유종우 한국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도 “코스피는 2400포인트를 하회할 수 있다”며 “한국 경제 악화로 원화 약세가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 팽배한 가운데 한국 내부에선 환율 해결 선택지가 제한적이어서 해외 변수에만 의존하는 불리한 환경이 지속될 것이다”고 말했다.
다만 반등의 불씨가 여전히 남아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특히 윤석모 센터장은 과거 사례를 통해 코스피의 하단 지지선이 상당히 안정적인 수준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최근 코스피 밸류에이션이 저점을 찍은 시기는 한국 반도체 업종의 연간 적자 우려가 심해졌던 2023년 11월과 미중 무역분쟁 우려로 인해 증시가 하락했던 2018년 11월과 2019년 1월 등 세 차례로 분석된다. 이 때 코스피 PBR은 모두 0.81배 수준에서 반등에 성공했다는 것이다.
역사적으로 확인된 저점 수준 뿐 아니라 트럼프 2기 정부 하에서 국내증시에 우호적인 요인도 분명 존재한다고 윤 센터장은 짚었다.
그는 “트럼프 당선자의 정책 기조가 한국과 같은 수출 주도 경제에 부담이 되는 것은 사실이나 현재는 과도하게 부정적인 부분만 부각되고 있다”며 “미국의 소득세⠂법인세 인하, 에너지 생산확대를 통한 물가 압력 완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조기 종식을 위한 노력, 인프라 투자 확대 등은 한국 기업들에게 기회가 될 수도 있다”고 바라봤다.
이어 “현재는 역사적 저점 밸류에이션에 근거한 역발상 매수 대응 전략이 유효하다”며 “올해 8월 초 코스피가 장중 2400을 일시 하회했지만 2441로 마감한 뒤 급반등한 사례를 복기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황승택 하나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미국이 기준금리를 인하한 지 2달이 지나가는 상황에서 이르면 올해 말 혹은 내년 초에 기준금리 인하 효과가 경제지표에 반영될 것으로 보인다”며 “미국의 제조업지수가 반등하게 되면 2024년 4분기 말 국내 반도체 업종의 주가도 반등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김태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