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 3분기 호실적 반가운 김동철, 전력망 직류송전 미래 투자 숨통 트인다

▲ 한국전력이 전력망 직류송전 등 미래 투자에 슴통이 트이고 있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김동철 한국전력공사 사장의 경영활동에 힘이 실리고 있다.

한전의 실적이 확실한 본궤도에 오르면서 전력망 확충 등 한전의 미래를 위한 투자여력도 서서히 확보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13일 한국전력공사가 발표한 3분기 잠정 실적에 따르면 한전은 지난해 3분기 이후로 5개 분기 연속 영업이익 흑자를 내면서 올해 연간 영업이익 흑자 전환을 사실상 확정했다.

한전은 3분기에 연결기준으로 매출 26조1034억 원, 영업이익 3조3961억 원을 거둔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매출은 6.7%, 영업이익은 70.1% 증가했다.

한전의 올해 3분기 영업이익 규모는 단순히 흑자 전환 이상의 의미가 있는 수준으로도 보인다.

분기 영업이익 3조3961억 원은 한전이 사상 최고 분기 영업이익을 낸 2016년 3분기 4조4242억 원 이후 8년 만에 최고치다. 

3분기까지 누적 영업이익은 5조9457억 원으로 올해 역대 최고 수준에 버금가는 실적을 낼 것으로 보인다.

증권가에서는 한전의 올해 연간 영업이익을 8조 원 안팎으로 예상하고 있는데 3분기 실적은 기존 전망치의 30% 이상을 웃돌았다. 8월 이후 국제유가의 흐름이 안정적이라는 점 등을 고려하면 한전은 4분기에도 양호한 실적 흐름을 이어갈 가능성이 크다.

한전은 연간 기준으로 2016년 12조16억 원으로 역대 최고 실적을 냈다. 연간 10조 원 이상의 영업이익을 낸 적은 2015년, 2016년 두 차례 정도다.
 
한전 3분기 호실적 반가운 김동철, 전력망 직류송전 미래 투자 숨통 트인다

김동철 한국전력공사 사장(가운데)이 6일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빅스포 2024'에서 직류 송전 비전을 발표하며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한국전력공사>

임기 중반에 접어들고 있는 김 사장에게 현재 한전 실적의 흐름은 반가울 수밖에 없다.

김 사장은 한전이 9개 분기 연속 영업이익 적자를 이어오며 한창 재정난을 겪던 2023년 9월에 취임해 한전을 이끌어 왔다. 

김 사장이 취임할 당시만 하더라도 한전은 2년 넘게 수익을 얻지 못해 한전채 발행 등 대응으로 자금을 조달하며 경영을 이어 왔다. 하지만 현재 한전은 단순한 실적 회복을 넘어서는 수준으로 수익을 내고 있다.

김 사장은 한전의 경영 정상화와 함께 전력망 확충 등 산업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김 사장은 최근에는 국내 전력망을 직류로 전환하겠다는 새 비전을 선포하기도 했다. 

김 사장은 6일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빅스포(BIXPO) 2024’ 개회사를 통해 “신재생에너지 계통연계와 데이터센터 등 전력수요 급증에 따른 전력망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거대한 중앙 집중식 전력망에서 작고 유연하며 지역 단위의 새로운 망 체계로 변화하는 제2의 전력망 인프라 혁신이 필요하다”며 “직류는 교류에 비해 효율성이나 안정성, 친환경성에서 장점을 갖고 있어 탄소중립과 에너지효율이 최우선시 되는 미래 전력산업에서 역할이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전력망 확충과 직류 송전 전환 등 미래를 위한 김 사장의 구상에는 적지 않은 투자가 필요하다. 이런 상황에서 한전의 구조적 흑자는 사업 여력을 확보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한전은 올해 상반기 기준으로 203조 원에 이르는 부채도 떠안고 있는 만큼 재무 안정성을 더 높일 필요성도 떠오른다.

한전의 자금 사정이 녹록지 않은 상황에서 연간 4조 원을 웃도는 이자 비용이 신산업을 위한 투자에 걸림돌로 작용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김 사장이 한전의 실적 호조에도 지속적으로 전기요금 인상에 목소리를 높여온 까닭이다.

김 사장은 올해 빅스포 행사장에서 기자들과 만나 전기요금 인상의 필요성을 놓고 “2050년까지 에너지 분야 누적 투자액은 27조 원이 될 것으로 추산된다”며 “이는 1년 전 국제에너지기구(IEA)에서 발표한 것보다 2배 늘어난 규모”라고 말했다.

그는 “에너지 분야가 이전에는 다른 산업을 보조하는 데 그쳤다”며 “현재는 비약적으로 성장하면서 막대한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신성장 분야로 떠오르고 있지만 우리는 대비가 부족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이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