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김정일 코오롱글로벌 대표이사 사장이 부진한 실적 속에서도 연임에 성공했다. ‘전쟁 중 장수를 바꾸지 않는다’는 안정 기조가 크게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김 사장은 급등한 원가 영향이 줄어들 때를 바라보며 수익성을 정상화하는 데 더욱 매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코오롱글로벌 실적 개선 기다림 길어진다, 김정일 연임으로 어깨 더 무거워져

▲ 김정일 코오롱글로벌 대표이사 사장이 두 번째 임기 동안 수익성 반등에 성공할지 주목된다.


13일 코오롱글로벌 안팎에 따르면 최근 눈에 띄게 내리막을 걷는 수익성을 큰 폭으로 끌어올리기는 쉽지 않다는 관측이 나온다.

코오롱글로벌은 3분기 연결기준 영업손실 211억 원이라는 실적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1년 전과 비교해 적자로 돌아섰는데 매출 기준 전체 85%를 차지하는 건설부문 부진의 직격탄을 맞았다.

분기별로 보면 지난해 4분기 영업손실 328억 원에서 올해 1분기 영업이익 9억 원으로 개선했지만 2분기 영업손실 4억 원에 이어 3분기에는 영업손실 규모가 대폭 확대됐다.

철근, 시멘트 등 지속적 원자재 가격 및 인건비 상승에 따라 주택·건축공사에 원가 반영을 단행한 지난해 4분기를 지나며 회복세를 보이는 듯 했지만 다시 수익성이 크게 낮아진 것이다.

이는 여전히 높은 원가가 적용되는 현장이 다수 남아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지난해 94.1% 코오롱글로벌 건설부문 연간 원가율은 94.1%였는데 올해 1분기 93.8%에서 2분기 95.8%, 3분기 98.3%까지 높아졌다.

김정일 사장이 건설업계 전반에 오랫동안 지속하고 있는 원가 상승 늪에서 특별한 반전을 만들어내지 못하는 모양새다.

코오롱글로벌은 당분간은 높아진 원가 영향을 적지 않게 받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김창수 한국기업평가 연구원은 10월 초 건설산업점검 보고서에서 “코오롱글로벌 진행 사업장들의 높은 예정원가율과 준공 스케줄을 고려하면 단기적으로 저하한 수익성이 이어질 것”이라고 바라봤다.

최근 건설업계 전반에 걸쳐 2021~2022년 착공물량 비중이 4분의 1 수준으로 낮아지는 내년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수익성을 개선할 것이라는 큰 흐름과 함께하는 셈이다.

코오롱글로벌 관계자는 “최근 정상적 원가의 비주택 건설부문 프로젝트가 착공하면서 매출에 반영되고 있다”며 “비주택 물량은 매출 반영이 더 빠르다는 점까지 고려하면 내년 하반기 이후 빠른 실적 정상화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김 사장은 수익성 반등기까지 실적을 방어하고 이후 개선 폭을 키워야 하는 과제가 더욱 무겁게 다가올 것으로 예상된다.

임기 3년 동안 수익성 수준이 크게 낮아졌음에도 전날 코오롱그룹 임원인사를 통해 연임이 확정됐기 때문이다. 현재 김 사장의 첫 임기는 내년 3월29일로 만료된다.

김 사장 선임 전후로 코오롱글로벌 수익성을 보면 2021년 영업이익 1869억 원에서 2022년 영업이익 1669억 원을 기록하며 임기 첫해는 영업이익률 6.8% 안팎을 유지했다.

하지만 2년차인 지난해 영업이익이 128억 원(영업이익률 0.5%)으로 크게 축소됐고 올해는 영업적자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온다.

특히 올해 코오롱그룹 오너 4세인 이규호 부회장이 코오롱글로벌 사내이사로 선임돼 경영에 직접 참여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아쉬움이 더욱 클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김 사장이 그룹의 신뢰를 받아 연임을 한 점은 의미가 작지 않다. 더욱이 김 사장의 연임은 최근 코오롱그룹 다른 계열사에서 활발한 사장단 인사가 일어난 것과도 대비된다.

코오롱그룹은 코오롱인더스트리 중심 화학·소재사업과 코오롱모빌리티그룹의 수입차판매사업에서 사업구조 재편이 진행되고 있다. 이와 맞물려 새로운 경영 체제로의 변화를 목표로 대규모 사장단 인사가 단행됐다.

올해 그룹 인사만 봐도 코오롱인더스트리, 코오롱ENP, 코오롱글로텍, 코오롱모빌리티그룹의 자동차사업부문과 신사업부문에 새 대표가 내정됐다.

코오롱그룹에서는 최근 코오롱인더스트리가 필름사업을 떼어낸 뒤 코오롱글로텍 자동차 소재·부품사업을 흡수합병하고 그룹 내 흩어져 있던 복합소재 사업을 모은 코오롱스페이스웍스가 출범하는 등의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2023년 코오롱글로벌 자동차부문이 인적분할해 출범한 코오롱모빌리티그룹도 이번 인사와 함께 자동차사업부문과 신사업부문을 나누는 조직개편을 실시했다.

다만 업황이 바닥을 지나고 있는 건설사업에서는 김 사장의 리더십은 유지하면서 최대한 안정을 꾀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코오롱글로벌 임원인사 규모도 2023년도 2024년도 인사에서 각각 3명과 6명이었던 것과 비교해 2025년도 인사에서는 1명에 그쳤다. 이번 인사에서는 송혁재 인프라본부장이 전무에서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재계 한 관계자는 “코오롱그룹이 최근 건설업황이 전반적으로 워낙 안 좋은 점을 고려해 실적 부진을 리더십 탓으로 돌리지 않고 정중동 행보를 보이는 것으로 풀이된다”고 말했다.
 
코오롱글로벌 실적 개선 기다림 길어진다, 김정일 연임으로 어깨 더 무거워져

▲ 코오롱그룹이 2025년 사장단 및 임원인사에서 대거 대표이사 인사를 단행한 가운데 김 사장은 임기만료를 앞두고 자리를 지켰다. 사진은 서울 강서구 코오롱원앤온리 타워.


김 사장은 직접 늘려온 풍부한 수주잔고, 또 그룹 차원의 적극적 지원에 기대 내실을 다지는 데 더욱 박차를 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코오롱글로벌 수주잔고는 2021년 말 9조8천억 원에서 올해 3분기 말 13조6천억 원으로 불었다. 3년 사이 40% 가까이 증가했고 매출 기준으로는 약 5년치에 이른다.
 
올해 3조8천억 원의 신규수주 목표를 세운 김 사장은 3분기까지 달성률 76%(2조9646억 원)을 기록하며 일감 확보에 속도를 내고 있다.

코오롱글로벌은 PF(프로젝트파이낸싱) 우발채무 리스크도 그룹의 뒷받침을 받아 적절히 관리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코오롱글로벌은 PF 우발채무 대응을 위해 올해 초 지주사 코오롱의 신용보강으로 3천억 원을, 자산담보로 2천억 원을 조달했다.

코오롱글로벌은 조달 과정에서 자금이 모두 차입금으로 잡혀 연결기준 부채비율이 지난해 말 364%에서 올해 3분기 말 560%까지 상승했다. 하지만 전날 서울 서초구 ‘서초 스포렉스 토지 및 건물’ 자산을 4301억 원을 받으며 코오롱인더스트리에 양도하기로 하면서 부채비율에도 숨통을 틀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PF 우발채무 리스크가 큰 기타사업(정비사업 제외) 브릿지론 규모는 지난해 말 7225억 원에서 올해 상반기 말 2680억 원으로 축소했다. 

코오롱글로벌은 유일하게 남은 대전 중구 선화동 주상복합 3차 개발사업 브릿지론과 관련해 부지 내 방송국 이전 절차를 마무리 짓고 만기인 내년 3월 이전에 본PF로 전환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장상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