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 '캐즘'에 올해 유럽 판매 소폭 감소, 더 작은 전기차로 '톱3' 노려

▲ 현대자동차그룹이 유럽에서 올해 4분기부터 소형 보급형 전기차 출시와 현지 전기차 생산체제 구축을 통해 유럽 '톱3' 등극을 노린다. 사진은 현대차 캐스퍼 일렉트릭.(현지명 인스터)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현대자동차 그룹이 전기차 '캐즘'(대중화 전 일시적 수요 정체)이 덮친 올해 유럽 자동차 시장서 고전하고 있다.

그룹은 내년 다시 빠른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되는 유럽 전기차 시장에서 소형 보급형 전기차 출시와 전기차 현지 생산체제 구축을 통해 유럽 자동차 판매 '톱3' 진입을 노린다는 계획이다.

11일 유럽자동차공업협회(ACEA)에 따르면 현대차와 기아는 올해 1~9월 유럽(유럽연합+유럽자유무역연합+영국)에서 82만1925대의 자동차를 팔아 8.4% 점유율로 현지 판매 4위를 기록했다.

1위는 26%의 압도적 점유율을 보인 폴크스바겐그룹이 차지했다. 2위에는 스텔란티스(15.9%), 3위에는 르노그룹(9.6%)이 이름을 올렸다. 5위 도요타그룹(7.7%), 6위 BMW그룹(6.9%)이 현대차그룹의 뒤를 이었다.

현대차그룹은 2021~2023년 유럽 연간 판매 순위에서도 내리 4위를 기록했다. 

다만 올해 유럽 전체 승용차 판매량이 전년 동기보다 1% 증가한 가운데 같은 기간 현대차그룹 판매량이 3.4% 감소하면서 도요타그룹에 0.7%포인트 차이의 점유율 추격을 허용했다. 지난해 1~9월 점유율은 현대차그룹 8.8%, 도요타그룹은 6.9%로 점유율 격차는 1.9%였다.

중국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규모가 큰 유럽 전기차 시장 역시 글로벌 전기차 '캐즘' 영향을 피해가지 못했다.

올해 들어 9월까지 유럽 전체 승용차 판매량은 소폭이나마 늘어난 반면 같은 기간 전기차 판매량은 2.6% 감소했다. 유럽연합(EU) 국가들로 좁혀서 보면 감소율이 5.8%로 더 늘어난다.

다만 최근 9월 통계를 보면 EU 전기차 판매량은 전년 동월보다 9.8% 증가하며 뚜렷한 회복세를 나타냈다.

더욱이 내년엔 저가 전기차 대거 출시에 따라 유럽 전기차 판매량이 크게 늘어날 것이란 관측도 제기된다.

유럽 비영리 환경단체 유럽운송환경연합(T&E)은 최근 리포트를 통해 내년 EU에서 판매되는 신차 가운데 전기차(BEV)가 차지하는 비중이 20%에서 최대 24%에 이를 것이란 전망을 내놨다. 올해 1~9월 해당 비중은 13.1%였다.

T&E 측은 "내년까지 유럽에 2만5천 유로(약 3700만 원) 미만의 전기차 신차 7종이 출시될 것으로 예상되고, EU 최대 전기차 시장인 독일이 9월 전기차 보조금을 재도입하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현대차그룹은 유럽 전기차 시장 변화에 발맞춰 소형 보급형 전기차 출시와 현지 전기차 생산체제 구축을 서두르고 있다.

현대차는 올 연말 소형 전기차인 캐스퍼 일렉트릭(현지명 인스터) 유럽 판매를 본격 시작한다.

캐스퍼 일렉트릭은 대용량 배터리를 탑재해 국내 기준 315km의 1회 충전 주행거리를 확보했다. 동급인 기아 레이 EV(205km)보다 110km 더 길다. 2만5천 유로 미만의 시작가격에 유럽 땅을 밟을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 관계자는 "체코 공장에서 생산 중인 2세대 코나 일렉트릭과 한국에서 수출하는 아이오닉5를 비롯해 유럽에 새롭게 출시하는 캐스퍼 일렉트릭을 주축으로 전기차 시장 주도권을 회복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아는 최근 유럽에서 브랜드 첫 소형 전용 전기차 EV3를 해외 최초로 선보였다.

EV3는 현대차그룹의 전용 전기차 플랫폼 E-GMP를 활용해 내연기관 파생 전기차 동급 모델인 니로 EV보다 1회 충전 주행거리를 100km가량 크게 늘리면서도 판매 시작 가격은 더 낮췄다.

기아는 이달 유럽 26개국 500여 명의 기자단을 대상으로 대규모 시승회를 여는 등 공격적 마케팅과 함께 유럽 시장 본격 판매를 시작했다. 

기아는 EV3 유럽 연간 판매 목표를 6만 대 수준으로 잡았다. 작년 EU 전체 전기차 판매량(153만8621대)의 약 4%에 이른다.

이르면 내년 하반기 EV3보다 몸집을 더 줄인 유럽 현지 전략형 전기차 모델 EV2도 현지 판매에 합류할 것으로 예상된다. EV2 판매 목표 가격은 2만5천 유로다.

기아 측은 지난 4월 'CEO 인베스터데이'에서 한국·북미·유럽 등 주요 시장에서 최근 출시한 EV3를 시작으로 EV2, EV4, EV5 등 총 6종의 전기차를 출시하고, 이들 전기차 대중화 모델 판매량을 올해 13만1천 대에서 2026년 58만7천 대로 4배 넘게 늘리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현대차그룹 '캐즘'에 올해 유럽 판매 소폭 감소, 더 작은 전기차로 '톱3' 노려

▲ 현대자동차의 체코 공장(HMMC) 전경. <현대자동차>

현대차그룹은 최근 유럽 현지 전기차 생산체제 구축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현재 유럽에서 생산되는 그룹의 전기차는 현대차 체코 공장(HMMC)의 2세대 코나 일렉트릭이 유일하다.

기아는 현재 슬로바키아 질리나 공장에 내년 하반기 가동을 목표로 전기차 생산라인 건설 공사를 진행중이다. 업계에선 첫 생산 차종으로 EV3를 유력하게 꼽고 있다. EV4 유럽형 모델과 유럽 전략 차종 EV2도 이 공장에서 순차 생산을 시작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차 역시 유럽 전기차 시장이 회복세로 돌아설 것을 대비해 현지 생산 전기차를 수요에 맞춰 단계적으로 확대 투입한다는 방침을 정했다.

내년 유럽 판매 신차의 약 4분의 1이 전기차 모델이 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현대차그룹의 잇따른 보급형 전기차 현지 출시는 자동차 시장 점유율 확대에 상당한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9월 한 달 동안 현대차그룹은 유럽에서 9만7337대를 팔아 점유율 8.7%로 3위 르노그룹(9.0%)과 0.3%의 박빙의 격차로 4위를 기록했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유럽 자동차 시장 환경 변화에 유연하고 민첩하게 대응해 유럽에서 전동화 퍼스트 무버로서 입지를 더욱 넓히고, 미래성장 돌파구를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허원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