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기준금리를 낮췄지만 미국 정부의 재정적자와 인플레이션 우려로 시장금리를 낮추기는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사진은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 의장. <연합뉴스> |
[비즈니스포스트]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11월 초 기준금리를 4.75∼5.0%에서 4.50∼4.75%로 0.25%포인트 인하했다.
연준은 지난 9월 FOMC 회의 결과 4년 반 만에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인하하는 '빅컷'을 단행한 이후 이번에 연속으로 금리를 내렸다. 이에 따라 한국(3.25%)과 미국의 금리 격차는 1.50%포인트로 다시 줄었다.
한미 금리차는 지난 9월 18일 연준의 빅컷 이후 1.50%포인트였으나,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지난달 11일 기준금리를 3.25%로 0.25%포인트 낮추면서 다시 1.75%포인트로 벌어진 바 있다.
연준은 이날 성명을 통해 "최근 지표들은 경제 활동이 계속 견고한 속도로 확장하고 있음을 시사한다"며 "올해 초부터 노동시장 상황은 전반적으로 완화됐고, 실업률은 상승했지만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또 "인플레이션은 FOMC의 2% 목표를 향해 진전을 이뤘지만 여전히 다소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며 "FOMC는 고용과 인플레이션 목표 달성을 위한 리스크가 대체로 균형을 이루고 있다고 판단한다"고 설명했다.
연준은 그러면서 "경제 전망은 불확실하며 FOMC는 (최대 고용과 물가 안정이라는) 양대 책무(dual mandate)의 양쪽 측면에 대한 위험에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연준의 잇따른 기준금리 인하에도 불구하고 모든 금리의 토대라 할 미 국채수익률은 계속 상승하고 있다. 통상 미 연준이 기준금리를 내리면 국채 금리도 따라서 떨어지는 게 일반적이다.
예컨대 장기물의 대표선수이자 모든 금리의 ‘랜드마크’격이라 할 미 국채 10년물의 수익률은 연준이 빅컷을 단행한 9월 18일 3.6667%였지만 11월 10일 기준 4.305%에 달한다.
또한 단기물의 랜드마크라 할 3년물 수익률조차 9월 18일 3.3864%였지만 11월 10일 현재 4.196%까지 치솟았다. 10년물 수익률 보다 더 상승한 것이다.
미국 국채수익률 폭등의 비밀은?
연준이 기준금리를 연달아 내렸음에도 불구하고 시장금리의 근간이라 할 국채수익률이 가파르게 상승하는 까닭은 무엇일까.
무엇보다 미국의 재정적자 규모가 상상을 초월하기 때문이다. 올해 미국의 재정적자는 1조8330억 달러, 환화로 환산하면 2550조 원에 달한다. 경제선진국이라 할 대한민국의 1년 GDP(국내총생산)를 넘는 금액이다.
또한 이미 쌓인 국가부채는 35조 달러를 넘어서 환화로 환산하면 약 4경 8600조 원에 달한다. 상상이 어려운 액수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부채 이자로만 매년 약 1700억 달러, 대한민국 정부 1년 예산의 3배가 넘는 돈을 채권자들에게 지불해야 한다.
설상가상인 점은 부채가 늘어나는 속도와 폭이 너무 빠르다는 사실이다.
비영리 재정 연구 단체 CRFB는 향후 10년 동안 늘어날 재정적자 규모를 해리스 부통령이 승리했을 때 3조5000억 달러, 트럼프 전 대통령이 이겼을 땐 7조5000억 달러로 추산한 바 있다. 트럼프가 내세운 부자감세 등이 재정적자를 더 키우는 요인이다. 주지하다시피 트럼프 2기가 현실화됐다.
결정적으로 중요한 것은 해마다 미 정부의 재정적자가 2조 달러를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에다 이미 40조 달러를 상회하는 미 국채 경매 규모가 지속가능성을 급속도로 상실해가고 있다는 사실이다.
국채이자를 감당하기 위해서 대규모로 국채를 발행해야 하는 미국의 재정구조는 해외 투자자들에게 의구심을 안겨주고 있으며 이들이 늘어나는 국채 물량을 소화하는 대신 더 많은 이자를 줄 것을 요구할 것이 자명하다. 이자 부담이 더 상승하는 것이다.
국내외 투자자들 이외에 미 국채를 받아줄 곳은 연준이 있지만 그런 식의 양적완화는 아직 진행 중인 인플레이션과의 전쟁을 자칫 파국으로 이끌 수도 있기에 연준 입장에선 극도로 신중할 수밖에 없다.
미국의 구조적 재정적자에 더해 상하원까지 장악한 공화당이 트럼프의 감세 정책, 이민정책, 관세정책 등에 더해 힘을 실어줄 가능성이 높다. 이는 모두 인플레이션을 자극하고 국채발행을 늘려 금리를 밀어올리는 요인이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시장 일각에선 10년 만기 미국 국채 수익률이 연 5%까지 치솟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시장금리의 급격한 인하에 배팅하는 건 위험해
전 세계의 시장금리에 영향을 미치는 미 국채수익률이 연준의 기준금리 인하에도 불구하고 내려오지 않는 까닭을 살펴봤다.
미 국채수익률의 강세와 그로 인해 파생될 강달러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는 건 대한민국 통화당국의 정책적 입지를 줄이는 동시에 급격한 시장금리를 예상하고 투자하는 걸 경계해야 함을 시사한다.
특히 주택시장 같은 경우는 2014년부터 시작되어 2021년까지 계속된 대세상승기에 형성된 가격이 충분한 가격조정과 기간조정을 거치지 못한 상태다.
산이 높으면 골이 깊듯 주택을 비롯한 자산시장도 예외는 아니다. 더구나 자산시장의 중력 역할을 하는 금리까지 자산시장에 우호적이지 않다면 보수적인 태도를 유지하는 것이 옳다. 이태경 토지+자유연구소 부소장
이태경 토지+자유연구소 부소장은 땅을 둘러싼 욕망과 갈등을 넘어설 수 있는 토지정의 문제를 연구하고 있다. ‘투기공화국의 풍경’을 썼고 ‘토지정의, 대한민국을 살린다’ ‘헨리 조지와 지대개혁’을 함께 썼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