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혜경 기자 hkcho@businesspost.co.kr2024-11-07 15:3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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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후보가 제47대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승리하면서 원/달러 환율이 심리적 저항선인 1400원을 단숨에 뚫었다.
당선일부터 국내 외환시장에 상당한 충격을 안긴 셈인데 트럼프 후보의 당선으로 하반기 환율 안정화와 단계적 금리인하를 전망했던 거시경제 경로에 불확실성이 커진 것으로 전망된다.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후보가 6일(현지시각) 제47대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승리했다. <연합뉴스>
7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오후 3시30분 기준 전 거래일 1396.2원보다 0.4원 오른 1396.6에 거래됐다.
전날 1400원을 넘어 1404.20원까지 올랐던 환율은 이날도 1401.1원에 장을 시작한 뒤 소폭 하락해 주간 거래를 마쳤다.
원/달러 환율이 이틀 연속 1400원 위로 올라간 것인데 환율 1400원 시대가 일상(뉴노멀)이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원/달러 환율 상단이 1400원을 넘어 1420원, 1440원까지 열려 있다고 바라본다.
문다운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날 보고서에서 “단기적으로 올해 연말까지 트럼프 당선에 따른 기대감과 불확실성이 공존해 강달러 압력의 영향권이 이어질 수 있다”며 “원/달러 환율의 1차 상단은 1400원, 2차 상단은 1420원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권아민 NH투자증권 연구원도 “당장은 정책에 이목이 쏠려 강달러 국면이 연장될 가능성이 높다”며 “원/달러 환율의 단기 상단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영향에 올랐던 고점 수준인 1440원까지 높아질 수 있다”고 바라봤다.
전문가들은 ‘트럼프의 귀환’이 당분간 환율 상승에 유의미한 영향을 줄 것으로 바라봤다.
‘미국 우선주의’에 기반을 둔 트럼프 당선인의 정책 공약들이 결국 물가상승과 달러화 추가 강세 압력이 될 수 있어서다.
트럼프 당선인은 주요 공약으로 법인세 인하 등 세금감면과 모든 수입품에 10~20%의 관세를 부과하는 보편관세를 내걸고 있다.
▲ 7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전광판에 원/달러 환율 1400.40원이 표시되고 있다. <연합뉴스>
특히 트럼프 당선인 소속 정당인 공화당이 상원 다수당을 확보하고 하원 다수당 역시 유력한 상황에서 해당 공약들이 현실화할 가능성도 적지 않다.
원/달러 환율 1400원은 심리적 저항선으로 여겨진다. 원/달러 환율 1400원은 곧 위기라는 인식이 자리하기 때문이다.
원/달러 환율이 1400원을 넘겼던 과거 사례를 보면 1997년 외환위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등 대체로 신용위험이 불거진 상황이었다.
다만 이 같은 달러 강세가 지속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다수 나오고 있다.
트럼프 당선인의 정책 공약들이 강달러 요인인 동시에 약달러 요인이 될 수 있어 방향성을 하나로 특정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문다운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단기 환율 전망에 이어 “중장기적으로 무역장벽 강화와 법인세 인하 등은 미국 경제 및 재정 여건에 대한 우려를 확대시킬 수 있어 약달러의 재료가 될 수도 있다”며 “트럼프 당선인이 강달러를 원하지 않는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상훈 KB증권 리서치본부장도 “트럼프 당선인의 정책들은 성장률과 인플레이션에 미치는 영향이 서로 상쇄되는 부분이 있다”며 “또한 2016년과 달리 금리인하 사이클이라는 점에서 원/달러 환율은 상승 뒤 완만한 하락이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트럼프 후보의 당선은 통화완화 기조로 전환한 한국은행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통화정책에도 상당한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당선인 정책들이 향후 물가를 자극하면 미국 연준은 기준금리 인하 결정을 재고할 수밖에 없다.
임재균 KB증권 연구원은 “관세 부과 우려로 기대인플레이션이 상승할 수 있다”며 “대선 결과가 11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 영향을 주지는 않겠지만 2025년까지 미국 연준의 기준금리 인하 경로를 고려하면 인하 속도를 늦추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바라봤다.
김현성 상상인증권 연구원은 “트럼프 행정부의 확장 재정정책에서 비롯된 물가상승 압력이 예상된다”며 “향후 기준금리 경로에 대한 불확실성이 높아졌다”고 평가했다.
▲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0월11일 금융통화위원회 뒤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물가뿐만 아니라 내수경기, 가계대출, 환율 사이 균형을 잡아야 하는 한국은행의 셈법은 더욱 복잡하다.
한국은행의 첫 번째 목표인 물가안정 측면에서 보면 국내 물가는 현재 안정적 둔화세를 보이고 있다.
최근 통계청이 발표한 10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3%로 2021년 1월(0.9%) 이후 3년9개월 만에 가장 낮았다.
다만 향후 관세 여파로 물가상승이 예상되는 만큼 당장 금리인하 단행은 어려울 수 있다. 가계대출 증가세는 물론 미국과 기준금리 격차에 따른 환율 상승 부담도 금리 인하를 고민하는 요인으로 평가된다.
임재균 KB증권 연구원은 “트럼프 정책의 불확실성으로 환율의 변동성이 높아질 수 있는 점은 한국은행의 추가 금리 인하를 조심스럽게 하는 요인이다”며 “빠르게 금리를 인하하면 환율에 대한 우려는 더욱 높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한국은행은 최근 환율을 주목하고 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10월 “달러 환율이 지금 우리가 원하는 것보다는 굉장히 높게 올라와 있고 상승 속도도 크다”며 “10월 금융통화위원회에서는 고려 요인이 아니었던 환율도 다시 고려 요인으로 들어왔다”고 말했다.
반면 수출 의존도가 큰 한국 경제에 보편 관세가 가져올 부담을 생각하면 금리인하로 경기 부양에 나서야 할 필요성도 있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주재한 ‘경제관계장관회의 겸 대외경제장관회의’에서 “트럼프 당선인이 강조해 온 정책기조가 현실화할 경우 우리 경제에 미칠 영향이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미국 연준은 현지시각으로 7일 FOMC 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정한다. 한국은행은 28일 올해 마지막 금융통화위원회를 연다. 조혜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