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강 작가(가운데)가 정몽규 포니정재단 이사장(오른쪽), 박영자 여사(왼쪽)과 17일 서울 강남구 아이파크타워 포니정홀에서 열린 '제18회 포니정 혁신상' 시상식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포니정재단 > |
[비즈니스포스트] 노벨상 수상 이후 첫 공식행보에 나선 한강 작가가 평소와 변함없는 일상을 그리며 작가로서 황금기에 세 권의 작품을 완성하고 싶다는 바람을 밝혔다.
포니정재단은 17일 서울 강남구 아이파크타워 포니정홀에서 ‘제18회 포니정 혁신상’ 시상식을 열고 올해 수상자인 한 작가에게 시상했다.
한 작가는 수상소감에 앞서 많은 관심을 보내준 이들에게 감사의 말을 전했다.
한 작가는 “노벨 위원회에서 수상 속보를 받았을 때 현실감이 들지 않아 침착하게 대화를 나누려고만 했다”며 “무척 기쁘고 감사한 일이어서 그날 밤 조용히 자축을 했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까지 많은 분들이 진심으로 따뜻한 축하를 해주셨다”며 “많은 분들이 자신의 일처럼 기뻐해주셨던 지난 일주일이 저에게는 특별한 감동으로 기억될 것 같다”고 덧붙였다.
그는 앞으로도 변함없이 독자들과 꾸준히 소통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한 작가는 “저의 일상이 이전과 그리 달라지지 않기를 저는 믿고 바란다”며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계속 써가면서 책 속에서 독자들을 만나고 싶다”고 말하며 내년 상반기 신작을 내놓기를 희망했다.
한 작가는 포니정 혁신상 수상소감으로 “저는 읽은 책들만큼이나 아직 못읽은 책들이 함께 꽂혀 있는 저의 책장을 좋아한다”며 “사랑하는 가족과 다정한 친구들과 웃음과 농담을 나누는 하루하루를 좋아한다”고 운을 뗐다.
이어 “그렇게 담담한 일상 속에서 제가 가장 좋아하는 것은 쓰고 싶은 소설을 마음 속에서 굴리는 시간”이라며 “소설을 쓰기 시작하면 길을 잃기도 하고 예상치 못한 곳으로 들어서 놀라지만 마침내 완성을 위해 나아갈 때 기쁨이 크다”고 말했다.
올해 54세이자 작가로 활동한 지 30년이 된 한 작가는 앞으로 책 3권을 집필하고 싶다는 바람을 나타냈다.
한 작가는 “작가들의 황금기가 50~60세라고 본다면 6년이 남은 셈”이라며 “앞으로 6년 동안은 지금 마음 속에서 굴리고 있는 책 3권을 쓰는 일에 몰두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물론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6년 동안 다른 쓰고 싶은 책들이 생각나 언제까지나 3권씩 앞에 밀려 있는 상상 속 책들을 생각하다가 제대로 죽지 못할 거라는 불길한 예감도 든다”며 “다만 그 과정에서 참을성과 끈기를 잃지 않고 동시에 일상의 삶을 침착하게 보살피는 균형을 잡고자 한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30년 동안 저의 책들과 연결된 소중한 문학 독자들께, 어려움 속에서 문학 출판을 이어가는 모든 출판계 종사자 여러분들과 서점인들께, 동료와 선후배 작가들에게 감사를 전한다”며 “가족과 친구들에게는 다정한 인사를 건네고 포니정재단에 깊은 감사를 드린다”고 소감을 마쳤다.
한강 작가는 1970년생으로 1993년 시 ‘얼음꽃’을 발표한 뒤 이듬해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붉은 닻’이 당선되며 본격적으로 문단에 이름을 알렸다.
이후 ‘채식주의자’, ‘소년이 온다’, ‘흰’, ‘작별하지 않는다’ 등의 작품을 통해 인간의 내면을 깊이 있게 성찰하는 주제 의식과 감정을 섬세하게 드러내는 표현력으로 국내외 독자의 찬사를 받아왔다.
이러한 문학성과 주제 의식을 높게 평가받은 한강 작가는 2016년 영국 부커상 수상을 시작으로 ‘한국 작가 최초’의 수상 행진을 시작했다. 지난해에도 한국 작가 최초로 프랑스 메디치상의 영예를 안았다.
앞서 10월 10일 한국 작가 최초이자 아시아 여성 작가 최초의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되며 세계 문학계에 한국문학의 위상을 드높였다.
이날 시상식에는 포니정재단 설립자인
정몽규 이사장, 고 정세영 HDC그룹 명예회장의 부인 박영자 여사 등이 참석했다.
정 이사장은 한 작가 수상소감에 앞서 “한강 작가는 1990년대 초반 문단에 등장한 이후 꾸준한 작품활동으로 국내는 물론 세계 독자들의 폭넓은 사랑을 받아왔다”며 “언어와 소재의 한계에 얽매이지 않고 매번 새로운 작품을 통해 독자에게 감정의 진폭을 불러일으키는 한강 작가의 문학적 혁신과 도전의 행보에 박수를 보낸다“고 축하의 인사를 건넸다. 장상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