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리가켐바이오가 오리온 품에 안긴 이후로 처음이자 6년 연속으로 기술수출 성과를 올리면서 오리온의 바이오사업 육성 의지에 부합하는 성과를 거두고 있다.

오리온그룹의 신사업을 이끄는 오너3세 담서원 상무의 새 먹거리 발굴에도 힘이 실릴 것으로 보인다. 
 
리가켐바이오 6년 연속 기술수출, 오리온 3세 담서원 새 먹거리 청신호

▲ 담서원 오리온 상무가 리가켐바이오 이사회 진입 후 첫 기술수출 성과를 냈다.<사진> 


11일 바이오업계에 따르면 오리온의 리가켐바이오 인수가 성공적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오리온이 1월 리가켐바이오 지분을 사들일 당시만 해도 분위기는 좋지 않았다.

주력 사업인 식품과 결이 전혀 다른 바이오 사업으로 성과를 내는 것이 쉽지 않다는 시각이 강했기 때문이다. 오리온이 리가켐바이오를 5485억 원에 사들이기로 발표한 뒤 이틀 동안 오리온 주가는 23% 넘게 빠졌다.

물론 리가켐바이오가 보유한 신약 파이프라인의 가치를 고려하면 오리온이 저렴한 가격에 리가켐바이오를 인수했다는 시각도 존재했다.

리가켐바이오는 6년 연속으로 기술수출을 이뤄내면서 오리온의 5485억 원 베팅이 틀리지 않았음을 증명하고 있다.

리가켐바이오는 10일 일본 제약사 오노약품공업과 항암효과를 가진 후보물질 ‘LCB97’ 기술이전 계약과 복수 타깃에 대한 물질을 발굴하고 개발하는 ‘항체약물접합체(ADC) 플랫폼’ 계약을 체결했다고 공시했다. 

LCB97 기술이전 계약 규모는 선급금과 마일스톤(단계별 기술료)을 포함해 총 7억 달러(약 9435억 원)다. 플랫폼 계약의 규모는 공개하지 않았다. 

이번 계약은 제품과 플랫폼을 함께 수출한 사례로 리가켐바이오가 수익 방식을 다변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리가켐바이오는 항체와 약물(페이로드)을 접합하는 링커 기술 '컨쥬올'을 보유하고 있다.

리가켐바이오는 6월21일 'R&D데이'에서 새로운 기술수출 모델인 '패키지 딜’을 체결하기 위해 협상하고 있다고 밝혔다. 패키지 딜은 제품과 플랫폼, 또는 여러 건의 제품을 묶어서 계약하는 것이다. 

리가켐바이오 관계자는 "이번이 리가켐바이오의 첫 패키지 딜이다"며 "패키지 딜은 규모뿐 아니라 한 제약사와 여러 프로젝트를 함께하는 만큼 효율적으로 파이프라인(후보물질)을 관리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전임상 단계의 물질로서 계약 규모가 크다는 시선도 있다. 권해순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LCB97이 전임상 후기 단계에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가치가 높게 평가됐다고 평가했다. 

리가켐바이오 관계자는 "초기 단계에서 기술수출을 하면 상대적으로 계약 규모가 작지만 리가켐바이오는 보유하고 있는 파이프라인이 많아 선택과 집중 효과를 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리가켐바이오는 이번 계약을 포함해 글로벌 제약사 얀센, 암젠, 다케다 등과 총 15건의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했다. 누적 마일스톤은 약 9조6천억 원에 이른다. 

오리온이 리가켐바이오를 인수한 이유도 탄탄한 기술력 덕분이다. 

하현수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리가켐바이오의 링커는 우수한 혈중 안정성을 지니고 있으며 임상 단계에서 높은 안전성으로 확인이 되고 있어 컨쥬올 기술과 리가켐바이오 파이프라인 가치가 더 높아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영국 제약사 아스트라제네카의 '다토포 타맙 데룩스테칸(Dato-DXd)'와 미국 제약사 ‘길리어드 사이언스’의 트로델비와 등 경쟁약물이 최근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임상결과를 내면서 리가켐바이오 링커기술 컨쥬올의 가치가 높아지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리가켐바이오 6년 연속 기술수출, 오리온 3세 담서원 새 먹거리 청신호

▲ 리가켐바이오는 올해 1월 기술력을 인정받아 오리온에 인수됐다. 


리가켐바이오의 성과는 현재 오리온에서 경영 수업을 받고 있는 담서원 경영지원팀 상무의 승계에도 도움을 줄 것으로 보인다.

담 상무는 2020년부터 2021년까지 카카오엔터프라이즈에서 일하다 2021년 오리온 경영지원팀 수석부장으로 입사하면서 본격적인 경영 수업을 시작했다.

오리온 입사 1년 반 만인 2022년 말 실시된 정기 임원인사에서 오리온 경영지원팀 상무로 승진했다.

담 상무는 이후 오리온에서 주목할 만한 행보를 보이지 않았으나 리가켐바이오 경영에 참여하면서 존재감을 드러냈다.

담 상무는 오리온의 리가켐바이오 인수가 완료된 뒤 3월 열린 리가켐바이오의 주주총회를 통해 허철 오리온홀딩스 대표이사, 김형석 오리온 전무와 함께 리가켐바이오 이사회에 합류했다.

담 상무가 이사회 구성원으로 합류했다는 것은 앞으로 바이오 쪽에서 경영 능력을 입증할 만한 성과를 만들겠다는 오리온의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여겨진다. 리가켐바이오가 예상보다 빨리 성과를 낸다면 담 상무의 역량을 부각해 경영 승계의 정당성을 부각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오리온은 글로벌 식품·헬스케어 기업으로의 도약을 선언하며 2020년 바이오사업을 3대 신사업 가운데 하나로 선정하고 본격적으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오리온홀딩스는 2020년 중국 제약사 '산둥루캉의약(루캉)'과 합자법인 '루캉하오리요우'을 설립하고 2022년에는 오리온바이오로직스를 설립했다. 

현재 루캉하오리요우는 백신개발과 체외진단기기 제조를 맡고 있으며 오리온바이오로직스는 치과질환치료제 개발에 힘쓰고 있다.

담 상무는 담철곤 오리온그룹 회장과 이화경 부회장 사이의 장남으로 미국 뉴욕대학교를 졸업하고 베이징대학교에서 경영학 석사(MBA)를 취득했다. 김민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