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인터넷은행이 개인사업자 대출시장에서 보폭을 넓히고 있다.
정부가 소상공인 금융 공급에 힘을 주는 동시에 가계대출을 조이고 있어서다. 인터넷은행은 개인사업자 대출 역시 그동안 강점을 보인 비대면 상품 경쟁력을 바탕으로 사업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 인터넷은행이 개인사업자 대출로 사업영역을 넓히며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
2일 은행권에 따르면 인터넷은행은 최근 들어 비대면 영업이 용이한 개인사업자 대출 확대에 힘을 싣고 있다.
케이뱅크는 최근 개인사업자에 운전자금을 내주는 ‘사장님 부동산담보대출’을 후순위 대출로 확대했다. 이번 조치로 개인사업자는 다른 금융기관 대출이나 임대차 계약이 있어도 케이뱅크에서 돈을 추가로 빌릴 수 있다.
카카오뱅크는 9월 초 개인사업자 신용대출 금리를 최대 0.4%포인트 내렸다. 금리를 은행권 개인사업자 비대면 신용대출 상품 가운데 가장 낮은 수준으로 인하해 소상공인 금융 공급을 확대한다.
인터넷은행이 개인사업자 대출 시장에서 경쟁력을 강화하면서 이들이 취급하는 잔액 규모도 크게 늘었다.
인터넷은행 3사(케이·카카오·토스) 개인사업자 대출 잔액은 6월 말 기준 4조831억 원으로 지난해 6월 말(2조8912억)보다 41.2% 급증했다.
정부가 증가세를 경계하며 가계대출을 조이는 가운데 인터넷은행은 비대면 영업이 수월한 개인사업자 대출부터 사업영역을 넓히는 것으로 분석된다.
기존 은행은 그동안 정부 규제에 맞춰 가계대출을 줄이고 대기업부터 중소기업, 소상공인에 이르는 기업대출을 늘리는 등 포트폴리오를 조정했다.
다만 인터넷은행은 설치법상 기존 은행처럼 대기업에 신용을 공여할 수 없다. 가계대출 성장이 한계에 이르면 대기업이 아닌 중소기업에만 눈길을 돌려야 한다.
게다가 중소기업 영업도 인터넷은행에게는 수월하지 않다. 중소기업 영업은 단순 대출뿐 아니라 급여 지급, 퇴직연금에 이르기까지 기업의 전체 금융서비스를 포괄하는 만큼 영업점 기반의 대면 중심 서비스가 불가피해서다.
인터넷은행은 결국 비대면 영업이 어느 정도 가능한 개인사업자 대출부터 손대야 하는 셈이다.
▲ 김병환 금융위원장(가운데)은 8월1일 취임 뒤 첫 행보로 서울 강남 캠코 양재타워에서 열린 새출발기금 간담회에 참석해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를 직접 만났다. <금융위원회> |
한 인터넷은행 관계자는 “현재는 비대면 수요가 많은 개인사업자에 집중하고 있다”며 “인터넷은행이 중소기업 금융에 장기적으로 진출 가능하지만 지금 당장 비대면 서비스를 구현하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 상상하기 어려웠던 비대면 주택담보대출처럼 법인금융에서도 비대면 상품이 생겨날 수 있지만 단기간에는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인터넷은행의 개인사업자 대상 영업 확대는 정부 기조와도 맞아떨어지는 만큼 한동안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올해 8월 취임 다음날 바로 첫 행보로 새출발기금 간담회에 참석해 채무조정 소상공인을 만나기도 했다. 그는 “소상공인·자영업자 어려움이 엄중하다”며 “금융위원장으로서 첫걸음을 여러분과 함께하고자 이 자리를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금융위는 이미 올해 초부터 인터넷은행에 개인사업자 금융공급 확대를 주문했다. 지난해 말 ‘2024~2026 중저신용자 대출 공급계획’을 발표하며 개인사업자 신용대출을 인터넷은행의 중저신용자 신용대출 비중 산정에 포함시켰다.
인터넷은행은 중저신용자 신용공급을 목적으로 설립된 만큼 대출 가운데 일정 부분을 중저신용자에 내줘야 한다. 금융위는 이 대상에 개인사업자 신용대출을 포함해 보다 적극적 태도를 요구한 셈이다.
그동안 주된 신용공급처였던 시중은행도 개인사업자 대출을 앞으로 더욱 늘려나가는 만큼 경쟁은 더욱 심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개인사업자 대출은 일반적으로 금리가 높아 마진이 많이 나지만 연체율 부담이 있는 것도 사실”이라며 “개인사업자 대출은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한다는 점에서 일종의 상생금융 성격도 있다”고 말했다. 김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