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차량용 메모리' 새 먹거리로 키운다, 전영현 HBM 경쟁력 확보 승부수

▲ 삼성전자가 고대역폭메모리(HBM)에서 부진을 만회하기 위해 차량용 메모리를 차세대 먹거리로 선택하고 전방위 투자에 속도를 내고 있다. 사진은 삼성전자 차량용 메모리 홍보 이미지. <삼성전자>

[비즈니스포스트] 전영현 삼성전자 반도체(DS) 부문장 부회장이 고대역폭메모리(HBM) 경쟁력 확보를 위해 차량용 메모리를 적극 육성하며, 전방위 투자에 나서고 있다.

삼성전자는 차량용 HBM 등 D램과 차량용 특화 낸드플래시 개발에 집중하고 있으며, 차량용 메모리 양산을 위한 차세대 파운드리(위탁 생산) 공정 개발도 준비하고 있다.

25일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차량용 메모리 반도체 시장 규모는 2023년 8조4천억 원 규모에서 2028년 17조2천억 원 규모로 배 이상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인터넷과 연결된 커넥티드카와 스스로 운전하는 자율주행차 등 차세대 지능형 자동차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면서, 여기에 필요한 차량용 메모리 반도체 수요도 급증할 것으로 관측된다.

자동차에 포함되는 반도체는 크게 ‘차량용 반도체’와 ‘차량용 메모리’로 나뉜다.

차량용 반도체는 자동차 제어와 구동에 사용되는 시스템반도체다. 엔진·변속기와 같은 파워트레인이나 계기판, 블랙박스, 인포테인먼트 등을 위해 탑재되는 비메모리 반도체의 일종이다.

삼성전자가 주목하는 차량용 메모리는 데이터를 저장할 수 있는 ‘비휘발성 메모리 반도체’다. 차량용 LPDDR, HBM 등 D램과 낸드플래시로 구분된다.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과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등 구동을 위해 메모리 반도체는 미래차에 필수가 됐다.

전 부회장은 차량용 메모리를 다음 먹거리로 꼽고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최근 미국에서 열린 ‘자동차 전장포럼 2024’에서 차량용 7세대 HBM4E 개발 계획을 공개했다. 기존에 사용하던 LPDDR보다 5배 가량 큰 메모리 용량과 대역폭을 늘린 차량용 HBM을 개발하고 있다.

인공지능(AI) 반도체 시장에서 SK하이닉스에 HBM 1위 자리를 내주며 고전했지만, 급격히 성장하고 있는 차량용 메모리 시장에서는 앞선 기술력으로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2033년 자율주행차용 HBM은 전체 차량용 D램의 40%를 차지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완전 자율주행차를 위해선 1초당 50조 회 연산이 필요한데, 기존 LPDDR로는 이같은 연산능력을 감당할 수 없다.

게다가 미래 자동차에는 생성형 AI 활용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돼, 차량용 HBM 필요성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또 차량용 메모리 교체 주기는 지난해 7년에서 2030년 3년으로 줄어들 것으로 전망되면서 수요는 갈수록 가파르게 증가할 전망이다.

회사는 기존 차량용 LPDDR D램 분야에서 공급처를 늘려가고 있다. 지난 8월 퀄컴의 차량용 플랫폼 ‘스냅드래곤 디지털 섀시’에 LPDDR4X 공급을 위한 인증을 받았다.
 
삼성전자 '차량용 메모리' 새 먹거리로 키운다, 전영현 HBM 경쟁력 확보 승부수

▲ 삼성전자의 차량용 메모리 LPDDR D램 이미지. <삼성전자>


삼성전자는 다음 세대 차량용 LPDDR5 D램 샘플도 연말 공개한다. LPDDR5 D램은 다양한 환경에서 사용되는 자동차에 적합하도록 극한의 온도에서도 9.6기가비트초(Gbps)의 속도를 낼 수 있다.

차량용 낸드플래시에서도 세계 최고 기술 수준을 보여주고 있다. 회사는 24일 업계 최초로 차량용 8세대 V낸드 ‘PCIe 4.0 SSD AM9C1’ 개발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AM9C1은 연속 읽기와 쓰기 속도가 각각 1초당 4400MB, 400MB로 시장에 나온 제품 가운데 최고 속도를 보여준다. 용량도 256GB에서 내년 초 2TB까지 늘릴 계획이다. 전력효율도 이전 세대 제품인 AM991보다 50% 개선됐다.

옴디아에 따르면 지난해 차량 한 대당 평균 71.3기가바이트(GB)의 낸드플래시 제품이 들어갔지만, 2028년에는 288.1GB로 4배가량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전 부회장은 차세대 차량용 메모리 양산을 위한 첨단 파운드리 설비도 준비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업계 최초로 2026년 8나노, 2027년까지 5나노 eM램을 개발하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한 바 있다. eM램은 극한의 온도에서도 안정적 정보처리가 가능한 메모리 반도체다.

최근에는 14나노 eM램 공정 개발을 완료하고, 8나노 공정 개발이 마무리 단계에 들어간 것으로 전해졌다. 당초 계획했던 2026년 개발 완료 목표보다 1년 이상 당겨진 것이다.

최시영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부장 사장은 최근 “차량용 반도체 시장에 최적화한 공정을 적기에 개발해 자율주행 단계별 AI 반도체부터 전력반도체 등 고객 요구에 맞춰 양산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시장조사업체 IHS에 따르면 지난해 차량용 메모리 시장 1위 기업은 미국의 마이크론(44%)이다. 삼성전자는 14%의 시장 점유율로 2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2025년 1위 달성을 목표하고 있다. 김호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