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김정균 보령 대표이사 사장이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추진하고 있는 우주사업에서 차질이 빚어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보령이 투자한 미국 민간우주기업 액시엄스페이스가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고 있다. 김 사장의 우주사업 구상에도 불가피한 전략적 변화가 생길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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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균 보령 대표이사 사장(사진)이 투자한 우주사업이 차질을 빚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23일 외신 보도에 따르면 액시엄스페이스는 경영 문제와 자금난으로 인해 우주정거장 사업에 난항을 겪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액시엄스페이스가 국제우주정거장 철거 전까지 자립형 민간우주정거장 ‘액시엄스테이션’을 만들기 어려울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김정균 사장은 해당 우주정거장을 활용하기 위해 약 800억 원을 투자하고 액시엄스페이스와 합작법인까지 설립했는데 자칫 물거품이 될 수도 있는 상황에 처한 셈이라고 볼 수 있다. 

포브스는 18일(현지시각) 액시엄스페이스가 올해에만 직원 100여 명을 해고했으며 직원들의 임금 20%을 삭감했다고 보도했다. 

포스브가 확보한 전 직원들의 증언에 따르면 액시엄스페이스는 국제우주정거장(ISS)으로 향하는 우주여행과 우주복 설계에 힘을 쏟느라 정작 핵심 사업인 정거장 모듈 연구 사업은 속도를 내지 못한 것으로 파악됐다. 

액시엄스페이스는 미국항공우주국(NASA) 출신 전문가들이 2016년 설립한 민간 기업이다. 국제우주정거장에 총 4개의 모듈을 부착해 2028년까지 자립형 우주정거장을 세우는 것을 목표로 했다. 

보령도 엑시엄스페이스의 우주정거장을 활용한 헬스케어 사업 계획을 세워뒀다. 김 사장은 우주 사업 투자 이유로 미세중력 상태를 활용한 신약 개발, 우주 여행자들을 위한 의약품 판매 등을 내세웠다. 

실제로 머크와 아스트라제네카, 일라이릴리 등 여러 글로벌 제약사들은 무중력 상태에서 신약후보물질을 연구하고 있다. 우주에서는 중력 상태에서 일어나지 않는 화학 반응이 일어나 혁신적 의약품이 탄생할 수도 있다는 기대 때문이다.
 
보령은 우주정거장 점유권을 확보하기 위해 올해 1월 합작법인 ‘브랙스스페이스’까지 세웠다. 브랙스는 보령과 액시엄스페이스가 각각 51대 49 비율로 공동 출자했으며 총 자본금은 20억 원이다. 

브랙스스페이스는 지구 저궤도에서 액시엄스페이스의 기술과 우주정거장 인프라를 활용한 모든 사업의 국내 독점권을 갖고 아시아·태평양 지역에 대해서도 사업 우선권을 갖고 있다. 

만약 자립형 우주정거장 사업이 무산된다면 김 사장이 공들인 게 무너질 가능성도 배제하기 힘들다.

보령은 2022년 액시엄스페이스에 6천만 달러를 투자했다. 이는 보령의 한 해 영업이익을 넘어서는 것이다. 2023년 연결기준으로 보령의 영업이익은 683억 원이었다.

김 사장은 2022년 대표이사 자리에 오르면서 제약사업에만 머무르지 않고 헬스케어까지 사업을 확장하겠다는 의미로 회사 이름에서 제약을 과감하게 떼어냈다. 

첫 시발점이 우주헬스케어다. 김 사장은 미래성장동력으로 우주사업을 점찍고 꾸준히 투자와 협력은 이어오고 있다. 우주헬스케어 프로젝트를 통해 스타트업을 육성하고 있으며 한국항공우주연과 우주개발 기술 협약을 맺기도 했다. 

하지만 액시엄스페이스의 현재 모듈 발사 계획대로라면 김 사장의 사업 구상이 어그러질 수 있다. 액시엄스페이스는 2026년 첫 번째 모듈을 발사할 예정이다.
 
보령 투자한 우주사업 파트너 '삐거덕', 회사 이름까지 바꾼 김정균 촉각

▲ 보령은 액시엄스페이스의 민간우주정거장을 활용해 헬스케어 사업을 확장하려고 하고 있다. 


액시엄스페이스의 사업 속도와는 별개로 러시아가 2028년 이후 국제우주정거장 사업에서 발을 뺄 것이라고 밝히고 있는 점도 변수다.

국제우주정거장은 애초 2030년 운용 중단 예정이었지만 이보다 러시아의 입장 변화에 따라 더 빠른 시일 안에 민간우주정거장을 건설해야 할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액시엄스페이스는 현재 2030년까지 모듈 4개를 설치하는 목표로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는데 프로젝트 수행의 마감 기한이 당겨질 수 있어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다.

액시엄스페이스는 현재 충분한 발전 능력을 갖춘 두 번째 모듈을 설계하기 위해 1년 동안 분주히 움직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수뇌부를 모두 잃은 액시엄스페이스가 정상적으로 기능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는 시선도 나온다.

액시엄스페이스는 2023년 최고운영책임자를 시작으로 여름 최고재무책임자, 최고안전책임자, 조달 및 마케팅 책임자가 퇴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8월에는 액시엄스페이스의 공동 창립자인 마이클 서프레디니도 최고경영자(CEO)에서 물러났다.

보령 관계자에 따르면 “포브스 기사는 액시엄스페이스 퇴사자들의 증언을 바탕으로 하고 있어 완벽하게 신뢰하기 어렵다”며 “자금 조달에도 별다른 문제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선을 그었다. 
 
이 관계자는 보령의 우주사업 계획에 변화는 없으며 앞으로도 엑시엄스페이스와 협력해 우주정거장 플랫폼을 활용한 여러 사업을 이어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민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