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린란드 동해안을 촬영한 모습. <위키미디아 커먼스> |
[비즈니스포스트] 그린란드 빙하가 사라지면서 발생한 산사태가 지구 전체를 흔든 지진파의 원인이었다는 분석이 나왔다.
12일(현지시각) 가디언은 덴마크 그린란드 지질조사국이 국제학술지 ‘사이언스’를 통해 발표한 보고서를 인용해 지난해 9월 그린란드 동해안 딕슨 피오르에서 발생한 산사태가 전 세계에 9일 동안 발생한 지진파의 원인으로 드러났다고 보도했다.
산사태 발생 당시 학계에서는 전 세계에서 동시에 관측된 지진파 원인을 정확히 파악하지 못해 큰 혼란을 겪었다.
이번 보고서에 따르면 해당 산사태는 딕슨 피오르에 면한 1200미터 높이 산봉우리가 붕괴하면서 발생했다. 암석의 무게를 지탱하고 있던 빙하가 기온상승에 녹으면서 대규모 붕괴로 이어졌다.
위성 관측에 따르면 산사태 여파로 그린란드 동부 일대에서는 약 200미터 높이에 달하는 초대형 쓰나미가 발생해 인근 지역을 덮쳤다. 산사태 발생 장소에서 약 70킬로미터 정도 거리에는 덴마크 국적 연구소가 설치된 ‘엘라 섬’이 있는데 당일에는 연구진이 모두 철수해 있던 덕에 인명피해는 나오지 않았다.
크리스티안 스베네빅 덴마크 그린란드 지질조사국 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그곳에 있었던 사람들에게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은 것은 순전히 운 덕분”이라며 “향후 비슷한 일이 발생하면 인근 선박에 어떤 피해를 입힐지는 아무도 모른다”고 강조했다.
그린란드 동해안에서 빙하 유실에 따른 대규모 산사태가 발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기 때문에 학계에서는 지진파 원인 파악에 어려움을 겪었다. 쓰나미 자체도 발생 후 단 몇 분 만에 7미터 이하로 규모가 줄어 그린란드 외부에 미친 영향이 적었고 관측 자료도 거의 남지 않았다.
스베네빅 연구원은 “다들 처음 지진파를 관측했을 때는 무엇 때문에 이것이 발생했는지 전혀 알수가 없었다”며 “통상적인 지진파는 몇 분 내지 몇 시간이면 사라지는데 해당 충격파는 며칠씩 잔존해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번 지진파 연구 분석에는 덴마크, 미국, 캐나다 등 15개국 출신 과학자 68명이 참여했다. 이들은 보고서를 통해 위성 분석, 고해상도 컴퓨터 시뮬레이션, 지상 관측 등 여러 수단을 동원해 정확한 원인 파악에 나서 지진파의 원인을 밝혀냈다고 설명했다.
산사태 발생원 근처 해역을 항해하던 덴마크 해군 잠수함의 수심 탐지 장비가 원인 파악에 가장 크게 기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스베네빅 연구원은 “그것도 순전히 운으로 일어난 일이었다”며 “다행히 이들은 산사태가 발생한 당시에는 빙하 아래로 잠수한 상태라 붕괴 여파에 휘말리지 않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손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