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 18A 반도체 양산 계획도 재검토 가능성, 파운드리 떼고 AMD 길 따르나

▲ 인텔이 18A 공정으로 자체 반도체 및 외부 고객사 제품을 위탁생산하려던 계획을 재검토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미국 오리건주에 위치한 인텔 반도체 연구개발센터.

[비즈니스포스트] 인텔이 내년 양산을 준비하던 18A(1.8나노급) 미세공정 파운드리 상용화 계획마저 원점에서 재검토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에 TSMC가 인텔의 차기 CPU 위탁생산을 전담하며 파운드리 시장에서 지배력을 높이고 인텔은 AMD를 뒤따라 팹리스 기업으로 방향을 선회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대만 공상시보는 9일 “인텔이 파운드리 사업에서 기술 개발에 한계를 맞았다”며 “3나노 미만 미세공정 기반 CPU 생산을 모두 TSMC에 맡긴 것으로 전해졌다”고 보도했다.

인텔은 자체 20A(2나노급) 공정으로 차기 CPU를 자체 생산하려던 계획을 최근 공식적으로 철회했다. 내년 양산하는 18A 기술에 역량을 집중하기 위한 목적이다.

그러나 인텔이 18A 미세공정마저 상용화에 실패하며 TSMC에 고성능 CPU 제조를 사실상 모두 의존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 것이다.

18A 공정은 인텔 파운드리 사업에 매우 중요한 의미가 있다. 약 10년 만에 처음으로 미세공정 기술력에서 상위 기업인 TSMC와 삼성전자를 뛰어넘을 계기가 될 것이라는 기대를 받았다.

삼성전자와 TSMC는 모두 내년부터 2나노 공정을 도입할 계획을 두고 있다. 인텔은 올해 2나노 양산을 시작한 뒤 내년 18A 공정으로 우위를 차지하겠다는 목표를 수 년째 앞세워 왔다.

그러나 인텔이 실적 부진과 재무 악화로 미세공정 기술 연구개발 및 반도체 설비 투자에 자금을 들이기 어려워지며 상황이 빠르게 바뀌었다.

18A 공정 도입 계획은 인텔이 파운드리 사업에서 끝까지 포기하지 않은 ‘마지막 보루’로 꼽혔다. 하지만 이마저도 결국 현실화되지 않을 가능성이 떠오른 셈이다.

공상일보는 이를 계기로 ‘인텔 인사이드’가 아닌 ‘TSMC 인사이드’ 시대가 본격화될 수 있다고 바라봤다.

인텔은 전 세계 대부분의 PC와 서버에 인텔이 설계하고 제조한 CPU를 탑재하고 있다는 점을 강력한 자신감으로 앞세워 왔다. 이에 따라 ‘인텔 인사이드’ 슬로건을 수십 년째 유지해 왔다.

만약 인텔의 고성능 CPU가 예상대로 모두 TSMC 위탁생산 기술을 활용해 제조된다면 이는 자존심에 큰 상처를 입힐 뿐만 아니라 인텔의 사업 기반을 더 뒤흔들 수도 있다.

현재 인텔 파운드리 실적 대부분은 자체 설계한 CPU 생산이 차지하고 있는데 이를 놓치면 안정적 매출처를 잃게 되기 때문이다.
 
인텔 18A 반도체 양산 계획도 재검토 가능성, 파운드리 떼고 AMD 길 따르나

▲ 인텔의 반도체 파운드리 미세공정 기술 로드맵.

공상일보는 전 세계 파운드리 시장이 ‘승자독식’ 체제로 더 빠르게 변화할 것이라며 TSMC의 지배력이 더 강력해질 것이라는 예측도 내놓았다.

인텔은 18A 공정으로 브로드컴과 마이크로소프트 등 외부 고객사 반도체를 위탁생산할 계획도 두고 있었다.

그러나 브로드컴은 최근 인텔의 18A 반도체 양산 능력에 의문을 표시하며 전략 재검토에 들어간 것으로 전해졌다.

브로드컴은 그동안 7나노 이하 반도체 위탁생산을 거의 모두 TSMC 파운드리에 맡겨 왔다. 따라서 인텔이 제조할 것으로 예상됐던 물량도 TSMC에 넘어갈 공산이 크다.

공상일보는 인텔이 전체 인력의 약 15%를 감축하기로 한 가운데 대부분의 구조조정이 파운드리 사업에서 이뤄질 가능성이 유력하다고 바라봤다.

18A 공정의 상용화 가능성이 불투명해진 만큼 파운드리 사업 규모를 대폭 축소하려는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인텔은 현재 파운드리 사업을 완전히 외부에 매각하는 등 다양한 재무 개선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파운드리 사업이 18A 공정으로 자체 성장 동력을 확보하기 어려워진 상황에서 이러한 시나리오는 더 적극적으로 추진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투자전문지 모틀리풀은 인텔이 이런 과정을 거쳐 AMD와 비슷한 사업 구조를 갖춰내는 일이 성장 기회를 되찾기 위해 필수적 과정일 수 있다고 바라봤다.

AMD는 인텔과 마찬가지로 반도체를 직접 설계하고 생산까지 하는 종합 반도체 기업이었지만 2009년 파운드리 사업을 분사해 글로벌파운드리를 설립했다.

이를 통해 AMD는 CPU와 그래픽처리장치(GPU) 설계 사업에 역량을 집중할 수 있었고 인텔과 엔비디아의 강력한 경쟁사로 부상하며 기업가치를 대폭 끌어올렸다.

결국 세계 파운드리 시장에서 TSMC와 삼성전자의 양강체제는 더욱 강화되고 인텔은 반도체 설계를 주력으로 하는 팹리스 기업으로 거듭나는 등 시스템반도체 시장에 대규모 지각변동이 일어날 가능성이 유력해졌다.

다만 공상시보는 인텔의 반도체 생산 기술 발전이 미국의 정치적 의도를 바탕에 두고 있어 파운드리 사업에 계속 자원을 투입해야만 할 수도 있다고 전했다.

미국 정부는 대만과 한국에 첨단 반도체 제조 기술을 의존하는 구조에서 장기적으로 벗어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에 따라 자국에 파운드리 공장 투자를 유도하는 동시에 미국 기업인 인텔의 미세공정 개발을 지원하고 있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