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SK에코플랜트가 수소 가치사슬(밸류 체인)의 최종 단계이자 완성의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연료전지 사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SK그룹은 SK이노베이션과 SKE&S의 합병을 추진하는 등 ‘종합 에너지 회사’로 비전 실현에 나서고 있다. 장동현 SK에코플랜트 대표이사 부회장은 수소사업으로 SK그룹의 ‘에너지 르네상스’의 한 축을 공고히 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SK에코플랜트 연료전지 사업 확장 착착, 장동현 그룹 에너지 비전 발 맞춘다

장동현 SK에코플랜트 사장이 고체산화물연료전지(SOFC) 사업을 필두로 그린수소 생태계 구축을 위해 온 힘을 기울이고 있다.


5일 SK에코플랜트에 따르면 충북 진천에서 진행하고 있는 고체산화물연료전지(SOFC) 사업의 자본 조달에 성공한 데 이어 SOFC 핵심기술의 국산화까지 성공하는 등 SOFC 사업 성과가 구체화하고 있다.

SK에코플랜트의 연료전지 사업은 장동현 부회장이 의지를 갖고 추진하고 있는 친환경 에너지 사업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작지 않다.

앞서 장동현 부회장은 2017년 SK 대표이사 사장을 맡은 뒤 SK그룹 전체의 포트폴리오와 사업 방향을 재편하는 과정에서 친환경 사업을 SK그룹의 4대 핵심 사업영역으로 꼽은 바 있다.

장 부회장은 투자전문회사이자 SK그룹의 지주회사인 SK의 대표이사 사장을 맡고 있던 2021년 3월29일 정기 주주총회 직후 직접 유튜브에 출연해 관계사의 역량을 결집해 2025년까지 국내에 28만 톤 규모의 친환경 수소 생태계를 구축한다는 전략을 발표한 바 있다.

SK가 2021년 수소 핵심 기술을 보유한 미국 수소에너지 기업 플러그파워의 지분 9.9%를 인수한 것에도 장 부회장의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SKE&S와 미국 수소 기업 플러그파워는 2022년에는 합작법인 ‘SK플러그하이버스’를 설립하고 아시아 지역 수소 사업 진출을 추진하고 있다.

SK에코플랜트와 미국의 대표적인 수소연료전지 기업 블룸에너지(Bloom Energy)의 협력 강화도 그룹의 전략방향과 무관치 않다.

SK에코플랜트는 2018년 블룸에너지와 SOFC 국내 독점 공급권 계약을 맺는 등 협업을 시작해 왔다. 이어 2020년 1월에는 합작법인 ‘블룸SK퓨어셀’을 세우고 연료전지 생산을 위한 기반을 갖췄다.

장 부회장은 올해 신년사를 통해 “올해는 캐나다 그린수소 사업에서 가시적 성과를 창출하고 호주 등에서 추가 그린수소·암모니아 사업에 참여해 그린수소 상용화에 박차를 가하겠다”라며 “연료전지 사업은 국내 대표 사업자 지위를 공고히 하고 미국 블룸에너지와 파트너십을 더욱 견고히 하며 RE100 공급 확대를 통해 시장을 주도해 나갈 것”이라는 포부를 밝힌 바 있다.

장 부회장은 장기인 재무분야를 통해 SOFC 사업에 힘을 싣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SK에코플랜트는 4월 MDM자산운용과 함께 450억 원 규모의 블룸에너지 SOFC 발전사업에 특화된 블라인드 펀드 조성에 나섰다.

8월23일에는 2023년 하반기 수소발전입찰시장에서 낙찰받은 19개 프로젝트 가운데 가장 먼저 자본 조달에도 성공했다. SK에코플랜트는 하나은행의 금융주선 및 자문을 통해 충북 진천 신척 연료전지 사업 수행을 위한 금융 약정을 체결했다. 

SK에코플랜트는 SOFC 기술 확보에도 적극적이다.

2월 '연료전지 배열가스의 열 에너지 회수 시스템'으로 특허를 취득해 SK V1 연료전지 프로젝트에서 상용화했으며 청정수소 발전의무화제도(CHPS) 입찰에도 활용하고 있다.

4일 부산 벡스코(BEXCO)에서 산업통상자원부 주관으로 열린 ‘2024 대한민국 에너지대전’에선 SOFC 전해질의 핵심 소재인 전해질의 원재료, 파우더 등을 국내 기술로 개발하는데 성공했다는 소식을 알리기도 했다.

SOFC는 수소와 산소를 결합해 생기는 화학에너지를 바탕으로 전기를 생산하는 연료전지로 3세대 연료전지로 꼽힌다. 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데다 수소를 주 연료로 삼기 때문에 청정 에너지의 중요성이 점점 부각하는 미래에는 핵심 에너지원이 될 것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SK에코플랜트 연료전지 사업 확장 착착, 장동현 그룹 에너지 비전 발 맞춘다

▲ SK에코플랜트, 한국수력원자력, 블룸에너지, 블룸SK퓨얼셀 관계자들이 4일 부산 벡스코(BEXCO)에서 열린 고체산화물연료전지(SOFC) 국산화 협력 이행성과 발표회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앞줄 왼쪽 세 번째부터 김정훈 SK에코플랜트 솔루션BU 대표, 윤상조 한국수력원자력 그린사업본부장, 사티시 치투리 블룸에너지 최고운영책임자, 김세준 블룸SK퓨얼셀 부사장. < SK에코플랜트 >


시장조사기관 오리온마켓리서치는 2024년 2월 발표한 보고서를 통해 SOFC 시장이 2024년부터 2031년까지 연평균성장률(CAGR) 32.8%의 급격한 성장을 할 것이라고 발표한 바 있다. 

또 다른 시장조사기관 IDTechEx 또한 2023년 5월 발표한 ‘고체산화물연료전지 시장: 2023~2033년’ 보고서에서 2033년 SOFC 시장의 규모가 68억 달러에 이르며 연평균성장률 25.1%를 기록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SOFC는 발전효율이 30~40%에 그치는 기존 연료전지와 달리 50~60%에 이르는 발전효율을 자랑한다. 고온에서 작동하는 SOFC의 열에너지까지 활용한다면 전체 에너지 효율은 더 늘어난다.

SOFC는 기존 발전 방식과 달리 물을 끓이거나 하는 기계장치가 필요 없어 소형화가 가능하다는 것도 장점으로 꼽힌다. 

소형화가 가능하기 때문에 SOFC는 미래 발전 방식으로 대두되고 있는 도심형 분산 전원 방식에도 유리하다. 

실제로 SK에코플랜트는 서부산 SK V1 지식산업센터에 국내 최초로 중대형 SOFC를 적용해 면적 기준으로 국내 최대 규모인 제로에너지건축물의 예비인증을 받은 바 있다.

전반적으로 SOFC 시장 자체의 성장 가능성이 큰 만큼 SK에코플랜트가 SOFC 시장에서 선도적 지위를 구축한다면 그룹 에너지 포트폴리오에서도 입지를 다질 것으로 보인다.

SK에코플랜트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SK에코플랜트는 연료전지 활용을 극대화할 수 있는 다양한 연구개발이나 응용 기술 확보 등을 통해 수소 생태계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라며 “분산 에너지로서 다재다능한 역할이 있는 연료 전지와 더불어 그린 수소까지 포함해 장기적으로는 수소 가치 사슬에서 영향력을 높여갈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최종현 SK그룹 선대회장은 1982년 12월19일 지금의 SK이노베이션인 유공의 부·과장 간담회에서 ‘종합 에너지 회사’로서 비전을 제시한 바 있다.

그는 “상황변화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유공을 정유회사로만 운영할 것이 아니라 종합 에너지 회사로 그 방향을 바꿔야 한다”며 “종합 에너지에는 정유뿐만 아니라 석탄, 가스, 전기, 태양에너지, 원자력, 에너지 축적 배터리 시스템 등도 포함되는데 우리는 장기적으로 이러한 모든 사업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홍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