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텔이 재무위기로 첨단 미세공장 파운드리 투자에 난항을 겪으며 삼성전자가 반사이익을 볼 가능성이 떠오른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
[비즈니스포스트] 반도체 실적 부진과 투자 부담으로 심각한 재무위기를 겪고 있는 인텔이 첨단 파운드리 사업 계획을 대폭 축소하는 쪽으로 선회할 가능성이 떠오른다.
파운드리 시장에서 막강한 ‘다크호스’로 꼽히던 인텔이 시장 진출 계획을 선회한다면 삼성전자가 대만 TSMC에 이은 2위 기업으로 확실히 자리잡으며 반사이익을 기대할 수 있다.
로이터는 27일 “인텔이 대규모 투자 경쟁에서 점차 뒤처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파운드리 사업에서 ‘플랜B’를 고려해야만 할 수도 있는 시점”이라고 보도했다.
인텔은 최근 2분기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시장 예상치를 밑도는 성적표를 내민 데 이어 재무 악화로 대규모 인력 감축과 투자 축소, 일시적 배당 중단 등 계획을 발표했다.
이후 증권가에서 인텔이 수십 년만에 가장 큰 위기를 맞았다는 평가가 이어졌고 주가도 큰 폭으로 떨어졌다.
로이터는 인텔이 반도체 파운드리 사업에서 부동의 1위 기업인 TSMC를 추격하려 했으나 미세공정 기술과 원가 경쟁력이 모두 뒤처지며 돈을 쏟아붓기만 하는 상황에 놓였다고 바라봤다.
파운드리 연구개발 및 대규모 생산공장 투자에 막대한 비용이 드는 반면 고객사 반도체 위탁생산 수주 성과는 뚜렷하지 않아 큰 폭의 손실이 불가피해졌기 때문이다.
로이터는 TSMC가 올해 설비 투자에 300억 달러(약 40조 원)를 들일 것으로 예상되는 반면 인텔은 그만한 투자 여력을 갖추고 있지 않다는 점을 지적했다.
TSMC는 이미 파운드리 사업에서 높은 수익성을 기록하며 대규모 투자로 이러한 성과를 더 키우고 있지만 인텔은 완전히 반대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것이다.
▲ 인텔의 미국 애리조나주 반도체공장 건설 현장. |
인텔은 자체 반도체 설계와 미세공정 파운드리 분야에서 모두 리더십을 되찾겠다는 계획을 앞세워 수 년 전부터 공격적인 투자에 나섰다.
그러나 재무 위기가 본격화되며 이러한 전략을 이어가기 쉽지 않은 상황에 놓였다.
로이터는 “인텔이 기적에 가까운 반전 기회를 만들어내지 못 한다면 파운드리 시장에서 리더십을 되찾겠다는 목표를 재검토해야 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바라봤다.
인텔이 첨단 파운드리 사업을 대폭 축소하거나 완전히 철회해야만 하는 상황에 놓일 수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팻 겔싱어 인텔 CEO는 파운드리 시장에서 TSMC를 잇는 2위 기업으로 자리잡겠다는 목표를 여러 차례 강조해 왔다.
이는 현재 2위 기업인 삼성전자를 뛰어넘겠다는 야심찬 목표를 반영하고 있다.
그러나 로이터 분석과 같이 인텔이 파운드리 사업 전략을 대폭 선회해야만 하는 상황에 놓인다면 삼성전자는 지금과 같은 시장 지위를 안정적으로 유지하게 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인텔의 재무 악화가 삼성전자에 반사이익으로 돌아올 수 있는 셈이다.
삼성전자는 현재 3나노 등 첨단 파운드리 미세공정 기술에서 TSMC를 빠르게 추격하며 외부 고객사 확보에도 꾸준한 성과를 내 외형 성장을 지속하고 있다.
인텔이 경쟁 구도에서 이탈한다면 첨단 파운드리 시장은 TSMC와 삼성전자의 양강체제로 더욱 분명하게 재편될 것으로 예상된다.
로이터는 “인텔은 더 이상 파운드리 대결을 따라잡을 추진력을 얻기 어렵다”며 미세공정 반도체 대량 생산 역량과 고객사 확보 성과를 하루빨리 증명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