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주택금융공사 후임 사장 인선이 진행되는 가운데 '맨큐의 경제학'을 번역한 김경환 전 국토교통부 1차관이 유력하게 거명된다.

김 전 차관은 윤석열 정부 부동산 정책을 설계하는데 관여한 것으로 알려져 부동산 정책금융 기관장에 적임자라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최근 정부 기조에 따라 정치권 인사 발탁을 배제할 수 없다는 시선도 여전히 존재한다.
 
주택금융공사 사장에 김경환 하마평, 국토부 차관 지낸 윤석열 부동산 책사

▲ 김경환 전 국토교통부 제1차관.


21일 주택금융공사에 따르면 전날까지 신임 사장 공모를 위한 지원서 접수를 마감했다.

주택금융공사 임원후보추천위원회는 지원자를 대상으로 서류 심사, 면접 심사 등을 진행한다. 이후 금융위원장의 제청, 대통령 임명 등 절차를 거친다.

주택금융공사 신임 사장 인선은 9월 중에 마무리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주택금융공사 사장 인사는 상당히 지연된 상황이다.

최준우 현 사장은 올해 2월에 정해진 임기를 마쳤다. 최 사장의 임기 만료 2개월 전인 지난해 12월부터 임원후보추천위원회가 구성됐으나 실제로 후임자 인선 작업이 진행되지는 않았다.

4월 치러진 제22대 국회의원 총선거의 영향으로 여겨진다. 정치권의 중요 일정에 따라 주택금융공사 사장은 물론 전체 공기업의 기관장 인선에는 제동이 걸렸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결국 최 사장은 임기를 마치고도 6개월 넘게 자리를 지키게 됐다.

다음 주택금융공사 사장에는 김경환 전 국토부 차관이 유력한 후보로 꼽힌다. 김 전 차관은 사장 공모에 지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차관이 주택금융공사 사장으로 유력하게 거명되는 상황은 다소 이례적이다. 주택금융공사는 부동산 금융을 다루는 공기업인 만큼 주택은행 출신인 정홍식 초대 사장 이후에는 기획재정부, 금융위원회 한국은행 등 금융 관료 출신이 주로 사장을 맡아 왔기 때문이다.

최 사장 역시 금융위 출신이며 직전 사장인 이정환 전 사장도 재정경제부 국고국장을 지낸 금융관료 출신이었다. 국토부 출신인 서종대 제6대 사장 정도가 예외다. 김 전 차관이 사장에 오르게 되면 서 전 사장 이후 10년 만에 국토부를 거쳐 주택금융공사 수장을 맡는 사례가 된다.

김 전 차관이 주택금융공사 사장에 임명되더라도 전문성 논란이 불거질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김 전 차관은 1957년 생으로 서강대 경제학과를 졸업했다. 미국 프린스턴 대학교에서 경제학 석사, 박사를 취득했으며 이후 서강대에서 교수로 활동했다. 제20대 국회의원을 지낸 김종석 홍익대 교수와 함께 국내에서 대표적 경제학 원론서로 꼽히는 ‘맨큐의 경제학’을 공동번역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전공 분야는 도시경제다.

김 전 차관은 교수 자리에 있으면서 국토교통부의 전신인 건설교통부, 국토해양부를 비롯해 유관 공공기관에서 자문위원 등으로 활발하게 활동했다. 2007년에는 주택금융공사에서 비상임이사를 지내기도 했다.

정부 관련 활동을 바탕으로 박근혜 정부 때인 2015년에는 비관료 출신임에도 국토부 제1차관에 임명되기도 했다.

지난 대선 때는 윤석열 대통령 후보의 캠프에서 일했다. 윤석열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마련한 ‘부동산 책사’로도 알려져 있다.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 이후에는 국토부 장관,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장 등으로도 하마평에 오르내렸다.

다만 주택금융공사 사장에 정치인 출신이 임명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시선도 있다.

윤석열 정부 들어 사상 처음으로 정치인 출신 사장이 임명된 한국전력공사를 비롯해, 한국가스공사, 한국도로공사, 인천국제공항공사 등 주요 공기업 사장에 정치인 출신이 잇따라 기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에도 하태경 전 의원을 보험연수원 원장에 임명하는 등 금융분야 공공기관장 인사에서도 정치인 강세는 예외가 아니었다. 주택금융공사 사장과 관련해 부산 출신 정치인이 물망에 올랐다는 말도 나온다.

다만 윤석열 정부가 최근 내놓은 8·8 부동산 대책을 통해 주택금융공사에 부동산 PF 대출의 보증규모를 확대하도록 하는 등 더 강화된 역할을 주문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김 전 차관에 무게가 실리는 상황으로 보인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현재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이해하고 관련 정책을 추진하는데는 김 전 차관만큼 적임자가 없을 것”이라며 “김 전 차관이 주택금융공사 사장으로 유력한 상황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주택금융공사 노조에서는 전문성을 지닌 인물이 차기 사장으로 와야 한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금융노조 한국주택금융공사지부는 16일 성명을 내 “신임 사장은 주택금융 업무에 깊은 이해와 식견으로 자신이 가진 모든 대내외적인 역량을 쏟아부을 각오가 있어야 한다”며 "정치적 보은이나 다음 자리를 위한 징검다리로 생각하는 인사가 사장에 올라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이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