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곽노정 SK하이닉스 대표이사 사장 2024년 5월2일 이천 본사에서 'AI시대, SK하이닉스 비전과 전략'을 주제로 기자 간담회를 진행하고 있다. < SK하이닉스 > |
[비즈니스포스트]
곽노정 SK하이닉스 대표이사 사장이 메모리반도체 산업의 호황을 예측하면서도 구성원들이 경각심을 가질 것을 주문했다.
곽노정 사장은 20일 경기 이천시 SK하이닉스 이천캠퍼스에서 ‘SK하이닉스의 성장 DNA를 이야기하다’를 주제로 최고경영자(CEO) 연설을 진행했다.
이번 행사는 SK그룹이 19일부터 사흘 동안 진행하는 지식경영 플랫폼 '이천포럼 2024'의 연장선에서 열렸다.
곽 사장은 이날 "당분간 (메모리반도체) 호황이 예측되지만, 이전의 다운턴(침체기)을 고려하면 안심할 수만은 없다"고 말했다.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인공지능(AI) 반도체 수요가 지속적으로 늘고 있지만, 급변하는 글로벌 환경을 항상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곽 사장은 지난 8월7일 열린 ‘함께하는 더(THE) 소통행사’에서도 “내년 초까지 메모리 수요가 견조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그 후로는 상황을 지켜봐야 할 것 같다”며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SK하이닉스는 최근 몇 년 동안 반도체 사이클에 따라 큰 폭의 실적변동을 겪어왔다.
2019년 2조7192억 원의 불과했던 영업이익은 메모리반도체 호황을 맞아 2020년 5조126억 원, 2021년 12조4103억 원까지 급증했다.
하지만 반도체 겨울이 시작되면서 2022년에는 영업이익이 6조8094억 원으로 반토막 났고, 2023년에는 7조73003억 원의 영업손실을 내며 최악의 시기를 보내야 했다.
2024년 들어서는 독보적 우위를 점하고 있는 고대역폭메모리(HBM)를 중심으로 인공지능(AI) 메모리 수요가 급증하면서, 올해 역대 최대 수준인 24조 원 가량의 영업이익을 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하지만 경쟁사인 삼성전자가 HBM 시장에 본격 진입하기 시작하며, 일각에서는 2025년부터 경쟁 심화와 공급 과잉이 발생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곽 사장은 올해 4분기부터 HBM3E(5세대) 12단 제품을 엔비디아에 공급하고, 2025년에는 맞춤형 제품인 HBM4(6세대)를 본격 양산해 경쟁우위를 지키는 데 초점을 맞출 것으로 보인다.
또 곽 사장은 HBM 제품이 점차 맞춤형으로 진화, 자연스럽게 범용 제품에서 벗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렇게 되면 메모리 공급자 입장에서는 고객과 중장기 계약을 맺으며 안정적 매출과 수익을 담보할 수 있다. 현재 파운드리(반도체위탁) 사업과 비슷한 수주형 사업모델이 형성되는 것이다.
수주형 사업모델이 정착되면 메모리반도체 사이클도 과거보다는 진폭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곽 사장은 이날 SK그룹의 고유 경영체계인 SKMS(SK 매니지먼트 시스템)을 통해 그동안의 위기를 극복할 수 있었다며, 구성원들을 격려했다.
그는 “AI 반도체 선구자로서 SK하이닉스가 주도하는 것은 구성원 모두가 원팀으로 일한 덕분”이라며 “이미 우리의 일하는 모습에 SKMS가 녹아 있어 다운턴, 중국 우시공장 화재 등 위기 상황을 극복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