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기아 전기차 쏟아내지만 캐즘에 화재까지, 가격인하·안전기술로 판매확대 안간힘

▲ 최근 발생한 전기차 화재 사고로 국내 전기차 수요가 더 위축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사진은 지난 6월27일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 전시장에서 열린 '2024 부산모빌리티쇼' 언론공개 행사 현대차관에 전시된 캐스퍼 일렉트릭의 모습.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현대자동차와 기아가 올해 역대 최대인 5종의 전기차 신차를 쏟아내며 전동화 전략에 속도를 낸다.

하지만 심각한 침체를 겪고 있는 국내 전기차 시장에서 화재 사고까지 잇따르면서 전기차 수요가 크게 위축될 조짐이 관측된다.

현대차와 기아는 전기차 가격 경쟁력을 끌어올리고, 전기차 무상 점검에 나서는 등 전기차 판매 확대를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19일 현대차그룹 안팎에 따르면 현대차와 기아는 올해 5종의 전기차 신차를 국내 출시하며 전기차 판매 볼륨 확대에 나선다. 

그룹은 올 3월 현대차 아이오닉5 부분변경(페이스리프트) 모델을 시작으로 7월 기아 EV6 페이스리프트, 7월 기아 EV3를 차례로 국내 출시했다. 현대차 캐스퍼 일렉트릭은 이달 중 고객 인도를 앞두고 있다. 현대차는 오는 11월 LA 모터쇼에서 플래그십 전기차 아이오닉9 공개하고 올 연말 판매에 돌입할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제네시스 제외)·기아가 올해 예정대로 전기차를 출시하면 올 한해 동안 역대 가장 많은 5종의 전기차를 선보이게 된다.

현대차·기아는 2021년 전기차 전용플랫폼 E-GMP에 기반한 현대차 아이오닉5와 기아 EV6를 내놓으며 전기차 라인업을 본격 확대해왔다.

2022년엔 현대차 아이오닉6와 기아 니로 EV 등 2종을, 지난해엔 현대차 코나 일렉트릭, 기아 EV9, 기아 레이 EV 등 3종을 국내에서부터 출시했다.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KAMA)는 작년 말 보고서를 통해 올해 국내 자동차 시장이 소비심리 위축과 대기 수요의 감소 등으로 1.7% 역성장을 기록할 것이란 전망을 내놨다. 

특히 글로벌 전기차시장이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에 빠진 가운데 국내 전기차 시장은 특히 심각한 침체기를 겪고 있다.

지난해 국내 전기차시장은 세계 주요 자동차시장 가운데 유일하게 1.1% 역성장한 뒤 올해 들어 판매 감소세가 더욱 가팔라지고 있다.

올해 1~7월 국내 전기차 판매량은 8만613대로 전년 동기(9만3080대)와 비교해 13.4%가 빠졌다.

이에 현대차와 기아는 올 상반기 아이오닉5 페이스리프트를 출시하면서부터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비) 강화 전략을 펼치며 판매 확대를 도모해왔다.

신형 아이오닉5는 에너지 밀도가 높아진 4세대 배터리를 적용해 배터리 용량이 기조 77.4kWh(킬로와트시)에서 84.0kWh로 늘어났다. 이에 따라 1회 충전 주행가능거리도 458km에서 485km로 증가했다. 하지만 현대차는 신형 아이오닉5 판매 가격을 동결했다.

완성차 업계에서 디자인뿐 아니라 성능을 개선한 부분변경 모델을 출시하면서 가격을 동결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 사례로 여겨진다.

이뿐 아니라 현대차는 신형 아이오닉5와 동시에 연식변경 모델인 '2024 코나 일렉트릭'과 디자인 특화 모델인 '2024 아이오닉6 블랙에디션'을 내놓으면서 가격을 트림별로 각각 100만 원, 200만 원씩 내렸다.

기아는 지난달 고객 인도를 시작한 신형 EV6 가격을 동결했다.

신형 EV6 역시 4세대 배터리가 적용돼 배터리 용량이 77.4kWh(킬로와트시)에서 84kWh로 늘어났고, 1회 충전 주행가능거리가 롱레인지 2륜구동(2WD) 모델 기준 기존 475km에서 494km로 증가됐다. 

하지만 국내 전기차 수요 위축을 뚫어내기엔 역부족이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기아 신형 EV6의 7월 판매량은 1344대에 그치며 기존 모델의 전년 7월 판매량보다 3.9% 뒷걸음쳤다. 현대차 아이오닉5의 올 1~7월 누적 판매량(8892대)도 전년 동기보다 18.1% 줄었고, 같은 기간 아이오닉6(3403대) 판매량은 53.2%나 빠졌다. 

현대차와 기아는 하반기 상대적으로 낮은 가격대에 높은 상품성을 갖춘 전기 신차를 내놓고 판매량을 늘릴 계획을 세웠다.

지난 6월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부산모빌리티쇼에서 현대차와 기아는 무대 중앙에 캐스퍼 일렉트릭과 EV3를 각각 올려놓고 "전기차 대중화 시대를 이끌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캐스퍼 일렉트릭은 현대차의 전기차 진입(엔트리) 모델로, 캐스퍼 가솔린 모델에 기반한 파생 전기차임에도 경쟁 차종인 레이 EV보다 110km 늘어난 국내 기준 315km의 1회 충전 주행거리를 확보했다. 중간 트림인 인스퍼레이션 기준 판매가격이 2990만 원으로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보조금을 받으면 2천만 원 초중반대에 구매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차·기아 전기차 쏟아내지만 캐즘에 화재까지, 가격인하·안전기술로 판매확대 안간힘

▲ 한 정비사가 현대차 아이오닉 5 차량을 점검하고 있다. <현대자동차>

EV3는 기존 국내 판매되던 파생형 소형 SUV 전기차 기아 니로 EV 등과 달리 현대차그룹 E-GMP 플랫폼에 기반한 전용 전기차 모델이다. 1회 충전 주행거리가 501km로 니로 EV보다 100km 가량 크게 늘었다.

환경친화적 자동차 고시 등재 완료 후 세제혜택 적용 기준 EV3의 판매 시작가격은 3995만 원이다. 동급인 니로 EV 시작가격(4855만 원)보다 약 1천만 원이 싸다. 

EV3는 국내 판매를 본격 개시한 지난달 1975대가 판매돼 국내 월간 전기차 판매 1위 자리를 꿰찼다.

다만 최근 인천 청라국제도시의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발생한 전기차 화재가 대규모 피해로 이어지면서 국내 전기차 수요가 더욱 위축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된다.

현대차그룹으로선 전기차 라인업 확대에 힘을 주는 시기에 난관을 만난 셈이다.

현대차와 기아는 전기차 안전성과 관련한 지나친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전사적 역량을 투입하고 있다.

지난 13일 현대차·기아는 전국 서비스 거점을 방문한 전기차 보유 고객을 대상으로 차량을 무상으로 점검해주는 '전기차 안심 점검 서비스'를 실시한다고 밝혔다.

최근 발생한 전기차 화재 관련 안전성 우려가 높아진 상황에서 전기차에 관한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한 취지에서다.

인천 청라 전기차 화재 사고로 소비자의 배터리 '알 권리'가 부각된 가운데 완성차업계 전기차 배터리 제조사 정보 공개 흐름의 포문을 연 것도 현대차와 기아였다.

15일 현대차·기아는 배터리 안전 핵심 기술을 공개하고 나섰다.

두 회사는 15년 이상 배터리관리시스템(BMS) 자체 개발 노하우를 축적해왔는데, 이 기술로 전기차 화재 방지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현대차·기아는 자사 BMS가 주행중, 충전중뿐 아니라 시동이 꺼진 주차중에도 배터리 셀의 상태를 정밀 모니터링하고, 고객에 즉시 통보하는 시스템을 갖췄다고 설명했다.

특히 최근 일각에서 전기차 화재 원인으로 지목하는 '과충전'과 관련해 현대차·기아 전기차 중 과충전에 의한 화재는 단 한 건도 없었다고 밝혔다.

BMS가 충전상태를 모니터링하면서 과충전을 원천 차단해 관련 문제 발생 가능성은 0%에 가깝다는 것이다.

현대차·기아 관계자는 "전세계 고객들이 안심하고 우리 전기차 탈 수 있도록 지속적 안전 신기술 개발을 위해 매진하겠다"고 말했다. 허원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