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신한은행과 KB국민은행이 퇴직연금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 본격 도입을 위한 준비에 적극적 행보를 보이고 있다.

신한은행과 KB국민은행은 400조 원을 바라보는 퇴직연금시장에서 적립금 규모로 은행권 1, 2위를 차지하고 있다. 그룹 차원에서도 인공지능(AI) 등 디지털 경쟁력 강화를 핵심 과제로 삼고 있는 만큼 퇴직연금 로보어드바이저 시장 주도권을 두고 치열한 경쟁을 펼칠 것으로 전망된다.
 
신한은행 KB국민은행 로보어드바이저 선점 잰걸음, 400조 퇴직연금 리딩경쟁

▲ KB국민은행과 신한은행이 올해 말 퇴직연금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 도입을 앞두고 외부 협업과 내부 시스템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사진은 이재근 KB국민은행장(왼쪽)과 정상혁 신한은행장.


9일 은행업계에 따르면 퇴직연금 로보어드바이저(RA) 서비스를 위한 인공지능 알고리즘의 혁신금융서비스 지정신청 절차가 9월로 다가오면서 시중은행은 자산운용사, 증권사, 로보어드바이저기업들과 협업을 통한 서비스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로보어드바이저는 로봇(Robot)과 어드바이저(Adviser)의 합성어로 인공지능(AI)을 활용해 투자자가 투자성향을 입력하면 개인화한 자산운용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말한다.

현행법에서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는 퇴직연금 투자자에게 맞춤형 포트폴리오를 제안하는 것만 가능했다. 하지만 기획재정부 혁심금융서비스 지정을 통해 인공지능에 투자종목 조정과 매수, 매도 시점 등 투자 관련 결정 전반을 맡기는 투자일임서비스가 도입된다.

은행권은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를 통해 퇴직연금 운용사업을 확대하고 수익률 등에 힘을 싣겠다는 계획을 세워두고 있다.

특히 신한은행과 KB국민은행 등 퇴직연금시장 선두기업들은 그룹 인공지능 투자 행보 등에 발맞춰 외부 파트너 구성부터 내부 시스템 구축까지 발 빠르게 나서고 있다.

신한은행은 현재 로보어드바이저 전문기업 콴텍, 글로벌 자산배분 전문 운용사 쿼터백자산운용과 손잡고 로보어드바이저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

콴텍은 퇴직연금 인공지능 알고리즘 50종류가 코스콤 심사를 통과했다. 투자자문사(95종류) 가운데 가장 많다. 쿼터백자산운용도 인공지능 알고리즘 14종류가 심사를 통과해 상용서비스가 가능한 상태로 자산운용사 중 경쟁력을 보이고 있다.

신한은행 IT부서는 이미 두 기업과 퇴직연금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의 세부적 요건들을 확정하고 있는 단계인 것으로 파악된다. 

신한은행은 올해 LGCNS, 효성티엔에스 등과 업무협약을 통해 생성형 인공지능 모델 개발부터 인공지능 기술을 서비스 전반에 도입하기 위한 투자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퇴직연금 자산 형성과 운용 수요는 물론 시장 규모 자체도 커지고 있는 만큼 시장 경쟁력 확보가 중요해지고 있다”며 “로보어드바이저 일임서비스를 통해 안정적 수익률을 제공하는 다양한 고객맞춤형 투자전략과 포트폴리오를 확보하려고 힘쓰고 있다”고 말했다.

KB국민은행은 퇴직연금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에서 미래에셋자산운용 등과 팀을 꾸렸다.
 
신한은행 KB국민은행 로보어드바이저 선점 잰걸음, 400조 퇴직연금 리딩경쟁

▲ 올해 6월 퇴직연금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를 위한 인공지능 알고리즘 206종류가 코스콤 심사를 통과했다. 사진은 코스콤이 운영하는 로보어드바이저 테스트베드 홈페이지 갈무리.


미래에셋자산운용은 퇴직연금 인공지능 알고리즘 28종류가 코스콤 테스트베드 심사를 통과했다. 호주 로보어드바이저 전문 운용사를 인수하고 미국에 인공지능 전문법인 웰스스팟 설립을 진행하는 등 인공지능 자산운용서비스에 적극적 운용사로 손꼽힌다.

KB국민은행은 현재 미래에셋자산운용과 퇴직연금 인공지능 알고리즘 운영방향, 포트폴리오 설계 원칙 등에 관한 협의를 마무리 짓고 시장 변동 대응 전략 등을 논의하고 있는 단계다.

KB국민은행은 퇴직연금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 준비를 위해 올해 초 연금사업본부에 관련  제도와 포트폴리오, IT 등 3개 분과로 구성한 태스크포스(TF)도 운영하고 있다.

KB국민은행 관계자는 “퇴직연금 로보어드바이저 사업에서 수익률 확대와 안정적 서비스 제공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며 “현재 서비스 제공을 위한 내부 업무요건 등도 완료한 단계로 비대면 채널을 통한 투자일임서비스 가입과 적립금 관리 프로세스 등 세부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지난해부터 한국거래소 산하기관 코스콤을 통해 퇴직연금 로보어드바이저 테스트베드를 운영했고 올해 연말 본격 서비스 적용을 앞두고 있다.

2분기 말 기준 국내 퇴직연금 적립금은 394조2832억 원 규모다. 이 가운데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는 개인이 퇴직연금을 직접 운용하는 확정기여(DC)형과 개인형퇴직연금(IRP) 상품들에 적용된다. 

DC형과 IRP 적립금이 전체의 약 절반 정도를 차지하는 점을 고려하면 200조 원에 가까운 시장이 되는 셈이다.

신한은행은 현재 전체 퇴직연금 적립금이 42조2031억 원으로 KB국민(38조9360억 원)보다 앞서 은행권 1위를 차지하고 있다. 

다만 KB국민은행은 DC형과 IRP 적립금에서는 신한은행을 제치고 선두를 보이고 있다.

KB국민은행은 2분기 기준 DC형 적립금이 13조2296억 원, IRP는 14조3280억 원 규모로 집계됐다. 신한은행은 DC형 적립금은 12조5332억 원, IRP 적립금은 14조1418억 원으로 2위에 올랐다. 박혜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