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권오갑 HD현대 대표이사 회장이 최근 대외 경영 환경 급변에 따라 계열사 경영진에 기존 경영계획의 원점 재검토를 주문했다.

HD현대는 7일 권 회장의 주제로 주요 계열사의 사장단 전체회의를 긴급 소집해 최근 △미국 경기침체 우려 △인공지능 등 주요 빅테크 기업의 거품 논란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 △중동 지정학적 불안 재확산 등에 따른 리스크를 점검하고 대책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권오갑 HD현대그룹 사장단 긴급회의 소집, "계열사 경영계획 원점 재검토"

권오갑 HD현대 대표이사 회장이 7일 그룹 주요 계열사 사장단을 소집해 급격한 경기변동에 대한 대응책 마련을 지시했다. < HD현대 >


회의에는 권 회장과 정기선 HD현대 대표이사 부회장을 비롯한 HD한국조선해양, HD현대중공업, HD현대오일뱅크 등 주요 15개 계열사 사장단 20명이 참석했다.

사장단은 제조업과 수출 중심이라는 HD현대의 사업구조상 글로벌 경기변동에 영향을 크게 받을 수밖에 없음을 공감하고 각 사별로 준비된 상황별 대응계획에 따라 기존 경영계획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기로 했다.

또한 이달 말까지 경영환경 변화를 감안해 2024년 하반기 실적을 집중점검하고, 2025년 경영계획도 조기수립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권 회장은 “최근 주가, 환율, 유가 등 글로벌 경제 지표들의 변동이 심상치 않다”며 “불확실한 경영환경 속 기본역량 강화로 주력사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한편 내실을 다져나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불확실성이 큰 상황일수록 리더들의 역할과 판단이 더 중요해진다”며 “각사 대표들의 진심 어린 책임감이 불확실성 극복의 첫 단추임을 명심해달라”고 했다.

그는 “회사가 직면한 위험과 그에 따른 영향을 직원들에게 명확히 설명하고, 같은 목표를 향해 한 마음 한 뜻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공감대를 형성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권 회장이 급격한 정세 변화에 대응을 강조한 것은 HD현대그룹의 주력 사업인 조선, 정유, 건설기계 등이 글로벌 경기에 민감한 산업이기 때문이다.

HD현대그룹은 올해 들어 조선과 전력기기 시장 호황에 힘입어 실적 흐름이 좋지만, 업황이 언제든지 뒤바뀌며 위기가 찾아올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또 정유사업은 유가 하락과 경기침체에 따른 수요 감소로 정제마진이 하락하고 있고, 건설기계 사업 역시 긴축기조로 인한 건설경기 침체의 여파로 부진에 빠져 있다.  

권 회장은 실적 개선세에 안주하는 것을 경계하며,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하는 데 고삐를 죌 것을 경영진들에게 그간 수시로 주문해왔다.

그는 지난해 7월28일 열린 그룹 사장단 회의에서는 “환율·시황 등 외부 환경 변화에 따라 일시적으로 얻은 이익이 우리에게 잘못된 신호(시그널)를 준다면 오히려 ‘나쁜 이익’으로 돌아올 수 있다”며 “경영자는 나쁜 이익에 취해 마치 회사가 엄청난 성장을 한 것처럼 착각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신재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