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 이상고온에 겨울철 남극에 때아닌 폭염, 일부 지역에서 28도 관측

▲ 남아메리카와 면하고 있는 방면에 위치한 남극 웨브섬 인근 모습. <위키미디아 커먼스>

[비즈니스포스트] 세계 기온상승 영향에 남극도 이상고온 현상을 겪고 있다.

1일(현지시각) 가디언은 기상학계 소식을 종합한 결과 지난달 남극 월간 평균 기온은 평년보다 약 10도 높았다고 보도했다.

남극 극지방에 가까운 지역들은 대체로 영하권 기온을 유지했으나 일부 지역에서는 28도가 넘는 고온이 관측되기도 했다. 지구 공전 궤도 특성상 이 시기에 해가 뜨지 않는 남극에서는 이례적인 일이다.

마이클 듀크스 기상예보업체 메트데스크 디렉터는 가디언과 인터뷰에서 “개별 일일 최고기온은 놀라울 정도로 높았는데 더 놀라웠던 점은 지난 월간 평균 기온도 높아졌다는 것”이라며 “기후학자들은 그동안 인간 활동이 극지방에 이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오랫동안 예견해온 바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1개월 기온만 가지고 전반적인 기후 트렌드를 파악하는 것은 옳지 않지만 이번 기록은 기후 모델들이 예측하는 경로와 일치하는 방향성을 보인다”며 “이렇게 높아진 겨울 기온이 여름철까지 이어지면 남극 대륙 빙하(icesheet)의 붕괴를 초래할 것으로 보인다”고 강조했다.

남극의 이례적 고온 현상은 세계적 이상 고온 현상과도 관련성이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유럽 기후 관측 기관 코페르니쿠스 기후변화서비스(C3S)에 따르면 세계 평균 기온은 올해 6월까지 13개월 연속으로 최고 기온기록을 경신했다.

7월에는 기록 경신이 끝났으나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기온이 0.3도 높았던 것으로 파악됐다.

제케 하우스파더 기후단체 버클리어스 연구원은 “남극 기온은 지난 50년 동안 세계 기온과 함께 꾸준히 상승해오고 있었다”며 “다만 지난달에 관측된 기온 급상승은 이번에 발생한 세계적 폭염과도 연관이 있다고 볼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번 기록으로 지난 2년 동안 남극에서 발생한 이례적 고온 현상은 두 건이 됐다. 앞서 2022년 3월 발생했던 39도를 상회하는 고온 현상에 남극은 이탈리아 로마시 면적에 맞먹는 크기의 빙하를 유실하기도 했다.

제이민 그린바움 미국 캘리포니아 샌디에이고 대학 스크립스 해양연구소 지구물리학자는 “지난 몇 년 동안 남극 동부를 직접 탐험한 결과 상당한 양의 얼음이 유실되고 있는 것을 확인했다”며 “일부 학자들의 북극 소용돌이 영향 때문에 이런 고온이 발생한다는 학설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지만 안타깝게도 이 같은 현상은 기후변화의 결과라고 봐도 이상할 것 같진 않다”고 말했다. 손영호 기자